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 인사’ 최대 뇌관 정호영 후보자와 1시간 공방
  • 김현지·공성윤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2.05.13 07:00
  • 호수 17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와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벌인 공격적 ‘장외 청문회’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아야 하는 교훈 체험”
“젊은 세대에게 미안…의료 민영화는 생각해본 적 없어”

‘윤석열 인사’ 문제의 최대 뇌관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다. 경북대 의대 교수인 그는 후보자 지명 초기부터 두 자녀의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였다. 까도까도 나오는 연쇄 의혹에 윤석열 정부 내부에서조차 대통령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를 자진 사퇴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정호영의 사퇴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인사 협조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소야대 국회 갈등 한복판에 정호영 문제가 놓였다. 시사저널은 문제의 정호영 후보자를 5월10일 만나 그의 입장을 들어봤다. 1시간가량 공격적 인터뷰가 이어졌으나 정 후보자는 스스로 관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빠 찬스’ 논란에 대해선 “도덕적으로 문제는 없으나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고 답했다. 장외 청문회 같은 열기가 있었다. 다음은 정호영 후보자와 일문일답.

5월10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시사저널 이종현
5월10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시사저널 이종현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 등 여러 의혹이 불거졌는데, 인정하는 부분도 있나.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 다만 자녀의 편입, 병역 등의 의혹과 관련해 불법이나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없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속담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이번 일로 인생을 성찰했다.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의문이 있다면 마지막까지 책임 있게 설명하겠다.”

그러나 20·30대는 ‘공정이라는 가치로 출범한 정부의 장관 후보자가 여러 의혹을 받은 것 자체가 옳냐’고 꼬집는다.

“치열한 경쟁 사회인데, 젊은 세대에게 참 미안하다. 안타깝다. 다만 자녀들도 쉽게 편입한 건 아니었다. 딸은 (2017학년도 일반전형에서) 예비후보 5번이었다. 앞의 합격자들이 빠지는 바람에 들어갔다. 아들은 한두 번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의대가 워낙 인기가 있지 않나. 의대에 가지 못한 친구들도 있다.”

자녀들의 편입 논란에 대해 묻겠다. 후보자는 20년 이상 경북대병원에 근무했다. 후보자의 자녀들은 2015~16년 경북대병원에서 봉사활동도 했다. 의대 편입 당시 심사위원들이 자녀들을 정말 모른다고 단정할 수 있나.

“학생 자원봉사자는 차고 넘친다. 병원 직원은 5000명, 내원객은 1만 명 정도 될 거다. 대학 교수는 500여 명이다. 입시를 할 때는 50명 정도가 3개 팀으로 나눠 추첨을 통해 (고사실에) 들어간다. 학생들도 추첨을 해서 3개 조로 분배된다. 누군가 개입할 수 없는 구조다. 딸에게 만점을 줬던 교수는 증인석에서 내 딸임을 몰랐다고 했다.”

후보자는 청문회 서면질의를 통해 ‘자녀의 편입학 목적을 위해 교수에게 소개한 적 없다’고 했다. 편입학 이외의 목적으로라도 소개한 적 없다고 단언할 수 있나.

“절대 없다.”

딸이 2016년 여름, 본인이 근무하는 경북대에서 계절학기로 화학 과목을 수강했던데.

“딸은 서울대에 다녔다. 의대에 편입하려면 화학이 필수다. 그때 서울대에 화학 계절학기가 없었다. 딸의 얘기를 들어보니 경북대에는 화학 계절학기가 있다더라. 화학은 경북대 의과대학 소관 강의가 아니라 자연과학대 소관 강의였다. 서울대와 경북대 간에는 학점 교류 시스템이 형성돼 있다.”

아들은 2017학년도 경북대 의대 편입 일반전형에서 탈락했다. 아들은 이때 낸 똑같은 서류를 1년 뒤 2018학년도 지역인재특별전형에 응시할 때 제출해 합격했다. 같은 서류를 내고도 2018학년도 서류 심사 점수가 전년 대비 40여점 올랐는데(※지역인재특별전형 대상은 대구·경북 소재 고교·대학 출신자다. 정 후보자 아들은 경북대 출신이다).

“‘자기기술서’ 질문 문항은 두 해 모두 같았다. 일반전형에는 국내외 대학 학생들이 지원한다. 지역인재특별전형은 지역 출신만을 위한 전형이다. 2018학년도에는 (경쟁률도 낮은 상황에서 상대평가였으니) 아들의 점수가 높아졌다(※2017학년도 일반전형 경쟁률은 10.2대 1, 2018학년도 특별전형 경쟁률은 5.8대 1이었다).”

지역인재특별전형은 지난 2015년 전국적으로 도입됐다. 경북대는 2018년에야 이 전형을 실시한 배경이 무엇인가.

“2017년 전국에서 경북대와 영남대만 이 전형을 안 했다. 대구시는 같은 해 3월 두 대학에 지역인재 입학 기회 확대를 요청했다. 대학 내 특별전형위원회가 전형에 참여하기로 했다. 경북대병원장은 결정 권한이 없다.”

자녀들이 경북대 의대 편입 외에 다른 의대 편입이나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한 적이 있나.

