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본 ‘포스트 오미크론’…관건은 속도다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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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인’ 오미크론 상황…‘스텝 바이 스텝’으로 가야”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10일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을 찾은 시민들이 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10일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을 찾은 시민들이 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장장 2년간 유지돼온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가 다음 주부터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마스크를 벗은 채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시간이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 코로나19가 단계적 이행기간을 거쳐 추후 독감처럼 취급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실화된다면 매일 확진자 수가 집계되지도 않는다. 이른바 '엔데믹' 시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12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48일 만에 10만 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거리두기 전면 해제에 한발 더 가까워진 양상이다. 정부는 오는 15일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담은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 체계'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일 "향후 2주간 유행이 확연히 감소세로 전환되고 위중증 환자와 의료체계가 안정적인 수준을 보인다면, '실내 마스크 착용' 등 핵심수칙을 제외한 영업시간, 사적모임, 대규모 행사 등 모든 조치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선 코로나19의 법정감염병 등급이 기존 1등급에서 결핵, 수두 등과 같은 2등급으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확진자 격리 기간이 줄거나 격리 방침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 일단 7일에서 5일로 격리기간을 축소했다가 차츰 해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격리 의무가 없어지면 치료비 전액 국가 지원도 없어진다. 각 의료기관은 줄어든 격리병상을 다른 곳에 활용하면서 방역·의료체계의 일상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장차 독감과 같은 4등급까지 낮춘다면 확진자 집계도 필요 없어진다.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규제도 해제될 가능성이 크다. 18일부터는 영업시간이나 사적모임에 제한이 없어질 전망이다. 실내 경기장이나 공연에서의 취식도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인수위는 "복지부에서 고척돔(프로야구 경기장) 취식과 관련해 공조 시스템을 갖추는 등 기준을 정해 적합한 경우에는 실내 취식을 허용하는 방안으로 개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전체적인 거리두기 완화 방안을 검토할 때 함께 논의하면서 개선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30만명대로 올라선 29일 서울 은평구 서북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 은평구 서북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언제 출현할지 모르는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와 여전히 큰 규모의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가 변수다. 일상 회복에만 무게가 실릴 경우 자칫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대만, 태국, 영국 등에서 오미크론(BA.1)과 그 변이 BA.2의 재조합 변이인 'XE'가 발견되면서, 방역당국이 감염자 발생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BA.2가 BA.1보다 전파력이 높은데, XE는 BA.2보다도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위중증 환자는 1099명으로 전날(1114명)보다 15명 줄었지만 여전히 10000명 선을 넘어서고 있다. 사망자는 258명으로, 여전히 세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새 변이가 발견되거나 재유행 조짐이 보일 경우 정부는 즉시 비상체계를 다시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 또한 지난 10일 "재유행이나 새로운 감염병 출현 상황도 선제적·과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방역 및 보건의료 체계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독일의 베를린은 오미크론의 급격한 확산세에 지난달 중순 종료하려 했던 방역규제를 일시적으로 연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조치 완화가 단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포스트' 오미크론이 아니라 여전히 '인' 오미크론 상황"이라면서 "'스텝 바이 스텝'으로  완화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는 "인구 100만 명당 일본보다 누적 확진자 수가 2배나 많고 사망자 수도 더 많은데, 거리두기는 더 앞서 완화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정부가 매번 시기상조 정책을 내놓고 있다. (유행 시기에) 규제를 계속 풀지 않았다면 확진 규모가 이 정도로 커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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