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그룹, 대기업 지정으로 ‘일감 몰아주기’ 리스크 직면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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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심각한 수준…내부거래 축소보다 계열분리 꼼수 쓰나
ⓒ시사저널 최준필
ⓒ시사저널 최준필

농심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며 대기업 반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게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농심은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농심그룹은 현재 고(故)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분야별로 나눠 경영하고 있다. 장남 신동원 농심 회장은 주력인 식품사업(농심홀딩스)을 맡았고,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과 삼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에게는 각각 화학사업(율촌화학) 유통사업(메가마트)이 주어졌다. 이들 농심가(家) 삼형제에게는 저마다 ‘일감 몰아주기용 회사’가 있다.

이른바 ‘장남회사’로는 태경농산과 농심엔지니어링이 있다. 이들 계열사는 장남 신동원 회장이 최대주주(42.92%)인 농심홀딩스의 100% 자회사다. 농심홀딩스를 통해 간접 지배하는 셈이다.

이들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상당하다. 태경농산은 지난해 전체 매출 4133억원 가운데 52.48%에 해당하는 2169억원이 내부거래에서 나왔다. 농심엔지니어링도 같은 해 총매출 1724억원 중 557억원(32.33%)을 각각 내부거래로 올렸다.

이른바 ‘차남회사’인 율촌화학도 마찬가지다. 신동윤 부회장(19.36%) 등 오너 일가가 지분 32.63%를 보유한 포장재 생산업체로, 그동안 매년 40%대의 내부거래 비중을 유지했다. 율촌화학의 2020년과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각각 41.47%(총매출 4985억원-내부거래액 2067억원)과 39.30%(5125억원-2014억원)이었다.

‘삼남회사’로 분류되는 농심미분과 호텔농심도 다르지 않다. 곡물 제분업체인 농심미분은 신동익 부회장(60%)과 그의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오너 일가 회사다. 호텔농심의 경우는 신동익 부회장이 지분 56.14%를 보유한 메가마트의 100% 자회사다. 농심미분과 호텔농심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각각 27.46%(136억원-37억원)과 45.49%(268억원-122억원)이었다.

이밖에 정보통신(IT) 서비스업체인 엔디에스의 경우는 동원(15.24%)·동윤(11.75%)·동익(14.29%) 삼형제가 지분 41.28%를 나눠 갖고 있다. 그러나 메가마트가 이 회사 지분 53.97%를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사실상 신동익 부회장의 지배 아래 있다는 평가다. 엔디에스의 지난해 내부거래율은 33.61%(1177억원-395억원)였다.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노출되면서 농심그룹은 당장 내부거래를 축소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업계에서는 농심그룹 내에서 이뤄지는 일감 몰아주기의 규모와 수준을 감안할 때, 이를 해소하는 건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농심이 내부거래를 축소하는 대신 형제간 계열분리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형제가 각각 독립적인 경영체제를 구축할 경우 자산총액 기준에 따라 대기업 집단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특히 농심 삼형제는 계열분리의 초석을 다진 상태다. 신동익 부회장은 1999년 메가마트를 중심으로 별도 경영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신동익 부회장→메가마트→호텔농심·농심미분·엔디에스·농심캐피탈 등 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다. 또 2017년에는 신동원·신동윤 형제간 계열분리 조짐도 포착됐다. 상대 회사 주식을 서로 거래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당시 신동원 부회장은 신동윤 부회장의 농심홀딩스 주식 6.5%를 매입해 지분율을 36.93%에서 42.92%로 끌어올렸고, 신동윤 부회장도 농심홀딩스로부터 율촌화학 주식 8.3%를 사들여 지분율을 5.10%에서 13.93%로 확대했다.

향후 신동윤 부회장이 보유 중인 농심홀딩스 지분 13.18%를 신동원 부회장이, 농심홀딩스의 율촌화학 지분 31.94%를 신동윤 부회장이 각각 확보할 경우 형제간 계열분리는 사실상 마무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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