한·미 동맹 강화 드라이브, 韓 기업들에 훈풍 몰고올까
  • 엄민우 시사저널e. 기자 (mw@sisajournal-e.com)
  • 승인 2022.04.06 11:00
  • 호수 1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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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후 양국 관계 개선 기대
美 진출 반도체·자동차·배터리 기업들에 호재

대선이 끝난 직후인 3월10일 오전 10시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첫 일정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축하인사와 함께 양국이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 역시 더욱 굳건한 한·미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3월11일 윤 당선인은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만나 “6·25 전쟁을 통해 미국과 굳건한 안보동맹을 맺은 것이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앞으로 한·미 간 모든 부문에서 굳건한 관계를 재건할 것”이라고 했다. 델 코소 대사대리도 “주한 미국대사관 모든 직원은 새로운 행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양국의 관계, 동맹관계를 더욱더 확대할 것”이라며 향후 새 정부와 긴밀한 협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부터 한·미 동맹이 강화되고 양국 관계가 더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우리나라에 있어 안보·경제 영향 등을 고려할 때 미국과의 관계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윤석열 당선인이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는 점, 미국이 윤석열 당선인을 바라보는 시각 등을 봤을 때 한·미 동맹 강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 동맹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모습ⓒ연합뉴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 동맹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모습ⓒ연합뉴스

경제와 외교관계 연결고리 강해져

이 같은 한·미 관계 재건 분위기는 미국을 상대로 한 국내 기업들의 비즈니스에 대한 기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패권주의가 심화되면서 경제와 외교관계의 연결고리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한국을 먹여 살리는 주요 산업들에 미국 시장의 중요도가 매우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한·미 동맹 강화가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소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미구주협력팀장은 “양국 관계가 더 좋아지면 외교적 ‘전략적 모호성’이 사라져 기업들이 전략을 펼칠 때 불확실성도 줄어들고, 미국의 첨단기술을 가진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강화도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교수는 “지금까지의 양상을 놓고 보면 한·미 동맹이 굳건할수록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기 쉬워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 기업들에 불안요소가 됐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산업별로 볼 때 가장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반도체다. 특히 안보와 연결되는 반도체는 세계적으로 전략물자화되고 있어 미국 정부가 더 공을 들이는 부문이다. 지난해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개 기업이 참여한 ‘반도체 최고경영자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투자가 미국 일자리 계획의 핵심”이라며 투자에 나설 것을 강하게 권유했다. 이 자리엔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도 있었다. 3월9일(현지시간)에도 반도체 공급망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참석한 삼성전자를 언급하며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 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고 2000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가 경제적 가치는 물론, 국가안보와 관련해서도 핵심 변수가 되는 산업이라고 여긴다. 때문에 타국 기업들보다 자국 기업인 인텔에 대한 지원이 더욱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의회가 반도체 지원 법안을 심사하고 있는 것과 관련, 삼성전자와 TSMC가 본사 위치와 무관하게 동등한 지원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내 반도체산업 구도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한·미동맹 강화 분위기가 감지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분석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만 TSMC는 유럽과 더불어 미국에 엄청난 투자를 이어가고 있고, 미국은 확실하게 반도체 헤게모니를 갖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급박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줄타기 외교로 애매한 시그널을 준다면 미국에 반도체산업 정책과 관련해 한국을 배제하는 명분을 줄 수 있고, 이는 곧 국가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단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에 최소한 ‘동반자’라는 인식은 확실하게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반도체 부문은 전 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만큼, 한·미동맹 강화 분위기에도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챙겨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국과의 관계가 좋아지는 것은 호재지만, 그런 만큼 다른 시장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없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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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중소기업 수출동향을 발표하는 강성천 중소벤처 기업부 차관ⓒ연합뉴스

줄타기 외교보다 ‘동반자’ 인식 심어줘야

반도체와 더불어 국가경제의 한 축을 맡는 자동차 부문에도 한·미 동맹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시장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수익성 좋은 프리미엄 차종,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 시장에 도전하는 입장에선 필수적으로 진출해야 하는 선진 시장이다. 이 때문에 완성차업체가 성공하기 위해선 미국에서의 성과가 필수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최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이 꼽힐 정도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수석부회장 취임 이후 첫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택했고, 지난해에도 수차례 미국을 방문한 바 있다.

미국 정부의 자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애정은 특히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미국과의 관계 재건은 현지 진출이나 사업을 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은 수출입 조건, 환경기준 등 국제적으로 자동차를 판매할 때 주요 기준과 표준을 제시하는 국가”라며 “자국 우선주의가 강조되는 상황 속에서 미국과 우리 정부의 관계가 좋지 않아져 법이나 규제 등으로 강하게 압박이 들어온다면 자동차회사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선전하는 배터리업계도 반도체만큼은 아니지만, 한·미 동맹 관계가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배터리 대기업 관계자는 “미·중 패권주의를 감안할 때 미국 입장에서도 중국을 어느 정도 견제하려 할 것이고, K배터리가 대안이 될 수 있는 만큼 한·미 동맹 강화가 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국내 주요 배터리사 관계자 역시 “바이든 정부가 친환경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하는데, 여기에 한·미 정부 관계까지 더 좋아진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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