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패스로 재도약한 요기요, 진짜 시험이 시작됐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7 10:00
  • 호수 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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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모션 종료 이후 고객 락인이 관건
영역 확장·혜택 확대로 차별화 시도

음식 주문을 앱으로 하는 시대에 이어 배달앱을 구독하는 시대를 연 것은 요기요의 성과였다. ‘구독’이라는 키워드는 요기요에만 존재하기에, 슈퍼클럽부터 요기패스에 이르는 배달앱 할인 구독 서비스가 시작될 때마다 시장은 요기요를 주목했다. 과연 구독 서비스가 배달 플랫폼에서도 성공적으로 가동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였고, 그로 인해 요기요가 배달앱 시장에서 강자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그리고 지금, 요기요가 야심 차게 내놨던 요기패스의 반값 할인 프로모션이 끝났다. 이제 정상 가격의 구독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시장은 다시 요기요를 주목하고 있다. 요기패스의 성적을 알아보기 위한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 시작됐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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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서비스로 반격 시작…쿠팡이츠와 격차 벌려

비대면 시대에 배달앱은 그야말로 격동기를 겪었다. 국민의 60% 이상이 사용하는 배달앱은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시장을 주도적으로 키웠다. 특히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는 3강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쳤다. 배달앱이라면 외면할 수 없는 ‘속도전’이 펼쳐졌고, 마트나 편의점을 통해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배달하는 퀵 커머스로의 확장도 시작됐다. 이 배달앱들의 공통된 행보 속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구독 서비스였다. 요기요가 요기패스를 출시한 것은 지난해 11월. 요기패스는 할인 구독에 멤버십 혜택을 결합한 형태의 서비스다. ‘전에 없던 커머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은 요기요는 실제로 배달앱에 존재하지 않았던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는 시도를 했다.

구독 서비스들이 조명을 받으면서 요기패스가 부각됐지만, 이미 요기요는 비슷한 서비스를 운영한 적이 있다.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슈퍼클럽이다. 월 9900원을 정기 결제하면 요기요 앱 내 모든 음식점의 메뉴를 3000원씩 월 10회, 총 3만원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였다. 지난해 GS리테일이 요기요를 인수한 이후 본격적으로 요기요의 프로모션이 시작됐는데, 기존 슈퍼클럽 서비스를 종료하고 선보인 요기패스는 ‘위대한 상상’으로 사명을 바꾼 요기요가 선보이는 첫 번째 대규모 마케팅이었다.

월 9900원이라는 구독료는 동일하지만 할인 내용은 달라졌다. 일괄적인 3000원 할인 혜택 대신 5000원 할인 2회, 2000원 할인 10회, 포장주문 1000원 무제한 할인으로 그 내용을 다양화했다. 업계 3위인 쿠팡이츠가 ‘한 집 배달’을 무기로 성장세를 보일 때, 인수·합병 진행 과정에 놓인 채 주춤했던 요기요는 자사만의 전략인 구독 서비스를 다시 한번 부각시키며 반격을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요기패스를 앞세운 요기요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1년 9월 787만 명이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요기패스 론칭 다음 달인 12월 기준 905만 명으로 늘어났고, 3위 쿠팡이츠와의 MAU 격차를 300만 명 이상으로 벌렸다. 3월 기준 요기패스 누적 가입자는 90만 명에 이른다. 특히 다른 배달앱들이 단건 배달에 뛰어들면서 출혈경쟁을 벌일 때, 요기요는 요기패스 구독자의 로열티를 바탕으로 선방했다. 단건 배달 프로모션 중단으로 인해 요금체계가 개편되면서 배달비 인상 이슈가 부각됐을 때 요기요의 포장 할인 서비스가 오히려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요기요 측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2월 요기패스 구독자의 포장 주문 건수는 비구독자와 비교해 2배 이상 많았다.

