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올드해지기 싫어 젊은 뮤지션과 협업”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5.07 16:00
  • 호수 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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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9집으로 컴백한 22년 차 가수 싸이
타이틀곡 《댓댓》으로 슈가와 호흡 맞춰

“5년 만에 돌아온, 22년 차 가수 싸이입니다!” 싸이가 9집 정규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디지털 싱글 앨범이 판을 치는 요즘 세상에, 싸이의 이번 앨범은 총 12곡이 담겨있는 CD 앨범이다. 어느 가수가 그렇지 않겠냐마는 싸이 스스로도 참으로 오랜 시간(5년), 정말 열심히 준비했노라고 말한다. 12곡 중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건 총 7개. 무엇보다 이 앨범은 ‘잘나가는’ 후배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완성된, 싸이이기에 가능한 앨범이다. 방탄소년단의 슈가, 지코, 수지, 성시경, 헤이즈, 제시, 화사, 크러쉬, 타블로가 싸이의 9집 앨범에 각각의 역할로 힘을 보탰다. 싸이는 “마흔 중반이지만 감각만은 늙고 싶지 않다. 진부함을 늘 경계한다. 그런 의미에서 후배들과의 콜라보는 내게 큰 자극이 된다”고 협업의 이유를 밝혔다.

다시 만난 싸이는 여전했다. 변함없이 싸이스러웠다. 특유의 춤동작도, 전매특허 랩도, 헤어스타일도, 입담도 여전했다. 《강남스타일》 이후 잠시 들어갔던 어깨의 힘도 빠졌다. 진짜 싸이가 돌아와서 더욱 반갑다. 무엇보다 타이틀 곡 《댓댓(That That, prod. & ft. SUGA of BTS)》은 방탄소년단 슈가와 호흡을 맞췄다. 공동 프로듀싱을 하고 작사, 작곡, 편곡을 함께 했다. 역대 가장 글로벌한 국내 가수 2명이 콜라보한 셈이다.

ⓒ피네이션 제공

정규 7집 때는 초심, 8집은 본심으로 만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9집은 어떤가.

“7집 때는 초심이 많이 요구됐다. 그리고 8집은 초심을 못 찾아서 본심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9집은, 그냥 열심히 했다. 열정의 마음을 담아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 기자님도 오늘 퇴근 후에 시간이 괜찮으면 꼭 1번 트랙부터 12번까지, 순차적으로 이 앨범을 들어주면 좋겠다. 열과 성을 다했다. 아끼지 않는 곡이 없다. ‘진인사대천명(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것을 이르는 뜻)’이라는 말이 있다. ‘진인사’를 다 한 앨범이다.”

앨범 타이틀명(싸다9)이 인상적이다.

“‘싸다구’가 강원도 방언이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2집 때부터 숫자와 연관 지어 앨범 타이틀명을 정했는데 그 연속성이다. 의미는 ‘싸’이의 ‘다’채로운 ‘9집’ 앨범이라는 뜻이다. ‘싸다구’라는 말이 자칫 1차원으로만 들릴 거 같아서 의미를 부여했다.”

쟁쟁한 후배 가수들과의 콜라보가 많다.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뿌듯했다. 후배 뮤지션 7명이 함께 노래를 불러줬는데 모두 어떤 조건도 없이 흔쾌히 수락해 줬다. 이질감 없이 후배들과 교감했다는 점도 스스로 뿌듯하고 감사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후배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20년 차 가수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자신의 것에 만족하는 것. 진부해지지 않는 게 관건이었다. 올드해지는 게 싫다. 여전히 내 음악을 사랑해 주는 팬이 많지만 그래서 젊은 뮤지션과의 호흡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도 후배들과의 협업을 ‘애타게’ 원했던 이유다.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싶다.”

싸이의 9집 앨범 《싸다9》 표지. 디지털 시대에 역행하는 CD 앨범으로 돌아왔다.ⓒ피네이션 제공

타이틀곡 《댓댓》은 방탄소년단 슈가와 함께 했다. 그 과정이 궁금하다.

“슈가와 작사, 작곡뿐만 아니라 가창, 뮤비까지 함께 한 곡이다. 작년 가을에 슈가가 방탄소년단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다. 동시에 프로듀서로서도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가던 중 나에게 연락이 왔다. 자신에게 너무 어울리는 노래를 만들게 됐다며 프로듀싱하고 싶다는 거다. 그게 이 노래다.”

어떤 시너지가 있었다고 생각하나.

“나는 전문 작곡가가 아니다. 영감이 주기적으로 떠오르지 않는다. 창작의 불이 붙을 만한 계기가 없으면 곡이 잘 안 써진다. 슈가와 작업을 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됐다. 나도 예전에 그랬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 열정적인 아티스트였다. 곡 작업을 하면서 그 친구의 뜨거운 열기에 사로잡혔을 정도다. 슈가 덕분에 열정적이고 재미있게, 또 조금은 거칠게 음악을 했던 과거를 돌아보게 됐다.”

