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부터 尹心 눈치”…유승민이 윤석열 저격한 이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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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여론 아닌 ‘당심’으로 경선 결과 갈리자 尹 저격
일부 의원들 “실제 劉 지지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시사저널 이종현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시사저널 이종현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정계 은퇴를 시사했다.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김은혜 의원에게 석패하면서다. 통상 경선에서 패한 후보는 승자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는 게 관례이지만 유 전 의원은 대신 ‘저격글’을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그 측근 그룹이 경선에서 ‘내 편 밀어주기’를 단행했다는 주장이다. 당 안팎에서는 유 전 의원을 향해 ‘내부총질’을 멈춰야 한다는 비판과 ‘충분히 일리 있는 비판’이라는 자성론이 동시에 제기된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0∼21일 이틀에 걸쳐 2파전으로 실시된 당내 경선에서 44.56%를 얻어 김 의원(52.67%·현역 의원 감산점 5% 반영)에게 패배했다. 당원들의 여론을 반영하는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김 의원이 압승했고,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유 전 의원이 우위를 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선 결과가 발표되자 유 전 의원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축하나 결과 승복이 아닌 김 의원과 당 주류세력을 저격하는 비판글이었다. 유 전 의원은 “공정도 상식도 아닌 경선이었다”며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고 적었다. 이어 “자객의 칼에 맞았다”며 “윤석열 당선자와의 대결에서 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선에서 ‘윤심(尹心) 마케팅’을 편 김 의원과 윤 당선인을 동시에 저격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현 국민의힘 상황을 “2016년 진박감별사들이 칼춤을 추던 때와 똑같다”고 지적했다. 당시 유 전 의원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서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 내려꽂기’와 ‘비박 후보 뽑아내기’가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탈당을 선언한 바 있다. 이번 국민의힘 경선에서도 ‘당선인 측근들’이 유리한 상황에서 경선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유 전 의원은 정계 은퇴를 암시했다. 그는 “경기도민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할 각오였는데, 일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며 “정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경기도를 사랑하겠다”고 적었다. 이어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되고 싶었으나, 물살은 세고 저의 힘은 부족했다”며 “여기가 멈출 곳이다. 제가 사랑하는 이 나라를 위하는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캡쳐
ⓒ페이스북 캡쳐

유 전 의원의 비판에 윤 당선인 측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경선 룰(rule)은 모든 후보들이 합의한 것으로 당원과 국민 여론 외 그 어떤 변수도 작용하지 않았다”며 “윤 당선인은 모든 후보들을 똑같이 격려했다. (윤 당선인이) 경선에 관여할 시간도, 이유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당 한켠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른바 ‘윤심’이 당 운영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TK(대구 ‧경북)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한 의원은 “개인적으로 유 전 의원을 돕고 싶어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윤 당선인이 유 전 의원을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실제 돌기도 했다”며 “이것이 풍문일 수도 있고 거짓일 지도 모른다. 다만 이런 얘기가 돈다는 것만으로도 ‘당심’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실 보좌관도 “(김 의원이) 같은 초선이기도 하지만 (윤 당선인과) 사이가 좋지 않은 후보를 돕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 ‘계파 갈등’이 표면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교롭게 지난 대선 당시 윤 당선인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준석 대표를 향한 당내 징계 절차도 개시됐다. 한 유튜브 채널이 제기한 ‘성상납 의혹’이 도화선이 됐다. 징계가 확정되면 이 대표의 대표직 유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친유 라인’으로 분류되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대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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