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온다” 줄사퇴 시작된 검찰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5.1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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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후보자 임명 임박에 선배 기수 사의 표명
서지현 검사도 “모욕적 복귀 통보” 사직서 제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사법연수원 27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검찰 고위 간부들의 줄사퇴가 가시화 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26기)은 최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 인사'에서 "이제 공직의 길을 마무리하려 한다"며 "검찰이 어려울수록 소통과 화합에 더 힘쓸 것을 진심으로 부탁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그동안 주어진 소임과 역할을 다하고자 온 힘을 쏟았다"며 "구성원께 죄송한 마음이 앞서지만, 책임을 다하는 아름다운 이별이 필요한 때"라고 적었다. 이어 "동고동락했던 모든 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며 "함께 최선을 다한 열정의 나날들, 잊지 않겠다"라며 글을 맺었다.

2000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한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요직을 두루 거쳤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때인 2020년 승진해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맡았고, 서울남부지검장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과 로비 은폐 의혹 등을 수사했다. 고교 선배이기도 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지난해 2월에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발탁됐고, 4개월여 뒤인 6월에는 전국 최대 검찰청의 수장인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올랐다.

중앙지검장 시절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 등 윤석열 대통령의 가족 비리 관련 사건, 대장동 개발·로비 특혜 의혹 사건 등을 수사 지휘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채널A 사건' 연루 사건은 지난달 초 2년여 만에 무혐의 처분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연수원 동기(23기)인 구본선 법무연구원 연구위원도 전날 사직 인사 글을 올렸다. 구 연구위원은 검수완박 법안에 우려를 표하며 "새로 구성될 법무·검찰 지휘부를 중심으로 시민의 권익 보장을 위해 공복(公僕)의 역할을 다할 방도를 찾을 것"이라며 "공정과 중립을 생명으로 여기고, 어떤 곤궁도 견뎌야 하는 숙명을 잊지 말고 숭고한 사명을 다하시리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법조계에선 한 후보자 임명을 앞두고 윗기수인 검사장 이상 간부들의 사의 표명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휘부 총사퇴 당시 사표를 낸 박성진(24기) 대검 차장검사과 조재연(25기) 부산고검장, 김관정(26기) 수원고검장 등은 문 전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했지만 이후 재차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고위 간부급 인사들이 대거 사의를 표명하면서 한 후보자 취임 후 검찰총장을 시작으로 한 대대적인 인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 정권에서 권력을 겨냥한 수사를 진행하다 좌천된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승진 또는 주요 수사·기획 부서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하며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33기) 검사도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TF'에 파견돼 근무하던 서 검사는 전날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원대 복귀를 통보받자 사직서를 제출했다.

서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욕적인 복귀 통보를 하는 의미가 명확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TF팀 마무리가 안됐고 아직 임기가 남았다는 아쉬움만 있다"라고 적었다. 한 후보자 임명이 임박해지자 법무부가 사전 '인사 정리'에 나섰다는 비판으로 해석된다.

서 검사는 "예상했던 대로고, 전 정권에서도 4년 동안 부부장인 채로 정식 발령도 못 받았다"며 "끊임없는 '나가라'는 직설적 요구와 광기 어린 음해, 2차 가해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터라 큰 서운함은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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