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도심 속 친환경 마케팅 ‘힐스테이트 유성’ 가보니…유흥업소 빽빽한 단지 둘러 싸여
  • 서중권 충청본부 기자 (sisa4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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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폐업소 등 유흥가 밀집 지역, 도심 속 친환경 단지로 둔갑?
대전 유성구 봉명동 541-29번 일대에 분양하는 '힐스테이트 유성' 오피스텔은 8차선 도로를 낀 골목길 일대에 안마소와 러브호텔 등  퇴폐업소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붉은 선이 오피스텔 현장). ⓒ시사저널 서중권

‘OO모텔’ ‘XX 호텔·나이트클럽’ ‘△△안마시술소’ ‘풀코스노래방’ ‘야놀자 좋은 숙박’ 등등. 좁은 골목길의 간판 대부분 모텔이나 나이트클럽, 노래방 등이 즐비하다. ‘안마’와 ‘풀코스노래방’ 등 낯뜨거운 간판 역시 다닥다닥 붙어 있다. 한마디로 ‘유흥도시’ 분위기다.

기자가 대전 유성구 봉명동 541-29번 일대에 도착한 때는 26일 오후 3시경. 휴일이라 그런지 행인들은 뜸했다. 갑천 변 쪽에서 1차선 안쪽 도로로 들어섰다. 좁은 골목길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즐비하게 내걸린 간판에서 유흥가 밀집 지역임을 할 수 있었다. 모텔과 호텔, 나이트클럽, 노래방, 안마시술소 등 대표적인 '유흥촌'이다.

마침 한 모텔주인과 대화할 기회가 주어졌다. 이 모텔은 주로 낮을 이용한 ‘대실’ 손님이 주 고객이라고 설명한다. 이른바 ‘러브호텔’이다. 현 장소에서 20여 년 모텔을 운영했다는 업소 주인은 “낮 손님 고객이 꽤 있어 그런대로 영업이 잘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으로 투숙객들의 불평이 있고, 그만큼 손님이 줄어 피해를 보고 있어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 일대는 증·개축과 개발 등으로 곳곳이 공사장으로 변했고, 이 같은 현상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힐스테이트 유성' 이 들어서는 이 일대 골목 풍경. 모텔과 호텔, 나이트클럽, 노래방, 안마시술소 등이 즐비하다. ⓒ시사저널 서중권

이 골목길 북쪽을 향했다. 4차선 도로를 접한 코너에서 온천로 왕복 8차선이 합류됐다. 승용차와 중장비차량 등이 쉴 새 없이 지나고 있다. 시속 70km의 8차선 도로면 하루 수천, 수만 대의 차량을 짐작할 수 있다. 소음과 진동, 차량 들이 내뿜는 유독가스 공해 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도로변 코너에 직사각형 가림막이 쳐 있었다. 유성구청이 승인하고 현대건설이 짓는 ‘힐스테이트 유성’ 생활형 오피스텔 현장이다.

‘힐스테이트 유성’ 부지 남쪽에는 고층 규모의 상암미술관이, 서쪽은 16층 규모의 호텔 등이 거의 맞닿아 있고, 북쪽으로는 4차선 도로 건너 모텔·호텔 밀집 지역이다. 유일하게 터진 지형은 동쪽 1곳뿐이다. 동쪽은 8차선 도로 넘어 갑천이 흐르고 있다.

요약하자면 안쪽 골목길은 퇴폐업소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고, 서·남쪽은 호텔 등 고층건물에 둘러싸여 갑갑하다. 그나마 공간이 터진 동쪽 한 면은 8차선의 대로가 있다. 하루 수 천대의 차량이 질주하는 등 소음과 대기 공해에 노출된 환경에 놓여있는 셈이다.

실제 상황이 이런 데도 ‘힐스테이트 유성’ 측이 홍보하고 있는 조감도를 보면, 고층(26층) 2동이 우뚝 솟은 건축물을 배경으로 주변을 시원스럽게 처리했다. 주변은 녹지공간을 활용해 쾌적하고 산뜻한 분위기라며 ‘도심 속 친환경 단지’라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취재 결과, 확인된 주변 분위기는 ‘유흥가 골목’과 소음공해 등 ‘도심 속 친환경 단지’ 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따라서 현대건설 측이 홍보하는 마케팅 전략은 허위·과대 홍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입지조건 가운데 ‘갑천 영구조망권’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어 이 또한 허위·과대 광고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전문가는 보고 있다. 다만 현대건설 측은 ‘일부 호실에서 갑천 조망권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게재했지만, 이 역시 ‘꼼수’라는 지적이다.

 러브호텔 골목 ⓒ시사저널 서중권

한 부동산을 들려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물었다. 관계자는 “유흥가로 둘러싸여 아이들의 정서적이나 교육적인 측면에서 좋을 게 없다. 어른들도 낯 뜨거운 장면을 자주 보는데,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환경은 이보다 더 나쁜 곳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섭씨 32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 전신이 땀에 젖었다. 좁은 골목길에 다닥다닥 붙어 유혹하듯 나붙은 현란한 문구와 간판, 길 건너 삥 둘러싸여 솟은 빌딩 등 숨 막히는 갑갑함이 밀려왔다.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유성’은 지하 3층~지상 26층, 4개동, 473실 규모로 지어진다. 시행사는 ‘대전의 핵심지역인 유성구 내에서도 우수한 입지환경을 자랑하는 유성온천의 중심인 봉명동 알짜입지’라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한편 시사저널은 시행사 측이 홍보하고 있는 갑천 조망권과 도심 속 쾌적한 공간, 고분양가 논란 등의 반론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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