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에서 ‘진박’ 갈랐던 것처럼…‘진윤계’도 등장할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3 13: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상찮은 권성동vs장제원…‘진짜 윤심(尹心) 읽기’ 경쟁 시동 평가도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과 장제원 의원. 사실상 ‘친윤(친윤석열)계’ 두 축인 두 사람의 묘한 기싸움이 벌어질 태세다. 이준석 당 대표의 직무 정지에 따른 차기 지도체제를 두고 서로 이견을 보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일각에선 ‘진짜 윤심(尹心)’ 읽기 경쟁에 시동이 걸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친윤계 내부에서 기류 변화가 감지되면서, 벌써부터 계파 간 분화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이미 친윤계는 이 대표 징계 국면을 계기로 위세를 확인했다. 주류로 발돋움 한 친윤계가 ‘진짜 윤심’을 고리로 계파 싸움에 돌입한다면, 과거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논란을 재연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왼)과 장제원 의원. 사진은 자유한국당 시절이던 2018년 11월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두 사람의 모습 ⓒ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왼)과 장제원 의원. 사진은 자유한국당 시절이던 2018년 11월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두 사람의 모습 ⓒ 연합뉴스

“진짜 ‘윤핵관’은 누구”…권성동-장제원에 쏠리는 시선

13일 국민의힘 내에선 지난 10일에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권 대행 간 만남이 화두다. 이 대표 징계 이후 수습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실과 권 대행 측 모두 “비공개 만남은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해당 만남 이후 권 대행이 직무대행 체제를 강하게 추진한 것으로 보아 관련 논의를 했다는 데 힘이 실린다.

논란의 핵심은 권 대행의 직무대행 체제 드라이브에 ‘진짜 윤심이 실렸느냐’ 여부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당무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권 대행이 윤 대통령의 의중을 확대 해석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 게 아니냐는 의문이다. 권 대행은 윤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의원총회를 주도하며 직무대행 체제 추인까지 속전속결로 이뤄냈다. 친윤계 일각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이나 조기 전당대회 개최 요구가 고개를 들었는데도 이를 반나절 만에 모두 잠재우고 빠르게 수습한 것이다.

당시 당 일각에선 “권 대행의 행보가 곧 ‘윤심’ 아니겠나”라는 반응이 나왔지만, 동시에 “‘윤심’을 오판한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의 ‘두문불출’ 행보를 의식해서다. 장 의원은 비대위 전환을 주장했다고 한다. 장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에도 참석하지 않고 공개 행보를 자제하고 있다. 이를 두고 권 대행의 결정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당 안팎에선 “진짜 ‘윤핵관’은 장제원”이란 평가도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과 권 대행 간 만남에 장 의원도 초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원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고 전해진다. 대통령과의 만남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친밀한 관계 아니겠냐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5월16일 국회에서 열린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안내하는 모습(왼)과 3월4일 대선 유세 현장에 함께한 당시 윤 후보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모습 ⓒ 연합뉴스
5월16일 국회에서 열린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안내하는 모습(왼)과 3월4일 대선 유세 현장에 함께한 당시 윤 후보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모습 ⓒ 연합뉴스

‘진박’ 이어 ‘진윤’ 나오나…끊임없이 분파되는 계파들

권 대행을 둘러싼 ‘윤심’ 논란은 지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권 대행은 당시 더불어민주당과의 원내대표 협상에서 ‘검수완박’ 합의안에 서명했으나, 이후 당내에서 “‘윤심’을 오판했다”는 지적에 휩싸여 합의안을 파기했다. 윤 대통령의 오른팔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검수완박’ 반대 입장이 제기되자, “합의는 ‘윤심’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권 대행으로선 당 안팎으로부터 합의 파기의 책임을 지라는 비판을 받게 돼 큰 곤욕을 치렀다.

문제는 ‘윤심 읽기 경쟁’이 과열될수록 과거 ‘진박’ 트라우마가 소환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5년 말 보수 진영에선 “누가 ‘진박’인가”가 최대 화두였다. 원조 ‘친박(친박근혜)’이었던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과 증세를 두고 박 전 대통령과 정면충돌하면서다. 박 전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사실상 유 원내대표를 쳐내자, 당내에선 ‘진박 감별사’까지 등장해 ‘진짜 박심(朴心) 읽기’에 혈안이었다.

‘진박’의 결과는 암울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됐는데도, 새누리당 의석수는 122석에 그쳤다. 유권자들이 집권 여당의 권력 싸움을 곱게 보지 않은 영향도 있었다. 새누리당이 원내 1당을 빼앗기면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가능케 한 여건을 만들기도 했다. ‘윤심’ 읽기 경쟁의 과열로 ‘진윤계’까지 나오게 된다면, 국민의힘은 물론 윤석열 정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