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공식화에 ‘경란’ 조짐…‘검란’ 때와 비교해보니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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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부 공백에 따른 반발 동력 감소 전망
고위직 간부가 주도하는 ‘검란’과는 차이
한국노총 공무원연맹·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정부세종2청사 행정안전부 앞에서 '경찰의 독립·중립 훼손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총 공무원연맹·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정부세종2청사 행정안전부 앞에서 '경찰의 독립·중립 훼손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경찰국' 신설을 공식화하면서 경찰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구심점이 되어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를 반대하기 위한 집단 움직임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러나 과거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검찰이 집단 반발했던 '검란'(檢亂) 만큼의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7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국' 신설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발표를 한 직후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청장은 지난 주말 이 장관과 100분여간 전화 통화를 하면서 '경찰 통제 방안' 관련 경찰 측 의견을 수렴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퇴를 결정했다. 

수장이 행안부안에  반발해 직을 내려놓으면서 경찰 내부 반발 움직임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대표단은 28일 행안부 정부세종청사 앞으로 몰려가 "경찰의 중립성·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 직접 통제 시도를 반대한다"고 외쳤다. 경찰국 신설과 소속 청장 지휘 규칙 제정 등은 경찰 행정을 국가 권력에 종속시켜 치안 사무 고유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 각지의 관내 경찰서에도 경찰국 반대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경찰 내부망 '현장활력소'에는 김 청장 사의와 관련해 "대응이 늦었다" "다른 지휘부가 올바른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등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경찰 내부 반발 기류가 '경란'(警亂)으로 번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선 경찰 수장의  사퇴 등 지도부 공백으로 인해 반발 동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휘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돼왔다. 행정안전부 장관 직속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의 경찰 통제 관련 권고안이 나오기 전 경찰 고위직이 내부 위원으로 자문위에 참여하고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어 권고안 발표 이후에도 지휘부의 침묵이 이어지자 내부에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검란'을 주도하는 주체가 항상 검찰 고위직이나 간부급이었다는 점과 비교된다. 검찰은 올해 초 '검수완박'법에 반대하며 평검사 회의, 부장검사 회의, 검사장 회의, 고검사장 회의를 잇따라 열어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항의의 뜻으로 고위직 검사들이 줄사표를 내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 4월 '검수완박'법 중재안에 대한 항의로 김오수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박성진 대검 차장, 현직 고검장 6명 등 검찰 수뇌부가 총사퇴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 경찰 내부 반발의 구심점은 하위직 경찰들이 가입한 전국경찰직장협의회다. 간부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 상황에서 하위직 경찰들의 반발 기류가 확산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경란'으로까지 번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는 검사들과 경찰은 입장이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경찰의 강한 반발 속에 행정안전부가 경찰국 신설 뜻을 밝힌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의 강한 반발 속에 행정안전부가 경찰국 신설 뜻을 밝힌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반발 기류에 대한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경찰이 견제받지 않은 권력이 되고 싶으면서도 겉으로는 민주투사 흉내를 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행안부 경찰행정지원 부서 신설은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경찰은 자극적인 언사로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그림자를 새 정부에 덧칠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청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자기 권력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의무를 저버린 '치안 사보타주'"라고 비판했다. 행정안전위 여당 간사로 내정된 이만희 의원은 과거 경찰 인사를 통제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치안비서관실이 윤석열 정부에서 모두 폐지된 점을 거론하며 "새 정부는 경찰을 직접 통제해온 권력을 스스로 내려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안부 행정지원부서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20명 내외 소규모 조직"이라며 "경찰청을 없애고 30년 전의 치안본부 시절로 돌아간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의 경찰 장악'이라며 행안부 장관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전날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국민의 반대나 위법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경찰을 행안부 치하에 두고 직접 통제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민중의 지팡이를 검찰공화국 완성을 위한 '권력의 몽둥이'로 부활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경찰 출신 황운하 의원 또한 "경찰국이 현실화하면 전국 경찰관들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을 추진해야한다"며 "이는 명백한 법률 위반으로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 청장의 사퇴 의사와 관련해서는 "김 청장이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는 결연한 의지 표현"이라며 "국민이 역대 정권과 싸워서 얻어낸 경찰의 중립성을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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