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 “《나의 해방일지》는 ‘해답’ 아닌 ‘해방’을 찾는 드라마”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30 13:00
  • 호수 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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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외지인 ‘구씨’ 역 맡아

손석구가 여심을 저격 중이다. 수수하지만 볼수록 빠져드는 외모와 ‘츤데레’ 캐릭터로 ‘추앙’을 유발시키고 있는 것. ‘추앙’은 손석구가 출연 중인 JTBC 《나의 해방일지》의 명대사에 포함된 단어로, 요즘 젊은 층의 유행어다. 《나의 해방일지》는 ‘견딜 수 없이 촌스러운 삼남매’의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운 행복소생기를 그린 드라마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 《로스쿨》을 연출한 김석윤 감독과 드라마 《또 오해영》 《나의 아저씨》의 박해영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수많은 인생작을 만든 두 사람의 콜라보인지라 벌써부터 ‘인생 드라마’ ‘힐링 드라마’ ‘정주행 드라마’라는 찬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연출을 맡은 김석윤 감독은 “《나의 해방일지》는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제목에 등장하는 ‘해방’은 넓은 의미를 갖고 있다. 성장이라는 것은 죽을 때까지 끝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 드라마는 어른들의 성장기를 그렸다고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올드미스 다이어리》와 《청담동 살아요》 이후 만난 박해영 작가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10년이 넘었다. 당시 박해영 작가와의 호흡은 너무 좋았다. 예전에는 자주 만나 의견을 교류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메일이나 메시지로 주로 소통했다. 구현 방향과 기획 의도가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엔 대본을 오롯이 구현하는 데 힘을 쏟았다. 과거에는 박해영 작가와 합을 이루면서 연출 방향을 정했다면, 이번에는 작가의 의도를 오롯이 구현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그래서 작가의 생각을 잘 담아내는 게 연출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극 중 손석구가 맡은 역할은 산포마을에 나타난 미스터리 외지인 ‘구씨’. 존재감부터 남다른 그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자꾸만 눈이 가는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정체가 드러날수록 시청률도 비례하고 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스펙트럼을 넓히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손석구는 구씨 역할로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 작품 개성 있는 연기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지만, 이번 작품은 특히 더 많은 시청자의 호평을 얻고 있다. 중반부 진입을 앞두고 있는 《나의 해방일지》에서 손석구가 그려낼 구씨라는 인물에게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상대역 김지원은 무채색 인생에서 해방을 원하는 여자 ‘염미정’을, 이민기는 극 중 계획 없는 삶이 계획인 남자 ‘염창희’를, 이엘은 삼남매 중 맏이인 ‘염기정’을 맡아 열연 중이다. ‘구씨’의 양면성을 명석하게 표현해 내고 있는 배우 손석구를 만났다.

ⓒJTBC 제공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어느 날 소속사 대표에게 연락이 왔다. ‘김석윤 감독님이 새 작품을 준비하는데, 감독님과 함께하는 배우들은 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해.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을 거야’라고 하더라. 그리고 대본을 받아서 읽어봤는데, 실제 이야기 같더라. 현실 이야기를 다룬 대본을 옛날부터 갈망해 왔다. 그래서 누구보다 행복하게 작품에 임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해방일지》는 내게 최고의 조합이었다.”

미스터리한 인물 구씨를 연기한다.

“보통 사람 사이의 관계를 차단하기가 쉽지 않은데, 구씨는 이를 실현에 옮기는 인물이다.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없는 듯 행동한다.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이 부럽기도 하다. 근데 그 안에 미정이(김지원 역할)가 들어온다. 처음에는 좋지 않았을 거다. 미정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경계를 허물고 아예 무너져 버리게 만든 인물이다. 미스터리한 인물이니만큼 초반엔 대사가 없었다. 서울에서 두 시간 차를 타고 연천에 가서 촬영하는데, 가끔은 좀 허무했다. 어떨 때는 한마디도 안 하고 집에 오기도 했으니까. 나중에는 (대사를) 많이 한다.”

