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 해명 할수록 커지는 ‘비선’ 논란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7.0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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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문제없다’에…野 “그게 바로 최순실” 맹공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3박5일간의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7월1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 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3박5일간의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7월1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출범 두 달 만에 '국정농단' 사태 주범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의 그림자를 짊어지게 됐다. 김건희 여사의 본격 행보와 맞물려 제기됐던 '비선' 논란이 잦아들긴 커녕 더욱 확산하고 있어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길에 민간인 동행 사실까지 알려지며 야당은 국정조사까지 꺼내들었다. 대통령실이 진화에 나섰지만 사적 친분에 의한 국정 관여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6일 윤 대통령 부부의 나토 순방 당시 검찰 출신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배우자 신아무개씨가 동행했고, 민간인 신분으로 대통령 전용기까지 이용한 것을 놓고 파장이 확산하자 적극 해명에 나섰다.

 

수행 아닌 일정 기획해서 문제 없다?

대통령실은 신씨에 대해 "(스페인 순방) 전체 일정을 기획하고 지원한 것으로, 김 여사를 수행하거나 김 여사 일정으로 간 것이 아니다. 김건희 여사를 단 한차례도 수행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대통령 부부의 순방 일정 전반을 기획한 것이지 김 여사 수행을 목적으로 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통령실의 해명은 신씨가 민간인 신분으로 김 여사를 수행했다면, 사실상 제2부속실 역할을 한 것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 부부의 일정 기획을 공식 참모진이 아닌 민간인이 맡았다는 점 자체도 문제다. 공식화 전까지 극비에 해당하는 대통령 일정이 민간인에 의해 조율됐다는 점과 이 과정에서 국가 기밀이나 보안 등 여러 문제가 노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또 일정 기획과 수행을 완전히 떼놓고 분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신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사적 인연이 있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전문 역량을 가진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참모진과 외교부가 있는 데도 신씨가 순방 일정 기획을 맡은 데 대해 대통령실은 "(신씨가)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이 있다. 행사 기획이라는 게 여러 분야가 있고 전문성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대통령 부부의 의중도 잘 이해해야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씨가 11년 가량 유학해 해외 경험이 풍부하고 영어에 능통한 점, 기존 회사에서도 국제교류 행사 기획 등을 담당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무보수 명예직인 대통령 주치의나 민간 통역 등도 신씨와 마찬가지로 '기타 수행원' 자격으로 순방에 동행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신씨 채용 절차를 진행하다 중단했고, 실제 출근까지 했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그를 '자원봉사자'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뒤따랐다. 대통령실은 '신씨가 5층 부속실에 언제까지 출근했나'라는 질문에 "날짜까지 저희가 확인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초기에 (대통령실 소속으로) 근무한 것과 채용 절차를 밟으려고 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채용하지 않기로 했고, 앞으로도 채용할 생각은 없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은 신씨가 인사비서관의 부인 자격으로 동행한 것이 아니며, 돈을 받지 않은 만큼 이해충돌 사항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거듭 못 박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월29일(현지 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만다린 오리엔탈 리츠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월29일(현지 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만다린 오리엔탈 리츠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野 "최순실과 신씨, 어떻게 다른가" 

야당은 윤 대통령이 검찰 재직 당시 직접 수사했던 국정농단 사태를 언급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상당히 심각한 사안"이라며 "한 나라의 대통령 부인이 공식 수행원이 아닌 지인을 수행원으로 등록해 대동하며 공무를 봤다는 것은 국가 기강에 관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우 위원장은 "봉하마을 참배는 국가적 행사가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정상회담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온갖 극비가 다뤄지는데 등록이 안 된, 신원조회도 안 한 민간인을 지인이라고 데려갔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국정농단 주범 최순실씨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오랜 지인이었다. '지인 찬스'라는 게 결국 그런 문제로까지 가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조심해야 된다고 경고하는 것"이라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현안 질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SNS에 "만약 국정농단 때,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는 민간인 자원봉사자이고 필요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안되었을까"라며 논란을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몸 담았던 국정농단 특검팀이 최순실씨에게 국가·외교기밀을 유출한 공무상비밀누설죄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고,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온 점을 되짚었다. 

김 의원은 "당시 검사 윤석열은, 국정농단 특검팀은 어떻게 했나"며 "신씨와 최순실씨는 어떻게 다른가. 신씨에게 유출된 외교기밀, 국가기밀은 없나. 대체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길에 민간인 신씨가 동행해 무슨 일을 했고, 무슨 도움을 줬나"고 따져 물었다. 이어 "박근혜 정부 권력서열 1위라던 최순실씨도 차마 대통령의 해외순방길에 동행해 1호기를 타는 대담함을 보인 적은 없었다"며 "출범 두 달도 되기 전에 국정농단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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