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졌는데…오너 리스크로 속내 복잡한 업비트·빗썸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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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업계 최초로 대기업 된 두나무, 오너 리스크에 발목 잡히나
업계 2위 빗썸도 아직 실소유주 리스크 해소되지 않아 '골머리'
송치형 두나무 회장(오른쪽)과 이정훈 전 빗썸 의장(왼쪽) ⓒ두나무·빗썸
업비트 대주주인 송치형 두나무 회장과 빗썸 실소유주인 이정훈 전 의장(왼쪽부터) ⓒ두나무·빗썸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1, 2 위 업체인 업비트와 빗썸이 급성장한 외형과 달리 지속된 오너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업비트 대주주 송치형 두나무 회장과 빗썸의 실소유주인 이정훈 전 빗썸 의장이 수천억원대의 사기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양대산맥이 오너리스크가 지속된 탓에 글로벌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9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 집단에 지정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두나무는 지난해 자산총액 10조8225억원을 기록하면서 가상화폐 거래소로는 최초로 대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이에 따라 두나무는 계열사 간 상호출자와 순환출자, 채무보증 금지 등 각종 규제를 받게 됐다. 

특히 송치형 회장(지분율 25.66%)은 두나무 총수로 지정되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공정위는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를 대기업집단의 총수로 판단해 대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 의무를 부여한다. 지정자료 허위·누락 제출이 발견될 경우 해당 총수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송 의장의 책임과 의무가 강화된 것이다.

이 때문에 송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송 회장과 두나무 경영진은 가짜 회원계정을 만들어 암호화폐 자전거래로 1500억원을 챙긴 혐의(사기·사전자기록위작 등)로 불구속 기소됐다. 2020년 1월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2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3차 공판까지 열렸다.

업계에서는 재판 결과에 따라 송 회장은 물론 두나무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전망했다. 특금법(특정금융거래정보의이용및보고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신고 제출 기준 5년 내 대주주와 임원의 벌금형 이상의 선고 경력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의 결격 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송 회장은 두나무의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당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 무죄가 뒤집어지면, 업계 선두인 두나무의 사업자 등록 유지 여부가 불투명해지게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벌금형 이상 선고시 가상자산사업자 자격 박탈 

가상화폐거래소 업계 2위인 빗썸도 사정이 비슷하다. 빗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이정훈 전 빗썸 의장은 1600억원대의 코인 관련 사기 혐의로 기소돼 3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이 전 의장은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되면서 2017년 빗썸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 전 의장은 여전히 자신들의 측근과 가족 등을 통해 빗썸의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빗썸의 이사회는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이 전 의장 측근들로 꾸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30일 빗썸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된 김상흠 아이템베이 대표와 이재원 전 빗썸글로벌 실장은 이 전 의장 측근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이와 함께 허백영 빗썸 대표이사와 이정아 빗썸 부사장도 마찬가지다. 이정아 빗썸 부사장 역시 이 전 의장의 측근으로 통한다. 아울러 지난 1월 진행된 이 전 의장 재판에서 빗썸 출신 직원이 이 전 의장이 줄곧 빗썸의 경영과 관련된 업무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업비트와 빗썸의 오너리스크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 오너들이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되면서 가상화폐 시장의 신뢰성을 해치고 있다”며 “가상화폐는 세계적인 추세다. 가상화폐 시장이 성장하려면, 사업자들도 윤리의식과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가상화폐 거래가 붐을 일으켰던 2017년 두 회사는 전세계 가상화폐 거래량 1, 2위를 다퉜다. 하지만 업비트와 빗썸의 오너리스크가 불거지고, 가상화폐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제기되면서 5년 사이 두 회사의 거래량 순위가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가상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업비트와 빗썸의 거래량은 각각 18위와 28위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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