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평가보다 상대평가…‘위기’마다 文 소환하는 尹대통령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7.0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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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문제에 연이어 “전 정권보다 낫다” 발언
‘반문(反文)’ 민심 겨냥한 지지율 출구 전략?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

“우리 정부는 빈틈없이 사람을 발탁했다. 전 정부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논란에 휩싸인 인사 문제와 관련해 이틀 연속 내놓은 발언이다. 비판의 화살을 전임 정권으로 돌려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은 첨예한 이슈마다 문재인 정권을 소환해 비교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반문(反文)’ 여론을 겨냥한 행보로 보이지만, 지지층 결집은 요원한 상황이라 여론의 향방은 미지수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자가당착’ 논란 부른 ‘文정권 때리기’

도마에 오른 발언은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윤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잇따라 나왔다. 윤 대통령은 부적격‧부실 인사 논란을 지적하는 기자들 질문에 “전 정권보다 낫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엔 ‘사전에 검증 가능한 논란 아니었나’는 질문에 손가락을 휘저으며 “사람들의 자질을 다른 정권 때하고 한 번 비교를 해 보라”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제는 윤 대통령도 전임 정권 출신이란 점에서, 이 같은 태도가 ‘자가당착’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전 정권 인사 중에 훌륭한 사람 봤나”라는 설명대로면, 윤 대통령 역시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당장 정치권과 온라인 커뮤니티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훌륭한 사람이 아니었나”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전보다 낫다”고 자평한 인사 문제도 실상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현재까지 윤석열 정부에서 3명(김승희‧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이 자진 사퇴했다. 문재인 정권 1기 내각에서도 3명(안경환 법무부 장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이 낙마했다. 제기된 의혹의 수준도 비슷하다. 현 정권에선 이른바 ‘아빠찬스’와 정치자금법 위반, 음주운전 논란 등이 주요하게 도마에 올랐다. 과거 정권도 자녀의 입시 특혜 의혹과 음주운전, 여성비하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지난 2019년 11월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왼)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인사하는 모습 ⓒ청와대
지난 2019년 11월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 당시 문재인 대통령(왼)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인사하는 모습 ⓒ청와대

꿈쩍 않는 ‘反文’ 여론…내리막길 걷는 尹대통령 지지율

윤 대통령의 전 정권 비교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8일 검출 편중 인사 논란과 관련해 “과거 정부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들이 도배하지 않았나”라고 직격탄을 날려 논란에 휩싸였다. 같은 달 17일엔 정치보복 수사 논란에 “민주당 정부 때는 그렇게 안 했나”라고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닷새 뒤엔 전 정권의 ‘탈원전’ 사업을 두고 “바보 같은 짓”이란 강한 수위의 표현으로 비판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정권교체 선봉장에 섰던 윤 대통령으로선 전임 정권과의 비교가 불가피한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적 성과가 전무한 채 검찰총장에서 대권으로 직행한 만큼, ‘반문’ 여론 이외에는 정치적 자산으로 삼을 만한 카드가 없다는 평가다. 최근의 지지율 하락 국면 돌파책도 ‘반문’ 여론에서 찾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다만 ‘반문’ 전략의 핵심 대상인 성향 보수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6월27일~7월1일, 2514명 대상),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직전 조사 대비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0.5%포인트(88.2%⟶87.7%), 보수층에서 2.0%포인트(75.4%⟶73.4%) 떨어졌다. 전체에서 2.2%포인트(46.6%⟶44.4%) 빠진 것과 비슷한 수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반문’ 전략이 별다른 지지층 결집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야권에 공세의 빌미를 내어주는 모습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문재인 정부사 검찰총장을 한 고위급 인사가 자기를 디스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황당무계한 궤변이다. 연이은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못할망정, 민심을 무시하는 오만과 독선에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도어스테핑'을 마친 뒤 이동하는 모습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도어스테핑'을 마친 뒤 이동하는 모습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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