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큰 별’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걸어온 길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05.1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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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화학·전자·건설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산업화 1세대’
구자학 아워홈 회장 ⓒ아워홈 제공
구자학 아워홈 회장 ⓒ아워홈 제공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향년 92세 나이에 숙환으로 별세했다.

구 회장은 1960년대부터 식품·화학·전자·건설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산업화 1세대’이자 ‘산업화 역사의 산증인’으로 평가받는다. LG그룹 내 식품서비스 부문을 독립시켜 탄생한 아워홈을 매출 1조7000억원대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구 회장은 1930년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삼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고(故) 구자경 LG그룹과 고(故) 구자승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 사장의 명예회장의 동생이자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구본준 LX홀딩스 회장, 구본걸 LF 회장의 숙부다.

구 회장은 여느 재벌가 2세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일찍이 경영에 뛰어들었던 두 형과 달리 구자학 회장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인이 됐다. 6·25 전쟁에 참전했고 충무무공훈장과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국가유공자이기도 하다.

경영수업을 시작한 건 ‘친정’인 LG가 아닌 삼성에서였다. 1957년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녀 이숙희 여사와의 백년가약이 계기였다. 1959년 소령으로 예편한 구 회장은 1964년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 기획부장으로 삼성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동양TV 이사와 호텔신라 대표이사, 중앙개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등을 지냈다.

구 회장이 본가로 복귀한 건 1969년 삼성의 전자산업 진출로 LG와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다. 그는 이후 럭키 대표이사, 금성사 사장, 럭키금성그룹 부회장, LG반도체 회장, LG엔지니어링 회장, LG건설 회장 등을 역임하며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쳤다.

2000년에는 LG유통(현 GS리테일)의 식품서비스 부문을 들고 그룹에서 독립해 지금의 아워홈을 일궈냈다. 단체급식사업과 식재유통사업으로 시작한 아워홈은 현재 식품사업과 외식사업, 기내식 사업, 호텔운영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났다. 구 회장 독립 첫해인 2000년 2125억원이던 아워홈 매출은 그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난해 1조7408억원으로 8배 이상 늘었다.

구 회장은 이 여사와의 슬하에는 1남3녀를 뒀다. 장남인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 장녀 구미현씨, 차녀 구명진씨, 삼녀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등이다. 구 회장은 2000년대 초 자녀들에게 아워홈 주식을 고르게 분배, 현재 이들이 아워홈의 전체 주식의 98%를 보유하고 있다.

구 회장은 말년에 자녀 간 ‘남매의 난’을 지켜봐야 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지은 부회장은 경영권을 놓고 2017년부터 분쟁을 벌여왔다. 그 결과 구 전 부회장은 지난해 6월 구 부회장에게 패해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다.

이후 구 부회장은 동생 구미현씨와 함께 보유 지분 58.62%를 동반 매각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구 전 부회장이 지난달 25일 새 이사 48명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 소집을 아워홈에 청구하면서 ‘남매의 난’은 현재진행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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