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서 초등생 숨지게 한 굴착기 기사…‘민식이법’ 적용 못한 이유는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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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검찰 송치…국회, 법 개정 나서
신호를 무시하고 주행하던 굴착기에 초등학생이 치어 숨진 경기도 평택시의 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 마련된 추모 장소에 7월8일 학부모와 학생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신호를 무시하고 주행하던 굴착기에 초등학생이 치어 숨진 경기도 평택시의 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 마련된 추모 장소에 7월8일 학부모와 학생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들을 치어 숨지거나 다치게 한 굴착기 기사가 검찰에 넘겨졌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가 났지만 굴착기가 '민식이법'을 적용할 수 운송수단으로 분류되지 않은 탓에 가중처벌은 어렵게 됐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14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상) 및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50대 굴착기 기사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A씨는 지난 7일 오후 4시께 평택시 청북읍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굴착기(10.5t 바퀴형)를 운행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B(11)양 등 2명을 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B양은 숨졌고, C양은 부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A씨는 직진 신호가 적신호로 바뀌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주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보행 신호로 바뀐 뒤 횡단보도를 건너던 B양과 C양이 돌진해 온 굴착기에 들이 받혔다. 

A씨는 사고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3㎞가량을 계속 주행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에서 "(초등생들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도로교통공단에 의뢰한 결과 사고 당시 A씨 굴착기 속력은 시속 28㎞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제한 속도인 시속 30㎞는 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사망 사고를 냈지만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굴착기가 도로교통법이 정한 자동차나 건설기계 11종(덤프트럭 등)에 포함되지 않아 법 적용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상 건설기계는 운송이 목적인 경우 등으로, 대형면허 등 자동차 운전면허가 필요하다. 반면 굴착기는 공사 등을 위해 사용하는 건설기계로, 조종사 면허를 따야 운행할 수 있다. 건설기계관리법이 정한 건설기계일 뿐 자동차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행 법률이 산업 현장과 도로 환경 등 변화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기교육청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법에 굴착기 등을 포괄적으로 담는 방향으로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국회는 즉각 법률 개정에 나섰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든 종류의 건설기계 운전자에게 특가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문진석 의원도 개정안을 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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