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 “독서실에서 공부하듯 대본 외웠다”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9 13:00
  • 호수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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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이어》로 4년 만에 안방극장 컴백

배우 소지섭이 MBC 금토극 《닥터로이어》(극본 장홍철·연출 이용석)로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내 뒤에 테리우스》(2018) 이후 4년 만이다. 《닥터로이어》는 조작된 수술로 모든 걸 빼앗기고 변호사가 된 천재 외과의사와 의료범죄 전담부 검사의 메디컬 서스펜스 법정 드라마다. 극 중 소지섭은 ‘에이스 칼잡이’로 불리는 더블보드(두 개의 전문의 자격 보유) 천재 외과의사 한이한 역을 맡았다. 조작된 수술로 한순간에 모든 걸 빼앗기고 변호사가 되어 돌아와 강렬한 복수를 하는 인물이다. 《닥터로이어》는 《미스터기간제》 장홍철 작가와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이용석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소지섭 외에 신성록과 임수향이 주연으로 열연한다. 신성록은 로비와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의 아시아 지부장으로 성공과 스릴을 위해서라면 위험에도 기꺼이 몸을 던지는 제이든 리 역으로, 임수향은 자신만의 뚜렷한 신념을 지키는 의료범죄 전담부 검사 금석영으로 변신한다.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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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을 맡은 이용석 감독은 “한 사람의 생과 사가 갈리는 공간이 병원이고, 판결에 따라 미래가 달라지는 곳이 법정이다. 그 두 곳을 배경으로 한이한과 금석영이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에 광기를 가진 제이든 리가 끼어들면서 이야기가 예측할 수 없게 흘러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연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다른 드라마는 제가 선장으로서 끌고 가야 된다는 부담이 있는데, 이 드라마는 다들 알아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니까 저는 추임새만 넣고 있다. 덕분에 편하고 재밌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소지섭은 “저희 드라마가 법정과 의학을 함께 다루지 않나. 저렇게 말씀하시지만 (감독님이) 뒤에서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한다. 저희가 궁금한 게 있을 때마다 여쭤보는데, 다 알고 있어야 대답해줄 수 있지 않나. 뒤에서 정말 많은 일을 하고 계신다”고 신뢰감을 드러냈다.

현재 《닥터로이어》는 회차마다 시청률이 상승 중이다. 소지섭은 시시각각 변하는 심리를 깊이 있게 표현하며 단숨에 안방극장을 장악했다는 평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국 가구 기준 첫 방송 시청률은 5.2%. 소지섭의 복수가 짙어질수록 시청률은 날로 고공행진 중이다. 3회 시청률은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6.5%)했다. 수치로 보자면 소지섭은 ‘이름값’을 가뿐히 해낸 셈이다. 소지섭은 전작인 《내 뒤에 테리우스》에서 코믹과 액션을 넘나들며 MBC 연기대상을 거머쥔 바 있다. 데뷔 23년 만의 첫 대상이었다. 이 작품 종영 이후 깜짝 결혼 발표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닥터로이어》는 소지섭이 2020년 결혼 후 출연하는 첫 작품이기도 하다. OTT 플랫폼이 대세인 요즘, 대상을 안겨준 방송사로 컴백해 의리를 보여준 셈이다.

소지섭은 그동안 다채로운 작품에 출연하며 무게감 있는 행보를 보였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미안하다 사랑한다》 《카인과 아벨》 《유령》 《주군의 태양》, 영화 《군함도》 《자백》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작품 외에는 사적인 행보가 거의 없다. 이 역시 소지섭이 별다른 스캔들 없이 톱스타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오는 7월20일엔 영화 《외계+인》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로, 최동훈 감독의 7년 만의 신작이다. 극 중 소지섭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외계인에게 쫓기는 형사 ‘문도석’ 역을 맡았다. 그간 원톱 혹은 투톱 작품에만 출연해온 그가 조연급으로 출연하는 것도 의미있는 행보다. 최근 《닥터로이어》 제작발표회에서 소지섭을 만나 드라마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MBC 제공
MBC 드라마 《닥터로이어》의 한 장면ⓒMBC 제공

출연한 계기는 뭔가.

