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신동빈에 “‘경영 실패’ 지적에 직접 답하라”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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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9일 日 롯데홀딩스 정기주총 앞두고 주주제안
‘롯데 위기 책임’ 묻는 9가지 사전질의도 함께 제출
2020년 1월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영결식에 참석한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 회장ⓒ시사저널 박정훈
2020년 1월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영결식에 참석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시사저널 박정훈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 복귀를 시도 중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6월24일 동생 신동빈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겸 한국 롯데그룹 회장을 향해 “오는 6월29일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장에 나와 경영 실패 지적에 관해 직접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롯데홀딩스 주총을 앞두고 본인의 이사 선임,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 정관 변경 등 안건이 담긴 주주제안서와 사전질의서를 제출했다”며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 대표이자 주주로서 롯데홀딩스의 기업 지배구조 기능이 결여된 현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 지배구조 개편에서 마지막 열쇠로 꼽히는 호텔롯데의 최대주주(지분율 19.07%)다. 롯데홀딩스의 지분율은 광윤사가 28.1%로 가장 높은데, 신 전 부회장이 이 광윤사의 최대주주(지분 ‘50%+1주’ 보유)다. 

사전질의서에서 신 전 부회장은 “한국 롯데의 시가총액은 2018년 28조5000억원이었다가 올해 1월 19조2600억원으로 30% 넘게 감소했다. 시총 순위에서도 10위 밖으로 밀렸다”며 “한국 롯데 주식을 보유한 롯데홀딩스의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 그 배경엔 신 회장의 경영 능력 부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을 필두로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롯데쇼핑을 콕집어 경영 실패 사례로 들었다. 

신 전 부회장은 “경영 실패를 목도한 이상 한국 롯데 경영을 신 회장에게 맡길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명백해졌다”면서 “신 회장에게 책임을 물으려면 즉시 그를 한국 롯데 각 계열사의 이사직에서 해임하고, 한국 롯데의 경영 방식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롯데홀딩스가 신 회장에게 책임을 물을 생각이 있느냐”고 말했다. 

신 회장이 한국 롯데로부터 받은 보수를 두고도 신 전 부회장은 날선 공격을 이어갔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신 회장의 (한국 롯데) 보수 총액은 180억원 이상으로, 퇴직금과 스톡옵션을 제외한 액수로는 한국 재벌 총수 중 최고 수준이었다”며 “한국 롯데 실적이 저조하고 시총도 크게 감소하는 와중에 신 회장의 고액 보수 수령이 타당한지, 롯데홀딩스에서 검토해본 바가 있는지 답변해 달라”고 했다. 

아울러 신 회장이 주도한 중국 사업의 실패를 거론하며 “중국 사업의 중대한 실패로 인해 롯데홀딩스는 최근 몇 년간 연결 결산에서 수천억엔의 감손 손실을 입었고 기업 가치도 크게 훼손됐다. 신 회장에게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지금까지 지급된 보수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반환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롯데홀딩스는 지난해 5월19일 대표이사 사장으로 전문경영인 다마쓰카 겐이치(玉塚元一)를 영입했다. 다마쓰카 사장은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운영업체인 패스트리테일링과 일본 롯데리아, 편의점 로손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당시 롯데홀딩스 안팎에선 신 회장이 다마쓰카 사장에게 일본 상황을 일임하고 한국 롯데 경영에 집중할 듯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의 실적 부진이 여전하다면서 “신 회장과 다마쓰카 사장은 공동 대표이사로서 지난 1년간 어떤 일을 했으며, 롯데홀딩스에 현재 어떤 과제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앞으로 롯데가 일본에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경영 방침이나 목표,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라”고 요구했다. 

이 밖에 질의서에는 롯데홀딩스가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로서 한국 롯데 지배구조를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다 △신 회장이 한국 롯데에서 과도하게 이사직을 겸임하고 있는 데 제동을 걸어야 한다 △2019년 10월 신 회장의 유죄 판결 확정 문제에 대해 원칙대로 대응해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어떤 대응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알려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한국 롯데의 경영 악화로 롯데홀딩스의 기업가치가 훼손된 가운데 경영 감시 기능이 결여된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바로잡기 위한 신 전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롯데홀딩스에서 해임된 이후 매년 6월 말 롯데홀딩스 주총에 앞서 자신의 경영 복귀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제기해 왔다. 지난해까지 신 회장과의 7번의 주총 대결에선 모두 패했다. 신 전 부회장이 지난해와 올해 롯데지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등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도 거의 정리한 상태라 일각에선 롯데홀딩스 경영 복귀 시도를 포기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이 경영 복귀를 포기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에 더 힘이 실린다. 신 전 부회장은 4월18일에도 일본어 웹사이트 ‘롯데의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에 신 회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자기(신동빈 회장)에게 유리하게 짜인 경영에 종지부를 찍고 진정으로 롯데와 고객, 종업원 등 관계자를 위한 경영을 되찾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은 준법경영 위반으로 해임된 후 7번의 주총에서 복귀를 시도했다가 주주와 임직원의 신뢰를 받지 못해 부결된 바 있다”며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이 정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법원에서도 신 전 부회장의 준법경영 위반 문제와 윤리의식 결여를 인정해 회사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4월 말 롯데홀딩스 자회사 롯데서비스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일본 도쿄지방법원은 신 전 부회장이 롯데서비스 대표 재직 당시 벌였던 이른바 ‘풀리카’ 사업에 대해 “사업 판단 과정에 현저하게 불합리한 점이 있었다”면서 이사로서의 주의 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하며 패소 판결했다. 이와 함께 신 전 부회장에게 4억8000여만엔(약 47억원)을 회사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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