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돌아갔다고 표현하는 ‘안면마비’ 벗어나는 법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2 11:00
  • 호수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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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즉시 스테로이드 치료해야 후유증 예방할 수 있어

33세 여성이 아침에 일어나 보니 갑자기 왼쪽 눈이 잘 감기지 않고, 왼쪽 이마에 주름이 적어지며, 왼쪽 입꼬리가 아래로 처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왼쪽 눈이 잘 감기지 않으면서 뻑뻑해진 눈에서 눈물이 자주 흘렀고, 물이나 음식을 먹을 때 자꾸 흘리게 됐다. 급히 병원을 방문해 안면마비의 일종인 벨마비 진단을 받고 스테로이드제 치료를 시작한 후 다행히 2주 만에 안면마비가 크게 개선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안면신경장애 환자 수는 2011년 6만3128명에서 2020년 8만9464명으로 최근 10년간 42%나 증가했다. 2020년 발생 환자들의 연령대 분포를 보면, 50·60대가 45.7%로 가장 많았지만, 20대 이하 안면신경마비 환자도 1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여성 환자 비율이 전체의 57%로 남성에 비해 조금 더 높았고, 한쪽 얼굴이 마비되는 벨마비가 전체의 57.6%로 가장 많았다. 

ⓒ저스틴 비버 인스타그램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안면마비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했다.ⓒ저스틴 비버 인스타그램

얼굴 비뚤어짐, 48시간 이어져

안면마비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벨마비가 가장 많고, 이외에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 두개골 골절 등 외상, 종양 또는 중이염 합병증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벨마비는 대개 안면의 이상 감각이나 얼굴의 비뚤어짐이 갑자기 발생하며 48시간 동안 악화된다. 이마에 주름이 없어지고 눈을 크게 뜨거나 완전히 감지 못하고 마비된 쪽의 입이 늘어진다. 음식물을 입에 넣어도 마비된 쪽의 입가로 흘리거나 구강에 남게 되며 침을 흘리고 발음이 부정확해진다. 이는 안면신경의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대개 한쪽 얼굴이나 머리에 통증과 불편감이 동반된다.

환자의 증상이 전형적인 경우에는 영상학적 검사 없이도 증상과 진찰만으로도 벨마비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환자의 증상이나 신경학적 검사 소견에서 비전형적인 소견이 관찰되면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통해 중추신경계 병변이나 안면신경을 압박하는 다른 병변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안면신경마비의 60~70%는 자연적으로 회복되지만, 일부에서는 안면근육 쇠약 등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따라서 진단 즉시, 늦어도 4일 이내에 안면신경 손상 부위의 염증반응과 부종을 감소시키는 스테로이드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또 안대를 사용해 눈을 보호하며 마비된 근육에 대해 근육 전기자극 등 물리치료를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안면마비가 발생하면 중풍(뇌졸중)이 온 게 아닌가 해서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안면마비와 중풍은 증상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벨마비 환자는 한쪽 얼굴 전체가 마비되기 때문에 이마에도 주름을 잡을 수 없는 반면, 뇌졸중은 이마의 주름은 유지되면서 아래쪽 얼굴에만 마비가 나타난다. 또한 뇌졸중의 경우 반신마비, 삼키기 장애, 발음장애, 걸음걸이 이상과 같은 증상이 동반되므로 감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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