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부터 장티푸스까지...외국發 감염병 국내 유입 주의보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2.06.09 07:30
  • 호수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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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린 해외 하늘길 따라 우려 커져
출국 2주 전 백신 접종하고 현지 밀접접촉·모기·물 등 조심해야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면서 해외 여행길이 다시 열리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인 데다 ‘원숭이두창’까지 번지고 있어 외국발 감염병의 국내 유입이 우려된다. 질병관리청은 입국자를 통한 원숭이두창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감시를 강화했다. 이뿐만 아니라 뎅기열·말라리아·황열·콜레라·장티푸스와 같은 감염병의 국내 유입도 경계 대상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신이 여행할 곳이 어디이며 그곳에 어떤 풍토병이 유행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기관의 여행자클리닉을 방문해 예방 백신·약·수칙·물품 등을 안내받기를 권고한다. 백신을 출국 하루 이틀 전에 맞으려는 사람이 있는데 항체 형성 시간이 필요하므로 최소 2주 전에 접종해야 한다. 국내외 어디든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원숭이두창·독감 등 각종 감염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만성질환자·고령자·임신부·영유아는 해외여행을 자제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권고했다. 

ⓒ시사저널 최준필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처음 맞는 황금연휴 하루 전인 5월4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원숭이두창: 사람 간 밀접접촉 피해야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풍토병인 원숭이두창이 아프리카를 벗어난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영국·포르투갈·독일 등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세계 30여 개국에서 약 550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6월1일 발표했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와 비슷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치명률은 최고 6%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이나 물건을 접촉할 때 호흡기나 점막을 통해 감염된다. 사람 간에도 침방울을 통해 감염된다. 

증상은 천연두와 유사하나 중증도는 낮은 편이다. 발열·두통·근육통·요통·오한 등 증상을 시작으로 1~3일 후 얼굴 중심으로 발진 증상을 보인다. 발진은 몸의 다른 부위로 번져 2~4주간 지속된다. 항원검사, PCR(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 바이러스 배양 등으로 원숭이두창을 진단한다. 원숭이두창 전용 치료제는 없으나 기존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하면 대개는 회복된다. 전용 백신은 없지만 천연두 백신이 약 85%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여행 중 그 지역 사람과의 성접촉과 같은 밀접접촉을 피하는 것이 원숭이두창 감염을 피하는 방법이다. 또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개인방역수칙도 준수해야 한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원숭이두창은 감염력이 약하며 설사 걸려도 사망률은 높지 않다. 사람 간 밀접접촉만 피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뎅기열 : 외국 도시 지역의 모기 물림 주의

날이 더워지는 시기에 해외여행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모기다. 모기가 옮기는 대표적인 감염병은 뎅기열이다. 뎅기열은 뎅기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발열성 질환으로 숲모기·수혈·장기이식 등을 통해 전파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국내 뎅기열 발생 사례 918건은 모두 해외 유입이다. 추정 감염 지역은 동남아시아가 90% 이상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순이다. 국가별로는 필리핀 방문 후 감염된 사례가 297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순이다. 

뎅기바이러스의 잠복기는 4~7일이다. 감염자의 약 75%는 무증상이다. 유증상 환자의 주요 증상은 발열·심한 두통·관절통·백혈구 감소 등이다. 감염자 중 약 5%는 중증으로 진행한다. 뎅기열 치료제는 없지만 적절한 수액 공급과 급성 증상에 대한 치료를 받으면 사망률은 1%로 감소한다. 치료가 늦으면 사망률은 20%까지 증가한다. 

뎅기열 백신도 없으므로 뎅기열 발생 지역을 여행할 때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모기 기피제와 모기장을 사용하고 밝은색 긴팔 옷과 긴바지를 착용하는 등 예방수칙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김우주 교수는 “단기간 외국 도시 여행이라면 괜찮겠지만 장기간 체류하거나 농촌을 간다면 감염병 예방에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모기를 매개체로 하는 감염병 가운데 뎅기열은 도시에서 발생한다면 말라리아는 농촌에서 유행한다”고 조언했다. 

말라리아 : 출국 1~2주 전 예방약 복용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에 의한 급성 열성 감염병이다. 동남아·아프리카·중남미 등에서 유행하는 말라리아는 얼룩날개모기·수혈·장기이식·오염된 주삿바늘 등으로 전파된다.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되면 10일에서 4주 이내, 길게는 1년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오한·발열 등 증상을 보이며 빈혈·황달도 발생할 수 있다. 심하면 저혈압·혼수·폐렴·심근부종 등도 생긴다.  