“대본도 매력적이었지만 극 중 제 역할인 한이한이 가진 두 직업이 매력적이었다. 의사이면서 변호사다. 실제로 촬영해 보니 의사와 변호사가 비슷한 부분이 많더라. 의사는 수술실에서 사람의 목숨을 살리고 변호사는 법정에서 사람의 생을 구한다. 촬영하면서 이 드라마를 잘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2018년 MBC 연기대상을 받은 후 안방극장 첫 컴백이다.

“대상이라서 부담스러운 것보다는 작품으로 인사를 드릴 때는 늘 긴장되고 떨린다. 4년 전에 이 자리에서 《내 뒤에 테리우스》로 인사드렸는데 감회가 새롭다. 다행히 좋은 배우들과 함께해 예전보다는 긴장이 덜하다. 믿을 수 있는 힘이 조금 생겼다.”

두 가지 직업을 가진 역할이다. 대사 외우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두 가지 전문직을 해야 하니까 보시는 분들이 어색하지 않게 최대한 연습을 많이 했다. 막상 대사를 해보니 입에 잘 안 붙더라. 그래서 굉장히 많이 물어보고 고민하고 연습하고 또 확인하는 과정을 계속 반복했다. 어렸을 때도 독서실에 안 갔는데, 독서실에 가서 공부하듯이 대본을 외웠다.”

연출을 맡은 이용석 감독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나를 데뷔시켜주신 분이다. 감독님이 아니었으면 이 자리에 저는 없었을 것이다.”

 

이용석 감독 역시 소지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내 데뷔작의 주인공이자, 첫 미니시리즈의 주인공이 바로 소지섭씨였다. 이번에 세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그간 연출을 하면서 사극도 해봤고 장르물, 코미디, 연속극에서 격정 멜로도 해봤다. 준비할 것이 많아 메디컬 드라마는 겁이 났는데, 새로운 길을 걸어 매너리즘을 극복하자는 마음이 49%였고, 51%는 소지섭 때문에 도전할 수 있었다. 예전에 지섭씨가 ‘감독님, 언젠가 같이 해봐야죠’라고 말한 게 이루어져서 감격스럽다.”

이 감독과 소지섭은 SBS 드라마 《지금은 연애 중》(2002)에서 같이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 감독은 입봉작을, 소지섭은 데뷔작을 함께 한 것. 두 사람은 《닥터로이어》로 20년 만에 재회하게 됐다. 이 감독은 소지섭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소지섭은 소지섭”이라고 유쾌하게 답했다. 그는 “지섭씨랑은 인연이 많으니까 오랜만에 서로 만나 회포를 풀어보자는 생각이 있었다”고 재회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은 ”소지섭은 20년 동안 변한 게 없다. 하나 변한 게 있다면 촬영 현장에 1등으로 오는 것이다. 제일 먼저 들어왔다가 제일 늦게 간다. 예전엔 안 그랬던 것 같은데(웃음)…”라고 말했다. 함께 출연하는 임수향 역시 “(소지섭이) 너무 빨리 와서 힘들다”고 말했고, 신성록도 “5분 정도는 늦게 와줘도 된다”고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세 배우와 연기 호흡은 어떤가.

“너무 좋다. 임수향은 1~2부에 감정신이 몰려 있었는데 몰입감이 좋고 눈물이 마르지 않는 샘처럼 계속 나오더라. 또 신성록은 대본에 있는 오글거리거나 촌스러울 수 있는 대사를 자기 스타일대로 멋스럽게 하더라. 역시 다른 배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 중 로비스트 제이든 리 역을 맡은 신성록은 소지섭과의 호흡에 대해 “소지섭만 믿고 했다. 우리가 후배들이지만 편안하게 해준다. 자칫하면 어색할 수 있는 대사도 추가할 수 있게끔 열어주셔서 자유롭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임수향은 “현장에서 연기뿐만 아니라 애티튜드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있다. (소)지섭 선배는 본인뿐만 아니라 드라마 나오는 전체 배우들까지 다 신경을 잘 써주신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드라마가 방영되는 두 달 동안 《닥터로이어》를 안 보면 대화가 안 될 것이다. 지켜봐 달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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