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광주 광산구청장 예비후보 ‘토론회 무산’을 보는 눈
  • 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sisa612@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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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후보 2명, 당일 석연치 않은 이유로 토론 회피해 빈축
지역정가 “후보 자질 검증 끝났다…적나라한 민낯 드러나”
6.1 지방선거에서 광주 광산구는 더불어민주당 기초단체장 최다 신청지역이다. 광산구청장 선거에 김학실 광주시의원, 박병규 전 광주시 경제부시장, 이영순 전 광산구의회 의장, 윤난실 전 청와대 비서관, 윤봉근 전 광주시의회 의장, 최치현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이름을 올렸다.광주 광산구청 전경 ⓒ시사저널
6.1 지방선거에서 광주 광산구는 더불어민주당 기초단체장 최다 신청지역이다. 광산구청장 선거에 김학실 광주시의원, 박병규 전 광주시 경제부시장, 이영순 전 광산구의회 의장, 윤난실 전 청와대 비서관, 윤봉근 전 광주시의회 의장, 최치현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사진은 광주 광산구청 전경 ⓒ시사저널

6·1 지방선거 광주 광산구청장 출마 예비후보자 초청 토론회가 일부 후보들의 불참 통보로 무산됐다. 토론회는 지역 주민과 더불어민주당 당원 등에게 후보의 가치관과 능력, 자질을 직접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1개사 광산구청 출입기자단 주관으로 마련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산구는 더불어민주당 기초단체장 최다 신청지역이다. 광산구청장 선거에 6명의 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김학실 광주시의원, 박병규 전 광주시 경제부시장, 이영순 전 광산구의회 의장, 윤난실 전 청와대 비서관, 윤봉근 전 광주시의회 의장, 최치현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다. 

출입기자단은 9일 오후 4시부터 120분간 수완문화체육센터에서 이들 6명의 예비후보를 초청해 토론회를 열 계획이었다. 주최 측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토론 진행을 위해 사전에 광산구 관내 시민들에게 후보자 검증을 위한 질의 내용을 접수 받았다. 패널 선정에 있어서도 공정성을 위해 학자중심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후보자별 공통질문, 개별질문, 상호 토론 형식으로 진행되는 토론회의 패널은 김영집 광주과학기술원 부총장과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김대현 위민연구원장 등이 맡기로 했다. 또 토론 과정에 제기된 후보자별 정책 대결 등 주요 공약사항은 각사 지면에 반영하고, 인터넷,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도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당사자들도 토론회 참여를 약속해 예비후보자 초청 토론회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토론회는 그러나 개최 당일 오전에 김학실, 박병규 예비후보가 불참을 통보하면서 좌초 위기에 처했다. 최치현 후보는 적절성을 두고 고민한 끝에 전날 불참을 통보했다. 반면 이영순·윤난실·윤봉근 예비후보는 시종일관 토론에 참여의 뜻을 견지했다. 급기야 ‘반쪽만 남은 토론회’는 부랴부랴 당일에 취소됐고, 이들의 뒤늦은 불참 통보로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각 언론사가 홍보까지 해가며 추진한 토론회가 취소됨에 따라 주최 측은 시민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는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광산구청 출입기자단의 숙원(?)인 토론회가 워낙 ‘획기적으로’ 개최와 취소를 반복한 탓인지 뒷말이 무성하다. 아무래도 행사 무산의 1차적인 책임은 주최 측의 준비 부족에 돌아간다. 참석 후보자를 조기에 확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행사 개최에 대한 늦장 안내로 후보들에게 불참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불찰이다. 실제 일부 후보에게는 1주일 전에, 뒤늦게 참여가 결정된 후보에게는 행사 이틀 전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정치인 초청 토론회 준비로는 비난을 비켜가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지만 불참 예비후보자들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다. 이미 합의한 토론회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참석을 약속했던 예비후보 3명이 당일과 전날에서야 토론회에 참석 못하겠다며 나자빠졌다. 또한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준비가 안 되서’ 등 석연찮은 사유를 들어 토론회를 회피한 점도 이유다. 이 같은 이유는 토론회 무산에 따른 비난을 피해가려는 궁색한 변명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더구나 특정 예비후보의 반대로 토론회가 무산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신인 정치인이 주최 측이 ‘킬(kill) 질문’을 준비해 놓은 만큼 토론회에 나가봐야 득 될 게 없다는 식으로 타 후보의 불참을 부추겼다는 게 의혹의 요지다. 만약 후보들의 보이콧이 ‘질문에 대한 두려움’에 기초했다면 큰 문제다. 구청장 자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 항간에는 마치 토론회 불참이 후보의 문제가 아니라 전적으로 주최 측의 문제라는 식으로 호도하는 말도 돌고 있어 씁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토론회 취소에 대해 지역 민심은 대체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후보들의 무더기 불참이 토론회 공중분해로 이어질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는 것이 전반적인 반응이다.

후보 토론회는 유권자들 앞에서 예비후보 간 자질과 비전의 차이를 드러내 비교 검증을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특히나 코로나19 상황으로 대면 선거운동이 제한된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나름 지역의 대표적인 언론들이 만든 토론회는 매우 소중한 자리가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이를 헤아린 이영순·윤난실·윤봉근 예비후보 같은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다선의 중진 정치인들은 줄곧 진지하게 토론에 참여의사를 밝혔던 것이다.

구청장은 토론회 참석 여부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골치 아픈 문제와 수시로 부딪힌다. 그런 점에서 120분짜리 토론회를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회피하는 것은 졸렬하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이날 불참으로 인해 후보들이 무시한 것은 광산 주민이고, 거부한 것은 유권자의 검증이며, 입증한 것은 구민의 대표가 되려는 단체장으로서의 준비와 자질 부족이라는 혹평도 뒤따른다. 

어쩌면 일부 예비후보의 토론회 불참 결정은 만시지탄으로 차라리 잘된 결정인지도 모른다. 예상치 못한 ‘소득’도 챙겼다. 행사 무산 과정에서 이들이 보여준 형태로 인해 시민들에게 본선 못지않은 자질 검증의 기회를 제공한 효과를 톡톡히 거둔 셈이다. 일부에서 ‘이것으로 불량 후보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자질검증은 끝났다’는 다소 성급한 평가까지 나오는 이유다. 예비후보자들이 행여라도 종이 미디어 매체의 영향력을 평가절하해서 ‘주최 측 고르기’를 한 것은 아닌지 한번쯤 곱씹어 볼 일이다. 진심으로 시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출마했다면 유권자가 부르면 어떤 자리건 나가 떳떳하게 검증에 임하겠다는 공인의식을 갖추는 게 우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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