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태풍’에 숨어있는 내 안의 기득권 [쓴소리 곧은 소리]
  •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dongwon10@gmail.com)
  • 승인 2022.06.10 14:00
  • 호수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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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6월 중 규제 및 노동·교육·연금 구조개혁 구상 밝힐 듯
관건은 기득권 청산에 따른 저항을 돌파할 수 있느냐 하는 것

지방선거 승리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은 “집 창문이 흔들리고 마당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거 못 느끼시나? 정당의 정치적 승리를 입에 담을 상황이 아니다”고 답변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질문은 정치 사안인데, 답변은 엉뚱한 ‘태풍’이다. 더구나 질문은 승리 소감인데 답변은 우려와 두려움이다. 윤 대통령은 이 동문서답을 통해 국민에게 과연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것일까?

아마도 ‘태풍’의 실체는 안보위기 또는 경제위기라고 추측된다. 북한의 핵실험 재개를 둘러싸고 한반도의 안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대통령이 ‘태풍 전야’라고 하더라도 놀랍지 않다. 하지만 ‘태풍’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대체로 안보보다는 경제 쪽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이 ‘태풍’이 ‘경제 태풍’이라면, 대통령의 메시지는 그 이면에 중요한 무엇인가를 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3일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로 국정 운동력이 확보됐다는 평가가 있다’는 질문에 “정당의 정치적 승리를 입에 담을 상황이 아니다”라며 “지금 집 창문이 흔들리고 마당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 못 느끼시나. 경제위기를 비롯한 태풍 권역에 우리 마당이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6월3일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로 국정 운동력이 확보됐다는 평가가 있다’는 질문에 “정당의 정치적 승리를 입에 담을 상황이 아니다”라며 “지금 집 창문이 흔들리고 마당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 못 느끼시나. 경제위기를 비롯한 태풍 권역에 우리 마당이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뉴스1

중국의 현저한 성장 둔화는 한국 경제에 먹구름

4월 생산·소비·투자 전반에 침체의 적신호가 들어왔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년9개월 만에 5.4%를 기록했으며, 무역수지는 2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같이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태풍’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 태풍’의 실체는?

첫째는 IMF 총재가 “세계경제는 위기의 정점에서 또 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고 언급한 바와 같이 비관론이 높아지고 있는 세계경제의 양상이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고 있는 와중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그 결과 세계 공급사슬의 애로, 에너지 공급난, 식량난이 중첩되어 성장 후퇴와 인플레이션을 맞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월 4.1%에서 6월에는 2.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작년 12월 4.5%에서 6월 3.0%로 대폭 낮췄다. OECD 전체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9.2%이며, 올 1분기 GDP 성장률은 미국 –0.2%, 유럽연합(EU) 0.2%로 사실상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있다. 특히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공급 애로와 물류 등 공급 측 요인에 있다는 점에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국의 경우, 아직 민간소비와 고용이 강하기 때문에 경기의 경착륙(hard-landing) 가능성 여부를 둘러싸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중국 경제의 현저한 성장 둔화와 정책 혼란 문제로 인한 불확실성이 주목된다.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작년 8.1%에서 올해 5.5%로 낮췄으나, 국제통화기금(IMF)은 4.4%로 성장률 전망을 낮추었으며, 블룸버그는 2%대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 경제의 진통은 한국 경제에 짙은 먹구름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에 대해 IMF는 2.5%, 한국은행은 2.7%를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세계경제가 내년부터 침체국면에 들어갈 경우, 한국 경제는 2023년부터 장기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2012~16년에 경험한 바와 같은 세계경제의 장기침체가 온다면,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태풍’을 앞두고 있는 것과 같다. 더구나 외국인들의 투자비중이 높은 금융시장 구조(5월말 기준, 주식시장 27.7%, 채권시장 9.7%)로 인해 높은 대외 충격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경제는 성장·물가·국제수지 그리고 금융시장에 이르기까지 복합적 위험을 앞두고 있다.

 

20여 년 쌓여온 부실기업들 정리할 수 있을까

한편 ‘태풍’은 윤 정부가 당면하고 있는 시대 과제에 대한 대통령의 고민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추계에 따르면, 윤 정부 기간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21년 16.6%에서 2026년 21.8%로 5.2%포인트 높아지는 반면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71.6%에서 68.4%로 3.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IMF의 장기전망에 따르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2023~27년 연평균 2.53%로 전망되고 있으며, 2011~19년 연평균 2.95% 대비 0.42%포인트 하락하는 것이다. 같은 기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 0.14%포인트 하락과 비교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 하락 폭은 3배에 달한다. 만약 윤 대통령이 이 암울한 장기전망을 보고받았다면, 대통령으로서 한국 경제가 이대로 가면 무너진다는 절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유추된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태풍’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든 간에 경제에 관한 한 그 해답은 같다. 장기에 걸쳐 구조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경기 대책의 선택 범위는 제한될 뿐만 아니라 소모적인 임시방편일 뿐이다. 해답은 고통을 수반하더라도 근본적인 경제체력 즉,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구조 개혁이다. 저생산성과 저효율 부문을 정리하는 한편 기업의 자본투자를 촉진하고, 규제 개혁으로 경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국정 개혁이 필요하다. 교육 개혁과 노동 개혁은 물론 연금 등 사회안전망 개혁이 필수적이며, 특히 기업 규제를 세계 표준에 맞도록 경제 생태계를 혁신해야 한다.

구조 개혁과 규제 개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거창하게 나왔다가 슬며시 사라지는 상습화된 정책 메뉴라서 국민에게 새로울 것이 없다. 그 이유는 구조 개혁과 규제 개혁의 관건은 기득권 청산 여부에 달려 있으며, 그 과정은 국민 개개인의 심각한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지난 정부들이 외면해 왔다. 과연 윤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년간 쌓인 부실기업 등 한국 경제의 적폐더미를 청산할 수 있을까? 윤 정부가 고통과 반발은 확실한 반면 성공은 확신하기 어려운 구조 개혁과 기득권 청산을 단행할 수 있을까? 윤 대통령의 고민은 ‘태풍’만큼 두렵고 무거울 것으로 짐작된다. 윤 정부는 6월 중으로 구조개혁 등 경제정책의 청사진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다가오는 태풍의 심각성을 언급한 만큼, 대책은 태풍의 심각성에 대응할 만큼 치열해야 할 것이며,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크고 강력한 청사진이어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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