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2m 산책줄’은 모두를 위한 약속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5.16 11:00
  • 호수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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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부터 개정법 시행…반려인들의 고민과 실천 절실

2월11일부터 반려견 산책줄 길이를 2m로 제한하는 법안이 시행됐다. 2020년 2월 개정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 것이다. 왜 이렇게 산책줄 길이를 법으로까지 제한하게 된 것일까? 

한때 마당 한쪽에 묶여 길러지던 개는 이제 당당히 가족의 일원으로 대우받는다. ‘반려견’이란 용어가 자연스러워졌을 정도로 사회적 인식에 큰 변화가 생겼다. 개를 항상 묶어놓거나 집을 지키도록 하는 게 아니라 꾸준히 산책을 시켜주는 분위기도 안착했다. 개와 함께 산책을 즐기는 반려인이 늘어나고 산책용품 시장 또한 매우 커졌다. 

산책용품을 고를 때 사람들의 선택 기준은 반려견의 크기와 모습만큼이나 다양하다. 제품의 안정성과 디자인뿐 아니라 산책줄을 착용하는 반려견의 편의성도 고려하게 된다. 산책줄 형태와 길이 또한 이런 보호자들의 니즈(욕구)에 맞게 변해 왔는데, 그중 산책줄 길이는 점점 길어지는 형태로 진화했다. 짧은 산책줄이 반려견의 행동을 제한해 산책의 즐거움을 반감시킨다는 반려견 행동 전문가들의 의견이 보호자들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기에 1.8m 정도로 비교적 짧았던 산책줄은 2m, 3m로 다양해지고 심지어 그 이상으로 늘어났다. 늘었다 줄었다 하는 자동줄까지 출시돼 반려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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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산책줄로 인해 많은 문제 발생 

하지만 이런 산책줄의 변화는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켰다. 긴 산책줄은 보호자와의 거리를 멀게 하고 행동반경이 넓어져 우발적인 상황에서 개가 흥분하는 경우 적절히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줄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흥분한 개가 튀어나갈 때 계속 늘어나 통제 불능 상태를 초래하기 일쑤였다. 개를 통제하지 못해 일어나는 사고 외에도 긴 산책줄에 사람들이 걸리거나 자전거와 꼬여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산책줄 길이를 제한하게 된 배경은 긴 산책줄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반려견과 보호자의 산책 편의를 위해 산책줄은 길어졌지만, 이렇게 늘어난 산책줄은 잦은 사고를 유발했고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갈등을 깊어지게 했다. 법의 통제 밖에서 점점 길어져온 산책줄은 결국 법적 제한을 받아 2m로 짧아지게 됐다.

2m의 산책줄이 더 긴 산책줄보다 반려견의 행동을 제한하고 자율성을 막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2m 산책줄을 매개로 반려견은 보호자와 더 긴밀히 소통할 수 있다. 나의 반려견과 다른 사람들이 안전하게 산책을 즐길 수도 있다. 그렇기에 2m 산책줄을 반려인과 반려견을 옥죄는 수단으로 매도해선 안 된다. 우리 모두를 위한 약속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울러 그동안 나와 나의 반려견의 편의와 자유를 위해 누군가의 자유를 침해해온 것은 아닌지 고찰해 봐야 한다. 이런 깊은 고민과 실천이 수반된다면 산책줄이 더 짧아질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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