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의 종말?…TK에서 ‘박근혜 마케팅’ 실패한 이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4 16: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K 내 영향력 여전하지만 탄핵 後 ‘정치적 호감도’ 크게 저하
대권 주자급 洪에 비해 유영하 개인 경쟁력 떨어졌다는 분석도

“이제 지켜드려야지, 기대려 하면 안 된다.”

TK(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예전에 한창 ‘진박‧친박’ 논란이 일었을 때와는 당 안팎의 상황이 다르다”며 “옛날처럼 소위 대통령 이름을 팔아서는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보수 정당의 ‘텃밭’인 TK에서 ‘박근혜’는 신화적 존재였다. 그 이름을 딴 계파가 생길 정도로 정치권에서 오랜 기간 영향력을 행사했다. 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사 지지 선언을 하면서 ‘박근혜 마케팅’의 영향력이 다시금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경선 결과, ‘박심(朴心)’은 미풍에 그친 모양새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24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24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23일 대구시장 경선 결과, 홍준표 의원이 49.46%(현역 의원 출마 및 무소속 출마 이력 감산점 10% 반영)의 득표율로 후보에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26.43%로 그 뒤를 이었다. 기대를 모았던 유영하 변호사는 18.62%로 3위에 그쳤다.

홍 의원의 예고된 승리였다. 홍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호각을 다툰 중량급 정치인이다. 다만 홍 의원이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한 이유는 유영하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의 지지를 득하면서다. 박 전 대통령은 사면 직후 고향인 대구로 내려와 유 변호사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2017년 10월 국정농단 1심 형사재판에서 ‘재판 거부’를 선언하기 전까지 박씨 변호인단을 이끌었다.

박 전 대통령은 사저에 머물면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유 변호사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유 변호사 유튜브 채널 ‘유영하TV’에 공개된 4분54초 간 영상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유영하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게 된 것은 유 후보의 부탁도 있었지만 이심전심이었다”며 “제가 이루고 싶었던 꿈은 다 이루지 못하였지만 못 다한 이러한 꿈들을 저의 고향이자 유 후보의 고향인 이곳 대구에서 유 후보가 저를 대신해 이뤄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구 정가에서는 ‘대구시장의 열쇠를 박 전 대통령이 쥐고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당시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현재로서는 누가 (국민의힘 후보로) 대구시장 선거에 나설 것인가 예측이 어렵다. 강점이 저마다 뚜렷한 예비 후보들이 나선 상황”이라며 “이런 판세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 한 번, 박 전 대통령의 덕담 한마디가 여론을 움직일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유 변호사의 ‘대통령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비판했다. 홍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구시장 경선이 정책 대결의 장이 아니고 전직 대통령 팔이, 대통령 당선자 팔이 선거로 변질됐다”며 “대구의 중흥을 이끌 수장을 선출하는 경선이 이렇게 전개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적었다. 이어 “대구시민들과 당원 동지 여러분들만 바라보고 묵묵히 갑니다만 상식 밖의 씁쓸한 일만 생긴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의 우려와 유 변호사의 기대에도, 경선 결과 ‘박심’은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모양새다. 유 변호사는 홍 의원에게 30%포인트(p) 이상 크게 뒤졌다. 여기에 이른바 ‘윤심’을 앞세운 김재원 전 최고위원에게도 7.81%p 차로 밀렸다.

정치권에서는 유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 변호 외에는 큰 정치적 유산이 없었다는 점, 탄핵 사태를 겪으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예전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 점 등이 이번 경선 결과로 드러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옥바라지 외에는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인물이다. 대구 지역에서도 특별한 활동이 없었다”며 “유 변호사에 대한 개인적인 고마움이 있었겠지만, 이런 후보를 박 전 대통령이 밀었다는 건 부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윤석열 당선인은 TK에서는 비주류다. (지선에서는) TK 주류인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윤 당선인에 비해) 더 클 수밖에 없다”면서도 “탄핵을 겪으면서 (박 전 대통령의) 전국적인 호감도가 크게 떨어졌다.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