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心’은 이준석 심판대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7.08 07:30
  • 호수 17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칙주의자 이양희 윤리위원장…친윤 ‘유상범 역할론’ 주목도
지난 7월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3박5일간의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성남 서울공항에 영접나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3박5일간의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성남 서울공항에 영접나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7월8일 새벽 이준석 당 대표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 결정을 내린 가운데 윤리위의 징계 심의와 결정 전반에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는가를 두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윤심의 영향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배후에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이 대표 사안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당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그래서 시선은 윤리위 자체로 쏠린다. 당 윤리위는 당헌·당규상 ‘독립기구’다. 원칙적으론 그 누구도 윤리위의 판단에 개입할 수 없다. 그러나 윤리위원장을 임명하는 건 당 대표의 몫이다. 지금 윤리위를 이끌고 있는 이양희 위원장도 지난해 6월 이 대표가 임명한 인사다. 보통의 상황에서는 윤리위 판단에 당 대표의 입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생긴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지금 일련의 상황을 아이러니하게 묘사하는 이가 많다.

물론 당 대표가 임명한 인사라 하더라도 더 힘세고 강한 권력인 대통령의 의중을 따를 수는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 위원장이 ‘대통령과 윤핵관의 입김에 휘둘릴 사람이 아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당장 이 위원장은 이 대표와도 꽤 가까운 사이로 전해진다. 그 매개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있다. 두 사람은 2011년 김 전 비대위원장과 ‘박근혜 비대위’에서 함께 활동했다. 이 대표가 이 위원장을 임명한 것도 김 전 위원장의 추천이었다는 후문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와의 친분보다는 이 위원장의 성향에 주목해야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 위원장은 아동 권리 전문가로 유엔 아동권리위원장을 지냈다. 한국인 첫 유엔 인권특별보고관(미얀마)으로 활동했다.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7월7일 국회에서 열린 윤리위 회의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관련 징계 심의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7월7일 국회에서 열린 윤리위 회의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관련 징계 심의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특히 그는 7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철승 전 신민당 대표의 장녀다. 이 전 대표는 박정희 정권 때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야당에서 ‘40대 기수론’을 펼쳤고, 원칙주의자라는 평을 받았던 정치인이다. 그의 딸인 이양희 위원장 역시 상당히 원칙을 중시하고 자존심이 센 성향이라는 주변의 평가를 받는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치적 판단보다는 원리원칙을 강조하는 이 위원장 성격대로 흘러가는 것”이라며 “소위 윤핵관이나 대통령의 참견이 있었다면 (이 위원장이) 참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히려 다른 윤리위원들을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윤리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총 9명이다. 그중엔 현역 의원이 딱 한 명 포함돼 있다. 유상범 의원이다. 그는 친윤(親윤석열)계로 분류된다. 검사 출신인 유 의원은 윤 대통령과 같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에서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보다 사법연수원 선배지만 사석에선 ‘형’이라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라고 알려졌다. 그는 윤석열 선대위 법률지원단장을 맡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도 참여했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유 의원에게 ‘윤심’이 전해졌고, 그가 윤리위 내에서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한다. 정치권에선 이 외에도 친윤 성향을 가진 인사가 윤리위에 일부 더 있다고 분석한다.

여권의 한 전직 의원은 “당 윤리위가 믿을 만한 보호막 없이 현직 당 대표에 대한 징계를 스스로 판단한다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최소 윤 대통령 측근들의 판단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고, 상황적인 분위기 등도 윤리위원들에게 압박이 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