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을 기점으로 김건희 여사도 공식 등판했다. 김 여사는 지난해 12월 경력 부풀리기 논란 등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이후 공개 일정을 자제해오다, 5개월 만에 다시 국민 앞에 섰다. 김 여사 측은 향후 ‘조용한 내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엔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김 여사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윤 대통령과 출근길을 함께 하며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11시께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도착해서는 시민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별다른 공식 발언을 내놓진 않았지만, 간혹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짧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전 국립현충원 참배에서는 검은 정장 차림이었으며 취임식에선 흰색 원피스를 입은 모습이었다.
“적극적 행보 고려 안 해…조용한 내조 이어갈 것”
김 여사 측은 여론의 관심을 의식해 당분간 공식 활동 대신 ‘조용한 내조’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김 여사 측 관계자는 “적극적인 행보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며 “조용한 내조를 하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독 일정을 갖는 대신 윤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공식 석상에 함께하는 자리 등만 소화한다는 구상이다.
김 여사 측은 자신의 회사 코바나컨텐츠도 폐업 수순을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김 여사는 윤 대통령 공식 취임 이후에도 자신의 회사를 지속 운영하며 헌정 사상 처음으로 ‘직책 있는 영부인’으로서 활동 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으나, 이는 실현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야당 측에서 코바나컨텐츠를 둘러싼 허위 전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김 여사는 ‘조용한 내조’의 일환으로 차후 유기견과 소외계층 등을 위한 봉사활동 등의 일상을 공유하며 물밑에서 국민과 소통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여사가 전시 기획사인 코바나컨텐츠를 15년간 운영해온 것을 고려해 전문분야를 살려 문화‧예술 분야 지원 활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金 일거수일투족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野 공세도 거세질 듯
다만 김 여사 측의 ‘조용한 내조’ 의지와는 달리, 그의 일거수일투족엔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 3월9일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사찰 방문 등의 비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본격 영부인으로서 채비에 나섰는데, 그때마다 김 여사의 패션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김 여사의 치마나 가방 등은 한 때 품절 소동을 빚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야당 일각에서도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정치판 한 가운데로 소환하려는 태세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세를 집중하는 의혹은 ‘김건희 실세’ 프레임이다.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한 후보자와 김 여사가 나눈 수백 통의 SNS 메시지가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여사가 한 후보자에게 명령을 내리는 관계라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해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의 1인자는 김건희”라고 했다.
야당 측에선 대통령실 인선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고도 의심하고 있다. 국정홍보비서관에 내정된 강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나 법률비서관에 내정된 주진우 변호사, 종교다문화비서관에 내정된 김성회 자유일보 논설위원 등이 모두 김 여사와 친분을 공유하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새 대통령 관저로 쓰일 외교부 공관에 김 여사가 방문했을 당시 나무를 자르라고 지시하거나 현 정의용 외교부 장관 부인에게 나가 달라 요구했다고 주장하며, 이른바 ‘갑질 의혹’을 띄운 상태다.
김 여사 측은 이 같은 의혹 제기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특히 김 여사 측은 외교부 공관 갑질 의혹에 대해선 ‘거짓 선동’이라고 일축하며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