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국회 유린, 끝은 어디인가 [쓴소리 곧은 소리]
  •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cj0208@hanmail.net)
  • 승인 2022.05.08 10:00
  • 호수 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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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재명 두 기둥이 무너지면 당의 미래는 없다는 위기감 팽배
극한 대치로 지지층 결집 노려…6·1 지방선거 ‘민주당 심판론’이 변수

사람들이 히틀러를 희대의 독재자라고 증오하면서도 그의 책을 탐독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독일의 의사이자 작가인 막스 피카르트(Max Picard)는 “현대인의 어두운 내면에 이미 히틀러가 들어와 있기 때문”이라고 간파했다. 겉으로는 히틀러를 미워하면서도 은연중에 닮아간다는 뜻이다. 5월10일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식을 코앞에 두고 벌어지는 여야 격돌 정국에서도 ‘히틀러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박병석 국회의장(왼쪽)이 4월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검찰 수사권 박탈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윤석열 취임식’ 뒤 낙선 인사 명분 전국 순회할 듯

요즘 민주당은 문자 그대로 ‘총공세’ ‘융단폭격’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현대 정치사에서 대선이 끝나자마자 패배한 정당이 승리한 정당을 이토록 공격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오죽하면 ‘패자의 오만’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을까. 권력이동기에 ‘무자비함’ ‘독선’ ‘선동’ 같은 히틀러 징후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인 송영길 전 대표가 4월29일, 국민의힘의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국민투표 주장을 ‘히틀러가 좋아하는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한 뒤 ‘히틀러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그는 작년 10월에도 윤 후보에게 ‘히틀러 시스템 정치’ 운운하며 비판했고, 윤석열 당선인은 올해 2월 자신의 정치보복 가능성을 제기한 이재명 후보 쪽을 항해 ‘히틀러처럼 뒤집어씌우기는 세계 최고’라고 맞받았다.

평소 두루뭉실한 우회 화법을 구사하는 문재인 대통령도 공격적으로 변했다. 그는 손석희 전 앵커와의 대담 등에서 윤 당선인의 정책에 대해 “집무실 이전을 꼭 고집한다면” “매우 위험” “마땅치 않아” 같은 직설 언어를 구사하더니 급기야 5월3일 오전 국무회의를 오후로 연기해 가며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해 버렸다. 임기말 대통령의 ‘뒤끝 작렬’이 이 정도인 사람은 없었다. 그 전날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인수위 측에 5월10일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거부하겠다고 통보했다. 재기를 노리는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은 윤 당선인의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낙선 인사’를 명분으로 전국을 돌며 외곽 때리기에 나설 참이다. 만약 이 고문이 6월1일 재보선을 통해 금배지를 달고 제도권에 진입하면, 윤석열-이재명의 2라운드 재대결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전쟁과 전투에는 특공대들이 있는 법. 최강욱·민형배·김용민 의원 등 10여 명의 민주당 초선의원들로 구성된 ‘처럼회’라는 이름의 ‘매파 그루빠’는 180여 명의 여권 의원을 강경으로 이끌고 있다.

민주당은 왜 강경으로 치닫는 것일까. 왜 극한 대치를 자초하는 것일까. 역풍은 거세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검수완박 법안이 일방 처리되자 “21대 국회는 조종(弔鐘)을 울렸다. 국민의 힘으로 조기 해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을 지낸 사람이 국회 해산을 촉구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정의화 전 의장은 “임기를 다하고 물러나는 대통령이 국민이 반대하는 법을 공포한다면 국민주권과 삼권분립이 허물어지는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작금의 ‘문재인 스타일’을 보면 ‘노무현 스타일’보다 훨씬 거침이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쟁사(史)에서 ‘위험한 공격’을 감행하는 원인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분노와 위기감이다. 민주당은 0.73%의 아슬아슬한 패배를 생각하면 할수록 분노가 치밀어 잠을 못 이룰 것이다. 얼마나 화가 솟구쳤으면 송영길 전 대표는 윤석열 당선을 ‘0.73%짜리’라고 하고, 탁현민 청와대 비서관은 “문 대통령을 걸고 넘어가면 물어버리겠다”고 했을까. 정치학자 볼칸(Volkan)은 인간의 분노가 강력한 가상의 적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3·9 대선 이후 민주당은 구심점도 없고 지지층도 약화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사정 한파가 몰아쳐 문재인-이재명 두 기둥이 무너진다면 민주당의 미래는 없다. 이런 위기감과 공포심이 확산되어 ‘검수완박 100% 찬성’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조선 최고의 칼잡이’라는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와 검찰을 완전히 무력화시켜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른바 ‘문재명 지키기’ ‘문재명 방탄법’의 탄생 배경이다.

 

처칠 “민주주의의 힘, 평범한 유권자와 5분 대화에서 나와”

그렇다면 민주당의 무모한 출구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임기 막판인데도 40% 안팎을 넘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지방선거 민심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정국을 강대강으로 몰고 가야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시켜 지난 대선 때처럼 절반의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전략이 먹힐지도 관심이다. 검수완박 역풍을 타고 국민의힘이 내건 ‘민주당 심판론’이 지방선거 승부의 변수가 될 것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전체 17개 광역단체장 중 8개 이상 당선을 목표로 정했다. 특히 1300만 인구를 가진 경기지사 선거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경기도 상황은 객관적으로 어느 당의 승리를 예측하기 어렵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낙관할 수 없다. 지난 대선 막판에 윤석열 당선인 쪽으로 기울었던 2030 젊은 층을 포함하는 중도층의 표심이 관건이다. 집권 초기에 유권자들이 새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내는 이른바 ‘허니문 마인드(honeymoon mind, 밀월심리)’가 민주당엔 불리한 요소다. 또 하나 변수는 ‘떠오르는 태양의 법칙’이다. 과거 대통령 취임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진행되었던 새 대통령으로의 권력 쏠림현상이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Mein Kampf)》을 보면, 누구나 혹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지만 위험천만하다. “민중의 분노를 일깨우고 대중을 하나로 결집시켜라” “거짓말도 자꾸 반복하면 어느 순간 믿게 된다” “첨예한 대립구도를 만들어라” “상대를 제압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공포와 힘이다” .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 윤석열 당선인과 정치인들, 그리고 민주당은 히틀러의 화려한 언변과 선동술이 아니라 히틀러를 물리친 처칠의 진한 애국심과 담대한 용기를 본받아야 한다. 처칠의 명언 하나가 와닿는다. “민주주의의 최고의 힘은 평범한 유권자와 5분 대화에서 나온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br>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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