지난 앨범을 두고 자신이 수출이 아닌 내수용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방탄소년단의 슈가가 참여한 이번 앨범은 말이 달라진다. 글로벌 진출도 기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 수출이냐, 내수냐…. 이런 단어를 썼었다니 미국병 말기였던 거 같다. 이해해 달라. 굳이 경계가 없다. 미국에서 《강남스타일》이라는 커다란 지진과 여진이 남아있던 건 과거의 일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내가 지금 주안점을 두고 있는 건 한국에서 열릴 공연이다. 신곡은 과거에 그랬듯이 콘서트의 레퍼토리 보강 차원이다. 다시 나는 내 자리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하나 피처링이 슈가이니만큼 미세하게, 아주 미세하게 마음속으로 유튜브 조회 수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한다. 하하. 슈가가 작사, 작곡, 뮤직비디오까지 어떠한 조건 없이 애를 많이 써줬다. 그래서 이 곡이 잘됐으면 좋겠다.”

《강남스타일》이 탄생한 지 10년이 지났다.

“오늘 《강남스타일》이 44억 뷰를 얻었다. 그 노래는 참 특별하다. 물론 과거에 젖어 사는 건 아니지만, 방 한구석에 진열된 가장 큰 트로피라고 생각한다.”

‘빌보드 선배’로서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있을 것 같다.

“‘빌보드 선배’라는 호칭이 민망하긴 하지만, 과거 《강남스타일》로 한창 활약하던 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흥행의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곡이 뜨는 경우와 사람이 뜨는 경우가 있는데, 사람이 뜰 때가 인기 수명이 훨씬 길다. 사람이 뜨면 다음 곡이 덜 좋아도 적당히 인기를 끌 수 있는데, 사람이 아닌 곡이 뜨면 다음 곡의 성적을 전혀 예상할 수 없다. 《강남스타일》은 곡이 뜬 케이스다. 그래서 굉장히 정신적으로 피폐한 시기를 거쳤다. 건강한 흥행은 아니었다. 어떤 외국인은 내 이름이 ‘강남스타일’인 줄 알더라. 현재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같은 후배들은 나와 다른 케이스다. 가수들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속 가능한 인기라고 생각한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1위를 이뤘을 때 개인적으로 굉장히 뜨겁게 기뻐했던 기억이 있다. 국위 선양을 위해 음악을 하는 건 아니겠지만, 방탄소년단은 앞으로도 우리 모두에게 자랑스러운 순간을 많이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앨범 첫 번째 트랙인 《9intro》의 가사를 보면 이런 게 있다. ‘40 하고도 절반이 지나버린, 이번 앨범도 20대가 타깃, 사실은 나 꼰대 맞아, 라떼는 이런 게 찢었단다. 롱런의 비결을 내게 물어보신다면 딱 하나 존나 버텨.’ 이번 앨범이 20대들에게 어떻게 들리길 바라나.

“내 앨범의 리스너 또는 콘서트 관객 중 20대 비중이 높다는 건 하늘에 감사할 일이다. 40대 중반인 내 나이에 20대들에게 소비당하는 건, 나이를 안 먹는 기분이다. 20대들이 이 앨범을 듣고 그런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이 형 아직도 이러네’ ‘아직도 쓸데없는 고퀄 뮤비를 찍고, 아직도 이상한 춤을 추고 이상한 옷을 입네’ 이 말을 들으면 성공이다.”

지난 몇 년간 가수가 아닌 기획사 ‘피네이션’의 수장으로 열일을 했다. 피네이션이 다른 소속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사실 이렇다 할 게 없다. 아직은 업력이 짧고 규모도 작다. 그래서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말하는 게 시기상조다. 현재는 조직을 튼튼하게 갖추는 과정에 있다. 그럼에도 피네이션만의 지향점은 있다. 내가 가요계에서 20년 넘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무대 위에서의 존재감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내가 소름 끼치는 가창력이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럼에도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무대 위에서의 남다름이다. 우리 소속 가수들 모두가 그렇다. 앞으로도 ‘무대 체질’ 아티스트만 모시려고 한다.”

디지털 싱글 앨범이 대세인 요즘이다. 13곡이 수록된 CD 앨범을 오랜만에 본다. 싸이에게 어떤 의미인가.

“아이돌 세계에서는 CD가 최고의 굿즈라고 하더라. 사실 CD를 들을 데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차에서조차 듣기 힘들어졌다. 이번에 CD를 만들면서 누가 들을까 싶기도 했다. 나 같은 고전 가수가 디지털 시대에 정규 음원을 내는 것도 사실은 소모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내가 가요계에서 처한 위치를 보면 선배, 후배들 사이에 위치한 허리쯤 된다. 가요계의 조화를 생각한다면 디지털 시대를 역행하는 행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이 앨범이 소모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에겐 아니다. 유의미한 결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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