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출마 멈추라”…‘이재명 성토장’ 된 민주당 워크숍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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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훈‧홍영표 ‘불출마’ 요구에 李 “고민해보겠다” 즉답 회피
李와 같은 조였던 고용진 “‘조속한 결단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안 된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의원이 출마하면 당내 갈등이 커질 수 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

23일 충남 예산의 한 리조트에서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이 1박2일간 열린 가운데 다수 의원들이 이재명 의원을 향해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숍에 참석한 초선 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이 후보를 보궐선거 후보로 낸 것을 문제삼기도 했다. 당의 미래를 도모하기 위해 마련한 워크숍이 사실상 이 의원을 향한 ‘성토장’이 된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24일 오전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조승래 전략기획위원장의 결과보고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24일 오전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조승래 전략기획위원장의 결과보고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민생·유능·혁신’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23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워크숍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 150여 명이 참석했다. 주제는 대선과 지방선거의 패배 원인과 민주당의 향후 진로였다. 청록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민주당 의원들은 무작위 추첨으로 조를 나눠 비공개 토론을 진행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워크숍을 시작하며 “연이은 선거 패배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다시 힘차게 전진하기 위해 워크숍을 마련했다”며 “여러분의 치열한 토론과 끈끈한 동지애가 민주당을 다시 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나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본인의 이야기와 좀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마음 상해하지 마시라”라며 “더 동지애를 갖고 서로 토론하고 함께해주실 것을 당부드리고 싶다”고 했다.

워크숍은 시작과 동시에 ‘난상토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이 앞다퉈 민주당의 현 상황을 ‘센 수위’로 비판했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이재명 의원이 집중 비판 대상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한 의원은 “언론을 통해 목소리가 나가면 의원들 간 오해가 커질 수 있다. 차라리 마주하고 할 말을 하는 분위기가 건강한 것”이라며 “아무래도 이재명 의원이 ‘주인공’일 수밖에 없지 않나. 선거의 패인과 미래를 논하는 과정에서 이 의원에 대한 아쉬움, 비판, 제언이 가장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실제 같은 14조에 편성된 홍영표 의원 등 다수는 이 의원에게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은 이 의원을 마주 보고 앉은 자리에서 “당 내부를 보면 강성팬덤도 있고, 전통적 지지자도 있는데 둘을 모두 포기할 수 없다”며 “이번 전당대회는 통합과 단결이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홍 의원은 또 “이 의원이 만약 출마하면 작년 대선 경선 때보다 훨씬 당내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당내 의견그룹 ‘더미래’의 토론 결과를 전한 송갑석 의원도 “(대선 패배 후 바로 야당 총재가 됐다가 낙선한) ‘이회창의 길’과 태극기 부대를 등에 업은 ‘황교안의 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며 이 의원의 전대 출마에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고 한다. 재선의원을 대표한 정춘숙 의원 역시 “당에 통합형 집단 지도 체제를 도입하고, 97세대 후보가 출마해야 한다”며 ‘이재명 체제’에 반대 입장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토론에선 설훈 의원이 발언을 자청해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안 된다”고 직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 의원을 제외한 다수 의원들 역시 이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사람들이 전당대회에 나오면 안 된다”는 식으로 주장했다고 한다.

이 같은 주장을 ‘친명계’ 의원이나 이 의원이 직접 반박하지는 않아, 갈등 장면이 연출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자유토론에서 “이러저러 고민들이 많다”며 전당대회 출마에 대한 즉답을 회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워크숍에 참석한 일부 의원들은 당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이 의원에게 빠른 의사 결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과 같은 조에 속했던 고용진 의원은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홍 의원은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게 되면 또 홍 의원도 심각하게 나가는 쪽으로 고민해야 되고,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되면 당내 단결·통합은 어렵지 않겠느냐 류의 주장을 하고 계시고 어제(워크숍에서)도 하셨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은 지금 계속 108번뇌 중인 걸로 알고 있다. 원내와 원외, 또는 당내와 당 밖의 의견들이 아무래도 온도 차가 있을 것 아니겠나”라며 “그런저런 얘기를 듣고 본인의 또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에 대한 판단도 있고, 그래서 아주 깊은 고심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본다”고 전했다.

고 의원은 또 “(이 의원은) 계속 고민하겠다고 얘기했다”며 “그래서 또 일부 참석자는 이게 전대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전체한테 영향을 미치는 선택이니까 ‘조속한 결단을 내려달라’는 지적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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