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과 달랐다…‘전대 출마’ 막힌 박지현, 이유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7.0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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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가입 6개월 이후 피선거권’ 규정에…비대위 “예외 없다”
짧은 경력·당원 지지와 당내 勢 부족 등 한계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그린벨트 결과 공유 파티 '용감한 여정'에 참석한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그린벨트 결과 공유 파티 '용감한 여정'에 참석한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최연소 당대표’ 도전이 시작부터 가로막혔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4일 박 전 위원장의 8·28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피선거권 자격 예외를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친명對비명’의 구도로 굳어진 전당대회 구도와, 당원 반발을 부른 ‘SNS 정치’ 등이 야권 내 ‘박지현 신드롬‘이 불지 않은 배경이 됐다는 추측이 나온다.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비대위에서 오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의 전대 출마에 관한 사안을 논의했다”며 “비대위원들은 박 전 위원장이 소중한 민주당의 인재이지만 예외를 인정할 불가피할 사유를 발견하지 못 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우 위원장은 “따라서 당무위원회에 박지현 전 위원장의 출마를 위한 예외 조항을 안건으로 상정하여 토론하도록 부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앞서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일 MBC 뉴스에 나와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에 민주당 입당 6개월이 안 된 자신의 출마 자격 문제를 비대위원회나 당무위원회에서 논의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는 권리행사 시행일 6개월 이전까지 입당해 12개월 이내에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에게만 피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지난 2월께 입당한 박 전 위원장이 출마하기 위해선 당무위원회 의결을 통해 ‘예외’를 인정해야 했다.

이를 두고 특혜 논란이 일자 박 전 위원장은 3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규에 나오는 단서 조항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실제로 이 규정에 따라 지방선거 때 김동연 후보도 비대위와 당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경기지사 경선에 참여했다”며 “당규에 따라 처리해 주시면, 그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비대위가 예외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박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 도전은 수포로 돌아갔다.

 

‘혁신’ 외쳤지만 돌아선 ‘당심’이 장애물로?

박 전 위원장으로선 아쉬운 결과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3월 민주당 비대위원장으로 ‘깜짝’ 발탁된 이후 줄곧 민주당 혁신을 주장해왔다. 이른바 ‘86(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용퇴론을 주장한데 이어 민주당의 팬덤을 저격하기도 했다.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SNS 활용에 능하고 90년대생 ‘젊은 피’인 박 전 위원장을 두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처럼 정치권의 차기 리더로 주목하는 시선도 있었다.

실제 박 전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 간 공통점도 있었다. 20대 중반의 나이로 정당 비대위에 들어간 점, 당의 강성 세력과의 결별을 주장한 점 등은 유사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은 본인이 저격했던 민주당 수뇌부에 의해 꿈이 가로막혔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이라는 ‘원톱’의 존재 ▲선거 전략의 부재 ▲부족한 정치 경력 ▲적은 당내 세(勢) 등이 박 전 위원장의 전대 도전 장애물이 됐다는 추측이 나온다.

이준석 대표의 경우 대표가 되기까지 10년 가까운 정치 경력을 쌓았다. 이 대표는 2011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돼 2012년 5월까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14년에는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당내 고질적인 병폐와, 여의도 정치 문법을 익힌 뒤 세(勢)까지 불렸다. 반면 박 전 위원장의 경우 2022년 3월 부터 6월까지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을 지낸 ‘단기 경력’이 전부다.

‘대권 주자’였던 이재명 의원의 출마가 박 전 위원장에겐 악재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대 구도가 ‘친명對비명’의 구도로 굳어진 탓에 박 전 위원장의 메시지가 큰 발화력을 갖지 못했다는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박 전 위원장은 ‘친문 팬덤’과 이재명 의원의 출마를 동시에 저격했다. 사실상 민주당 내 가장 큰 두 진영의 ‘당심’을 모두 잃은 셈이다. 전대 흥행을 노리는 비대위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요소다.

일각에선 박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 자체가 ‘과욕‘이었단 지적도 나온다. 김빈 전 대통령비서실 디지털소통센터 행정관은 3일 페이스북에 “지방선거라는 비상 상황에서 외부 초대 손님이었던 박 전 위원장이 언론을 이용해 민주당을 겁박하는 것이다. 추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이 출마를 가능케 하면 자신의 출마가 가능해지고, 혹은 당이 당헌·당규를 이유로 박지현의 출마를 좌절시키면 그 후에 박씨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것”이라며 “어떻게든 자신의 출마를 가능케 만들기 위해 겁박의 수를 쓴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한 관계자는 “박 전 위원장은 분명 당의 큰 자산이지만, 단지 나이가 어리다고 혜택을 받는 것은 되레 역차별의 소지가 있다”며 “나이라는 숫자를 가리고도 당원과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박 전 위원장은) 앞으로도 기회가 많을 것이다. (다른 역할로) 당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일조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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