“그렇다. 경북대 뿐 아니라 다른 의대, 치대에도 지원했던 것으로 안다. 다만 다른 대학 지원 여부는 경북대 의대 입시 결과와 직접 관련이 없다. 자녀들의 사생활과 관련된 사안이다.”

딸과 아들이 연달아 편입에 성공했다. 이를 학교에 왜 알리지 않았나.

“(학교에 알려야 하는) 신고 대상이 아니었다. 그 대상은 의과대학 학사편입학 서류전형, 면접고사, 구술평가의 출제 및 평가 등에 참여하는 위원이다. 나는 이러한 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우리는 (자녀의 편입 사실을 다른 교수들에게) 알리지 않는다.”

딸은 지난 2019년 후보자 본인이 교수진으로서 강의한 수업을 들었다. 이를 왜 신고하지 않았나.

“신고 규정이 생긴 건 강의가 시작된 뒤였다. 학기 중 규정이 생겨서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송구스럽다. 다만 딸의 성적 산출 등을 내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수업은 1학점짜리로, 15명의 교수가 참여했다. 성적은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졌다.”

이 외에 자녀들이 후보자의 강의를 들은 적은 없나.

“없다.”

아들이 지난 2015년 경북대의 ‘수요연계형 데일리헬스케어 실증단지 조성사업’에 참여했다. 경북대병원이 공교롭게도 이 사업에 참여한 배경은 무엇인가.

“이 사업은 대구시의 병원 등과 연계해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사업 특성상 병원의 참여가 필수적이었다. 경북대병원이 실증서비스를 운영하는 협력기관으로 참여했다. 경북대병원 뿐 아니라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의료원 등이 협력기관으로 참여했다. 경북대병원이 경제적 지원 등 영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

아들이 해당 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논문 공저자에 이름을 올린 것에는 문제가 없나.

“아들은 지도교수 추천으로 참여했다. 논문 작성에 대한 기여도를 바탕으로 공저자에 등재된 것으로 알고 있다. 경북대 IT 대학에서도 2015~22년 학부생 참여 연구가 322건으로 확인된다.”

아들의 병역 판정 논란도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입장은.

“아들은 2015년 경북대병원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에 해당하는 추간판탈출증을 진단받았다. 지난 4월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다시 신체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일각에서는 2015년 병역판정 당시 병원장인 내가 개입했을 거라고 의심한다. 병역판정을 위해 지참한 아들의 MRI 필름 및 병무용 진단서가 경북대병원에서 발급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병역 판정은 병무청 소속 의사가 병무청 소유의 CT로 직접 촬영된 영상을 토대로 이뤄진다. 아들이 지참한 영상 및 병무용진단서 등은 참고 자료로만 활용됐을 뿐이다.”

여러 의혹에 관해 자녀들과 면밀하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나.

“자녀들에게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애들도 이해하는 것 같았다.”

후보자 처형의 자녀가 2015년 경북대 간호사 시험도 봤다. 이때는 면접위원이 아니었나.

“처조카의 응시 여부를 몰랐다. 처조카 집안과는 오랜 기간 왕래도 없었다. 면접 당시 8명이 면접위원으로 들어갔다. 하루에 500여 명의 지원자 면접이 진행된다. 한 번에 10명 정도가 면접장에 들어와서 자기소개를 한다. 이 과정에서 어릴 적 본 처조카의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알아보니 처조카는 분원인 칠곡 경북대병원으로 갔더라. 그곳에 가는 간호사들은 그쪽 간호 부장이 따로 면접을 본다.”

후보자가 지난 2018~19년 병원장 재직 시절 두 차례 미국에 ‘외유성 출장’을 갔다는 문제도 불거졌다. 당시 북미주 경북의대 동창회에 참석했다고 알려졌는데, 문제가 없나.

“외유성 출장이 아니다. 학회 참석이 목적이었다. 미국 동창회의 경우 병원장과 의대 학장, 동창회장 등 3명은 수십 년째 필수 참석 인원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방역 대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는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길을 손잡고 가고 있다.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 뒤돌아보면서 그간의 길을 평가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앞길이 중요하다. 끝나고 평가해도 된다. 전쟁은 현재 진행 중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장소 불문하고 마스크를 언제 완전히 벗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그 시기는 언제로 예상하나.

“전문가들과 확실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여름철에 코로나19가 유행했다. 현시점에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을 권장한다. 환기 정도와 실내 면적 등이 (실내 마스크 착용 여부의) 기준이 됐으면 한다.”

의료 민영화 문제가 임기 중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의료 민영화를 생각한 적 없다. 생각만큼 실익이 없을 거라고 본다.”

국민의 건강 증진이나 일자리 창출 등과 연결되기 어렵다고 보여서인가.

“그렇다. 그보다 비대면 진료 활성화에 찬성한다. 만성 환자들은 코로나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를 많이 이용했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자들 중 도서 벽지 등에 있다는 이유로 병원에 가기 어려운 취약 계층이 있다. 이들이 1차 의료기관과 비대면 진료를 하는 것부터 해보고 싶다.”

온갖 의혹에도 장관을 하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보건의료 내 불균형, 필수 의료와 비필수 의료 간 불균형을 없애고 싶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양극화, 노후소득 보장, 장애인 문제 등에도 관심이 높다. 특히 장애 문제는 곧 내 문제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싶다. 누구나 일정 기간 장애를 겪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