예방약이 있으므로 출국 1~2주 전에 복용하면 좋다. 또 말라리아 위험 지역을 여행 중이거나 귀국 후 1년까지 독감과 비슷한 증상이 생기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고 해외여행 이력을 말해야 한다. 한국은 WHO가 선정한 말라리아 퇴치 대상국(21개국) 중 하나이며 2020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말라리아 발병률 1위다. 강희철 교수는 “뎅기열·말라리아·황열 모두 사망률이 높지는 않다. 말라리아는 치료제가 있고 가격도 싸다”고 설명했다.

황열 : 출국 10일 전 백신 접종

모기가 전파하는 감염병 황열은 아프리카 34개국과 남아메리카 13개국의 풍토병이다. 황열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3~6일이다. 감염자 대부분은 무증상이고 10~20%에서 발열·오한·두통·요통·피로 등 독감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 이후 대부분은 호전되지만 약 15%는 중증으로 진행하면서 황달이나 눈·코·입·위장 출혈이 발생할 수 있고 이후 쇼크 및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사망률은 20~50%에 달하지만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5%로 떨어진다. 황열 치료제는 없으나 해열제·진통제·수액 등을 이용한 대증요법으로 치료한다. 

황열 유행 지역을 여행하기 최소 10일 전에 백신을 맞아야 한다.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일부 국가에서 백신 접종 증명서를 요구한다. 백신은 국제 공인 예방접종기관(43개소)에서 맞을 수 있다. 백신 효과는 평생 유지된다. 또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콜레라 : 수돗물·분수물·얼음 먹지 말아야

외국에서는 모기뿐만 아니라 물과 음식도 주의해야 한다. 대표적인 수인성 감염병인 콜레라는 동남아시아·아프리카·중동·남아메리카 지역의 풍토병이다. 특히 카메룬에서는 2021년 10월 콜레라 유행을 선포한 후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특히 조개·새우·게 등) 섭취를 통해 콜레라 세균에 감염된다. 감염자의 80%는 무증상이지만 유증상자는 감염 후 몇 시간 또는 5일 이내에 복통·구토·설사 등 증상을 보인다. 유증상자의 80%는 비교적 경미한 증상을 보이며 20%는 심한 설사와 구토로 인한 탈수증을 경험한다. 심할 경우 갈증·점막 전조·저혈압·근육경련 등 증상이 생기며 치료하지 않으면 수 시간 내에 사망할 수 있다.  

콜레라는 비교적 치료가 쉬운 질병이다. 설사로 인해 소실된 수분과 염분을 보충하면 대부분 호전된다. 필요에 따라 항생제를 투여한다. 콜레라 백신을 2~3회 맞으면 6개월 동안 약 85%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콜레라 유행 지역을 여행할 때 깨끗한 물과 음식을 섭취할 필요가 있다.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위생도 신경 써야 한다.

장티푸스: 상하수도가 분리되지 않은 지역 피해야

장티푸스도 오염된 물과 음식으로 전파되는 발열성 질환이다. 장티푸스균의 잠복기는 3~60일이다. 고열·오한·두통·복통·설사·변비 등 증상을 보인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때 치사율은 10~20%다. 치료받지 않은 사람 중 2~5%는 만성 보균자가 된다. 전용 치료제는 없으나 수분과 전해질 보충 또는 항생제 투여 등과 같은 대증치료를 받으면 치사율은 1% 내외로 떨어진다.

장티푸스 백신은 경구용과 주사용이 있다. 경구용 백신은 전신 부작용이 없고 약 70%의 예방 효과가 있다. 경구용 백신은 5년간, 주사용 백신은 3년간 유효하다. 무엇보다 물은 끓여 마시고 음식은 익혀 먹어야 한다. 채소나 과일도 깨끗이 씻거나 껍질을 벗겨 먹는 편이 안전하다. 김우주 교수는 “콜레라와 장티푸스 모두 오염된 물로 전파되는 수인성 감염병이다. 감염자의 대변 등에 오염된 물을 먹고 감염된다. 따라서 상하수도가 분리되지 않은 지역이나 수해나 태풍으로 물이 범람한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런 곳에서는 반드시 생수를 마시고 민물에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콜레라는 주로 방글라데시나 모잠비크 등지에서 유행하는데, 콜레라 유행 지역은 매번 바뀌므로 자신이 여행할 곳이 안전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장티푸스는 아프리카·인도·방글라데시·필리핀 등 습한 지역에서 흔히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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