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때리기’에…與, 2030 ‘대거 이탈’ 시그널 어쩌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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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건드리면 돌아선다”…당내 ‘집단 탈당’ 위험 경고
尹대통령 향하는 ‘당심 칼날’…부정평가 늘어나며 ‘데드크로스’ 발생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징계 여부를 둘러싼 당 내홍이 심화하고 있다.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징계 결정을 2주 뒤로 미루자 “해당 행위”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수준이다. 당내 ‘이준석 때리기’ 국면을 친윤계가 주도하고 있다는 ‘배후설’도 공공연하게 거론된다. 이 대표의 징계를 사이에 두고 당이 반으로 쪼개진 셈이다.

당내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지지층 이탈 시그널도 감지된다. 이 대표에 전폭적 지지를 보내는 2030세대 당원들을 중심으로 탈당 의사를 속속 드러내면서다. 이 대표와 대척점에 있는 친윤계를 향한 비판도 거세지면서, 윤석열 정부를 향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왼)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시사저널
윤석열 대통령(왼)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시사저널

“국민의힘은 노인의힘인가”…‘이준석 징계’ 국면에 세대갈등 재점화

23일 국민의힘 온라인 게시판 ‘할 말 있어요’엔 이준석 대표의 징계 여부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게재되고 있다.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고 당장 징계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대표를 건드리면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주장도 줄 잇고 있다. “의혹만으로 징계하겠다는 국민의힘은 ‘노인의힘’인가”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인 5060세대를 향한 2030세대 당원들의 분노가 담긴 대목이다.

이 대표를 향한 지지는 세대별로 양분화 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시사저널이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21일 1006명 대상), “이 대표가 지난 1년 동안 직무를 잘 수행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대(50.0%)와 30대(48.2%)에서 50대(41.9%)와 60세 이상(41.1%)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20대(50.0%)가 60세 이상(27.2%) 대비 2배 수준으로 높았다. 실제 이 대표 취임 직후 국민의힘 2030 당원이 크게 늘었다. 이 대표가 징계를 받아 당 대표직을 박탈당하게 된다면 2030 당원들의 대거 이탈을 부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 일각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연일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 당의 지금 특징은 세대연합정당이다. 지지층이 노청(노인과 청년) 연합인 것”이라며 “2030은 아직 당에 대한 로열티가 크지 않기 때문에 (2030이 이탈하면)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같은 방송에 나와 “이 대표를 징계하면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다. 당이 치명적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가 2021년 12월3일 밤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저녁 만찬을 가진 뒤 포옹하며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가 2021년 12월3일 밤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저녁 만찬을 가진 뒤 포옹하며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 대거 이탈하면 ‘데드크로스’ 尹정부 타격 불가피

2030 당원의 대거 이탈은 윤석열 정부로선 악재로 통한다. 현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선을 밑돌고 있다. 전날엔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지지율 ‘데드크로스’를 보이기도 했다. (알앤써치 조사, 뉴스핌 의뢰, 18~21일 조사, 1004명 대상, 긍정 47.6% 부정 47.9%) 출범한 지 50일도 안 된 정부의 국정수행평가가 데드크로스를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에 2030 민심의 이탈까지 가속화하면 추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윤 대통령은 과거 대선 경선 당시 이 대표와의 갈등 국면에서 2030 이탈로 인한 지지율 폭락을 경험한 바 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파동으로 이 대표가 사상 초유의 당무 보이콧에 나서자, 청년 단체를 중심으로 ‘윤석열 후보 지지 철회’ 선언이 잇따랐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윤 대통령이 직접 지방을 찾아 이 대표에 화해의 손을 내밀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다만 이 대표를 향한 부정적 평가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 대표 특유의 ‘갈라치기 정치’가 오히려 윤 정부의 국정운영을 방해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던 신평 변호사는 “이 대표가 계속 국민의힘을 이끌어 가면 총선에 커다란 암운을 드리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선 시사리서치 조사에서도 “이 대표가 일찍 물러나고 새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53.4%로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42.2%)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배현진 최고위원과의 악수를 거부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배현진 최고위원과의 악수를 거부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탄력 받는 ‘친윤계 배후설’…“윤리위가 해당행위” 후폭풍

그러나 이 대표에 대한 평가를 차치하더라도, 친윤계는 ‘당 대표를 코너로 몰았다’는 비판에선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징계 국면에 친윤계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배후설’이 파다해서다. 전날 윤리위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징계 결정을 확정하지 않은 데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윤리위는 “당사자의 소명을 들을 것”이라며 결정을 미뤘는데, 이 대표는 윤리위 회의 종료까지 당 대표실에서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 대표 측은 윤리위에서 리더십을 흔들기 위해 고의적으로 결정을 연기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무리하게 징계 절차를 밟다 보니 당내에서 ‘뒤에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집권여당의 윤리위가 인터넷 방송에서 떠도는 의혹을 가지고 징계 절차를 개시한다는 게 정말 부적절하다”며 “윤리위는 해당 행위 정도의 행동을 했다”고도 했다.

‘친윤계 배후설’은 최근 친윤계 의원들 주도로 이 대표를 공개 저격하면서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고리로 ‘자기 정치한다’는 취지로 비판했던 정진석 의원이 대표적이고, 비공개 최고위 회의 발언 유출을 문제로 날선 설전을 주고받은 배현진 의원도 있다. 두 의원 모두 친윤계로 분류된다. 이날에도 이 대표가 배 의원의 악수를 뿌리치고 어깨를 부딪히는 등 ‘이준석 대 친윤계’의 불편한 기색이 낱낱이 전파를 탔다.

한편 윤리위는 오는 7월7일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수위를 다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윤리위는 5시간여 동안 이 대표의 성 상납 및 증거 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 심의에 돌입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당사자인 이 대표는 “길어지는 절차가 당의 혼란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을 텐데 왜 그러는지 이유가 궁금하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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