 

손석구와 김지원은 극 중 ‘추앙하는 사이’로 특별한 연기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염미정(김지원 역)에게 구씨는 어떤 존재일까. 김지원은 “구씨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미정이가 구씨에게 어떠한 동질감을 느끼면서 관계가 시작되는데, 미정이도 대인관계에 피로를 가지고 있는 친구고, 구씨도 사람을 대하는 게 싫은 사람이라 두 사람이 나누는 감정들이 공감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씨와 손석구의 싱크로율은 어떤가.

“구씨는 그간 연기했던 인물 중에서 저랑 제일 많이 달랐던 캐릭터다. 연기를 하면서 구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상처를 잘 받고, 어두운 캐릭터라고 느꼈다. 저랑 아주 많이 다른 사람이다.”

김석윤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제가 맡은 역할이 미스터리한 인물이니만큼 감독님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감독님이 하라는 대로 했다. 감독님이 디렉션을 숫자로 하시는 걸 좋아하신다. ‘5 정도, 6 정도로 가자’고 하셨다. 신기하게 제가 그 말을 알아듣고 그렇게 연기를 하더라. 그런 의미에서 감독님과의 호흡은 10점 만점에 10.38이다. 0.38은 저만의 감성 한 티스푼을 더했다(웃음).”

밭일을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촬영하면서 밭일을 진짜 많이 했다. 많은 작물을 수확했다. 해보니까 고추 따는 게 적성에 맞더라. 염가네가 땅이 많다. 소유한 땅이 많아 작물도 많이 키운다. 싱크대 작업도 했지만 밭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명대사가 많다.

“‘술을 마시다 보면 시간이 잘 간다’ ‘나는 이제 행복의 사이즈를 줄여서 다가올 불행을 막으려고 하는 것 같다’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나도 요즘 공감하는 이야기다.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자주 살펴보는 기회를 가졌다. 희망을 갖고 싶은데 잘 안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해답을 찾는 드라마가 아니라, 해방을 찾는 드라마라는 것을 알았다.”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이 드라마는 모든 이가 ‘나름의 전쟁’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자기만큼 힘든 사람을 보면서 현실적으로 따뜻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는 5월18일 영화 《범죄도시2》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일찌감치 촬영을 끝낸 작품이다. 2017년 개봉해 688만 관객을 동원한 레전드 청불 액션영화 《범죄도시》의 속편으로,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와 금천서 강력반이 베트남 일대를 장악한 최강 빌런 ‘강해상’(손석구)을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작전을 그린 영화다.

 

인기 영화의 속편에 합류하게 됐는데 부담이 없는지도 궁금하다.

“처음에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나 촬영할 때는 부담감이 전혀 없었다. 한데 예고편이 나오고 댓글을 보니까 그때부터 부담감이 생기더라. 전작이 너무나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인 데다, 저는 2편에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이다 보니 뒤늦게 현실감이 생겼다.”

1편의 ‘빌런’ 장첸(윤계상 역)에 버금가는 악역으로 등장한다.

“범죄자인데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는, 글로벌한 악당이다. 굳이 전편의 캐릭터와 다르게 하려고 하거나 새로운 걸 보여주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냥 제 걸 할 때가 가장 결과물이 좋았던 것 같다. 캐릭터가 나 같고, 나에게서 나온 거고, 그게 진짜 같기만 하면 좋으니까 하던 대로 했다.”

스타일도 파격적이라고 들었다.

“현실적인 범죄영화이고 비주얼에도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작품이라 신경을 많이 썼다. 옷과 헤어, 분장, 문신 등 온갖 걸 다 시도해 봤고 일곱 번 이상의 스타일 변신을 시도했었다. 보통 마동석 배우와 파트너로 연기하는 배우들은 기본 10kg 이상 살찌우고 온다더라. 그래서 저도 그렇게 해봤는데 체중을 늘리고 그 체중을 촬영 내내 유지하는 게 힘들더라.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액션 연기도 처음 시도했다.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는 했다. 스턴트팀의 막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 그런 자세로 하지 않으면 배우로서의 한계치가 보일 것 같더라. 더 시켜서 더 좋은 그림을 뽑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열심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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