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정당에서 위장 탈당까지…민주당, 꼼수·편법 체질화되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2 14:00
  • 호수 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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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폭주에 당내에서도 우려 커져…국민의힘은 표정 관리

“규칙이 무너지면 난장판 된다. 민주당은 선을 넘었다.”

“민주주의 무너진다. 국민 보기 두렵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기류에 대한 국회의원 2명의 비판 목소리다. 국민의힘 등 야당 의원이 아닌, 민주당 내에서 나온 말이다. 전자는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서울 강북을 지역구 재선 박용진 의원, 후자는 검사 출신인 경기 남양주갑 지역구 재선 조응천 의원이 각각 4월21일 토로한 내용이다. 브레이크 없는 ‘검수완박’ 질주에 민주당 내에서도 ‘무리수’란 악평이 나오는 실정이다.

당내에서조차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검수완박’ 독주에 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요약된다. 야권과 검찰은 물론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도 반대하는 ‘검수완박’을 강행하는 게 민심과 동떨어진다는 취지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펼쳐지는 민주당의 독주 퍼레이드가 ‘자살골’이 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왼쪽 세 번째)가 4월2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 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소영·박용진·조응천 의원 등 ‘검수완박’ 대열에서 이탈

민주당 주도로 전개되는 ‘검수완박’ 정국은 4월21일 기준 입법의 9부 능선을 넘은 상태다. 1차 걸림돌로 꼽혔던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전격 탈당했다. 무소속이 된 민 의원이 비교섭단체 몫으로 안건조정위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여(민주당)-야(국민의힘·무소속) 3대3 동수였던 구도가 4대2로 짜이게 됐다. ‘검수완박’의 법사위 통과를 위한 장애물이 사라진 셈이라, 본회의 상정까지도 속전속결로 이뤄질 전망이다.

문제는 민주당의 행보에 “전례 없는 꼼수 탈당”이란 비판이 쏟아지면서 여론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본래 안건조정위는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도입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조치 중 하나로, 2012년 국회선진화법 논의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앞장서 주장한 장치다. 지금까지 유리한 구도를 선점하기 위해 같은 성향의 무소속 의원을 안건조정위에 고의 배치하는 일은 종종 있어왔지만, 엄연한 민주당 의원이 위장 탈당까지 감행하며 숫자를 맞춘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선을 넘었다’는 자조가 나온다. 이소영 민주당 비대위원은 자당 의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민 의원의 탈당은 너무나 명백한 편법”이라며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입법자인 우리가 스스로 편법적 수단까지 정당화하며 용인해선 안 된다. 수사·기소 분리 법안의 원내 입법 전략을 재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박용진 의원도 “민 의원의 탈당은 묘수가 아니라 꼼수다. 검찰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당내 반발 기류에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강제 종료할 수 있는 기준 의석수인 180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이소영·박용진·조응천 의원 외에도 이상민 의원과 여권 성향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도 ‘검수완박’ 대열에서 이탈했다. 다만 회기 쪼개기가 이뤄질 경우 필리버스터는 자동 종료되고 바로 표결에 돌입한다. 이후에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면 법안이 최종 통과된다. 민주당은 이 같은 ‘살라미 전술’을 위해 의사일정 진행과 법안 상정 권한을 가진 박병석 국회의장 설득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당 안팎의 비판에도 민주당이 ‘검수완박’ 강행 처리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윤석열 신임 정부 출범 이전에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민주당이 다수여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벽에 부딪히게 돼서다.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사실상 처리가 어려워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직 장관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이낙연·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전직 국무위원과 대통령 자문기구 및 대통령 소속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4월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직 장관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이낙연·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전직 국무위원과 대통령 자문기구 및 대통령 소속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 청와대 제공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어”

그보다 근본적으로는 이른바 ‘보복수사’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권 내내 검찰과 각을 세워온 만큼, 검찰 출신인 윤석열 당선인이 집권할 경우 민주당 인사들을 향한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장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의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이 걸려있고, 문 대통령도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양향자 의원은 “‘검수완박’을 이번에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에 갈 수 있다고 했다”며 민주당 관계자들의 말을 폭로하기도 했다.

민주당에 ‘독주’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작은 2020년 총선 당시 ‘위성정당 꼼수’ 국면 때였다. 민주당이 당 안팎의 우려에 눈감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 대열에 합류하면서 스스로 만든 선거법 개정안을 누더기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로 인해 범진보진영의 정의당과 결별 수순에 들어갔고, 이는 지금의 검수완박 정국과도 비슷하다. 이후 180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본격적인 입법 질주에 돌입, 공수처법이나 임대차 3법 등 쟁점 법안을 야당 합의 없이 단독 처리했다. 이에 민주당에선 수차례 입법 독주 관련 사과문을 쏟아냈으나, ‘검수완박’으로 독주 국면을 재연하게 됐다.

관심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6·1 지방선거로 쏠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질주에 싫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다. 오히려 상기된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스스로 악수를 뒀다. 또 자살골을 넣는 꼴”이라며 “국민의힘이 압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에 민주당은 ‘검수완박’ 추진을 여기서 멈추는 데 대한 더 큰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성 지지층이 결집하는 만큼 중도층 민심의 이반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를 하면서도,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서면 이도 저도 다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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