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이끄는 금융 ‘자이낸스’를 잡아라
  • 유길연 시사저널e. 기자 (gilyeonyoo@sisajournal-e.com)
  • 승인 2022.07.07 10:00
  • 호수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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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토스·핀다 등
Z세대 공략해 후발주자 핸디캡 극복
전통 은행보다 핀테크 선호하는 Z세대, 금융 생태계마저 바꿔

2018년 말 출시한 카카오뱅크의 모임 통장은 지난 4월말 기준으로 가입자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시중은행들이 출시한 모임 통장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것과 대조된다. 10대 청소년을 위한 서비스인 ‘미니’도 흥행에 성공했다. 이 서비스는 만 14~18세 청소년만 개설할 수 있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이후 한 달 만에 가입고객 50만 명을 넘어섰다. 금융 업계 후발주자이니만큼 젊은 세대를 집중 공략하면서 빠른 실적 성장과 ‘상장 대박’에도 성공한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20대 이하 고객 비중은 33%에 이른다. 카카오뱅크와 함께 대표적인 금융 플랫폼으로 꼽히는 카카오페이(29.2%)와 토스(29.2%), 대출 비교 플랫폼인 핀다(29%)도 20대 점유율이 30%에 육박한다. 20대 이하 고객이 20%에 머물고 있는 기존 은행권과 대비되고 있다.

최근 금융 플랫폼의 영향력이 세금 신고 및 환급 영역으로까지 확대됐다.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가 2020년 5월 출시한 삼쩜삼은 종합소득세 신고와 함께 환급 신청을 비대면으로 쉽고 편리하게 도와주는 서비스다.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아르바이트생 등 그동안 종합소득세 신고 과정에서 세무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던 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서비스도 20대 이하 사용자 비중이 46%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합뉴스·시사저널 최준필
ⓒ연합뉴스·시사저널 최준필

청소년용 미니카드, 출시 한 달 만에 50만 명 확보

Z세대들이 핀테크 기업을 찾는 핵심 이유로는 ‘직관성’이 꼽힌다. 20대 이하 고객들은 직관적으로 이해되고 재미있는 금융을 기대한다. 이들은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면서 자란 디지털 세대이기에 짧은 시간에 핵심만 전달하는 ‘숏폼 콘텐츠’를 선호한다. 하지만 기존 금융사의 디지털 서비스는 이러한 젊은 세대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는 핀테크 기업 입장에서 기회가 됐다. 카카오뱅크의 모임 통장이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카카오톡으로 친구를 초대해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존 은행들은 고객의 높아진 기대를 맞추지 못했고 핀테크 기업은 이러한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파고들었다”면서 “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해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빠르고 편의성이 극대화된 새로운 차원의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기존 뱅킹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Z세대들이 개인화된 서비스를 중시하는 점도 핀테크 기업 ‘약진’의 요인으로 꼽힌다. 20대 이하 고객들은 집단의 정체성보다 개인의 정체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개인화된 광고를 ‘서비스’의 개념으로 인정하고 직접 개인정보를 제공하기까지 한다. 데이터 기술이 고도화되고 오픈 뱅킹으로 기존 금융사의 금융 데이터가 공개되면서 핀테크 기업들이 Z세대를 위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금융의 디지털화를 20대 젊은 층이 이끌면서 금융권에선 ‘자이낸스(Zinance)’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자이낸스는 ‘Z세대’와 ‘금융(finance)’을 결합해 만든 신조어다. 모바일 플랫폼에 익숙한 Z세대의 차별화된 금융활동을 일컫는 용어다. Z세대는 자산과 소득은 적지만 대출과 투자에 과감한 것이 특징이다.

더구나 Z세대의 향후 소득이 늘어나고,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의 상속도 본격화되면 소비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인베스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Z세대의 오는 2030년 소득은 2020년 대비 약 5배 늘어날 것으로 봤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베이비부머 세대로부터 Z세대로의 부의 이전이 진행되면서 Z세대의 양극화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면서 “자산이 많은 젊은 세대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며,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Z세대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대형 시중은행 등 전통 금융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향후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될 수 있는 젊은 세대를 빼앗기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규제환경이 계속 금융 혁신을 촉진하는 쪽으로 바뀌는 점도 부담이다. 디지털화를 위해 규제가 완화될수록 핀테크 기업들의 사업영역도 그만큼 넓어진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지속 지원하고,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혁신이 촉진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법제 개편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보수적인 은행도 관행 깨고 Z세대 모시기 ‘안간힘’

시중은행은 우선 디지털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문수복 카이스트 공과대 전산학부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문 교수를 포함해 최근 2년간 영입한 외부 전문가만 6명에 이른다. 신한은행도 모기업인 신한금융지주를 포함해 총 4명의 외부 출신 인물을 모셔왔다. 우리은행은 옥일진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부행장 등 2명의 외부 전문가를 선임했다. 하나은행 김소정 부행장도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가다.

이와 함께 시중은행은 Z세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용 플랫폼도 출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Z세대를 위한 ‘리브넥스트’를 내놓았다. 카카오뱅크의 미니에 국민은행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신분증이나 계좌 없이도 ‘포인트’를 이용해 송금 등이 가능한 플랫폼이다. 신한은행은 자체 브랜드 앱 ‘헤이영’을 내놨다. 이 앱은 대학생 고객에 특화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Z세대 체험형 금융 플랫폼 ‘아이부자 앱’을 내놓고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조직개편과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조직 내 MZ세대 12명으로 구성된 ‘블루팀 2기’를 꾸렸다. 이 조직은 MZ세대 고객 관점의 서비스 제공에 힘쓸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한 달에 두 번, 정기적으로 하나은행 앱 내에서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라이브방송을 진행한다. 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자체 은행 앱 내에서 라방을 진행해 MZ세대 고객을 앱에 머물도록 하려는 전략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최근 핵심 화두는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보수적인 은행이 외부 디지털 전문가들을 잇달아 영입하는 이유 중 하나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젊은 고객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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