최근 흐름에 맞는 혜택 제공…락인 효과 있을까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요기요의 움직임이 시대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요기요는 단순히 ‘음식 배달앱’에 한정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의 체험 서비스나 할인 혜택을 요기패스 혜택에 포함시켰다. 요기요는 요기패스를 출시하면서 오디오북 서비스 윌라, 음원 플랫폼 플로, OTT 서비스 왓챠 등의 할인이나 체험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지금은 KT의 OTT 서비스 시즌 이용권을 제공하는 등 혜택 내용은 바뀌었지만 요기패스를 통해 OTT, 비대면 강의, 온라인 쇼핑 등 최근의 흐름에 맞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호텔스닷컴 등 숙박 사이트와도 요기패스의 혜택을 연계한 점은 최근 요기요가 야놀자 등 숙박 플랫폼과의 접점을 통해 이용자 유입을 증대시키려는 움직임과도 겹친다. 위드 코로나로 인해 서서히 활기를 찾아가는 여행·레저 업종까지 구독자 혜택에 포함하면서, 요기요는 배달앱 플랫폼을 넘어 일상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모양새다. 배달앱으로서 장점만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구독자의 혜택을 확장하는 요기요의 시도는 분명 특색이 있다.

이제 요기패스 반값 프로모션은 끝났다. 기존에는 요기패스를 4900원에 이용할 수 있었지만, 4월 결제부터는 구독료가 9900원으로 정상화된다. 물론 배달을 두 번만 이용하더라도 5000원 할인쿠폰 2장을 이용해 구독비보다 큰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두 배가 넘는 체감인상률에 반발하는 이용자도 많다. 구독료가 오르면서 배달의민족에 비해 가맹점 수가 적다는 단점을 상쇄시키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이용자들이 요기패스를 해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요기요는 슈퍼클럽 론칭 당시에도 반값 프로모션을 운영했는데, 프로모션 종료 이후 일부 이용자들이 이탈하면서 가입자 수가 변동된 바 있다. 요기요 관계자는 “여타 OTT 서비스처럼 슈퍼클럽도 프로모션 종료 후 가입자 수 변동은 있었지만 해당 수치를 공유하기는 어렵다”며 “요기패스의 경우 가격적인 프로모션은 끝났지만 두 번 이상만 사용해도 구독료 대비 유용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GS리테일과의 연계로 서비스 확장할 것”

요기패스로 90만 명의 구독자를 모은 요기요의 남은 과제는 고객 ‘락인’(묶어두기·Lock-In Effect)이다. 일단 요기요의 전략은 혜택의 확대다. 요기요는 요기패스 이용자들의 할인 혜택을 편의점·마트, 헬스케어·뷰티, 반려동물용품 등 카테고리까지 늘려가고 있다. “구독자들이 더욱 다채로운 할인 혜택을 경험할 수 있도록, 영역 제한 없는 제휴사 확장을 통해 일상을 담은 온라인 서비스 경험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박채연 요기요 마케팅본부장은 설명했다.

요기요는 최근 ‘요기패스 100% 활용법’ 등을 동영상으로 공개하면서 요기패스 구독자라면 쇼핑부터 호텔 예약에 이르는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GS리테일이 기존에 운영하던 우리동네딜리버리에 요기요 트래픽을 더한 ‘우리동네GS’가 올해 7월 론칭한다. 퀵커머스 시장에서의 움직임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라, 요기패스의 혜택 영역은 더 확장될 수 있다.

전문가들도 요기요의 ‘확장’이 더 이뤄질 것이라 진단한다. 《구독경제 : 소유의 종말》의 저자인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은 “요기요 할인 프로모션 종료에 따라 구독자가 갖는 체감은 두 배에 달한다. 요기요는 구독자들에게 더 큰 혜택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다른 서비스와의 콜라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글로벌컨설팅 업체 엑센츄어가 한국을 포함한 각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동네 상점을 전보다 많이 이용한다고 응답한 이들 중 79%가 코로나19 이후에도 동네 상점을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소비의 지역화에 맞춰 구독도 하이퍼로컬 커뮤니티 위주로 바뀔 것"이라며 "특히 편의점을 하이퍼로컬 플랫폼으로 키우려는 GS리테일의 전략상, 요기패스 구독자를 유인·락인시킬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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