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현대차는 48년 만에 포니를 소환했나
  • 최한초 작가 (dearhancho@gmail.com)
  • 승인 2022.07.15 11:00
  • 호수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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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셉트카 74’ 깜짝 발표한 이상엽 디자이너 “포니쿠페를 오마주했다”
1974년 첫선 보인 포니와 포니쿠페…한국인의 땀과 노력의 결정체

부산국제모터쇼 개막 하루 이틀 전인 7월13~14일 부산 F1963 석천홀에선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특별한 ‘추억의 행사’가 열렸다. 행사의 공식 이름은 VP2. 현대차가 극비리에 준비했던 두 개의 콘셉트카가 공개되는 자리다. 그 가운데 하나는 현대차의 대표 디자이너 이상엽 부사장이 소개했다. 그는 1974년에 탄생했다 사라진 ‘포니쿠페’를 소환했다. 과거의 소환에서 그친 것이 아니다. 포니쿠페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콘셉트카 ‘N Vision74’를 깜짝 발표했다. N Vision74(이하 74)는 수소 EV하이브리드 차량이다. 포니쿠페는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작품이지만 양산 단계에서 실패해 현대차의 전설적인 콘셉트카로만 남은 모델이다. 영화 《백투더 퓨처》에 등장하는 차다. 포니쿠페와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포니’는 국민 양산차로 성공했다. 판매 첫해에만 1만726대가 팔려 한국 국민차 시대의 신호탄이 되었다. 포니는 그 뒤로 포니2, 포니엑셀, 엑셀, 엑센트 등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이름의 후속 모델로 이어졌다.

1970년대에 처음 등장한 포니쿠페와 포니는 2022년 현재의 눈으로 볼 때 쉴 새 없이 앞으로만 달려온 한국 사회에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문화적 상징이기도 하다. 이상엽 디자이너는 74 콘셉트카에 대해 “오늘 우리는, 선배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여기 포니쿠페를 오마주한 차를 소개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포니를 이렇게 묘사했다.

현대자동차는 7월15일 온라인을 통해 전동화 시대를 겨냥한 고성능 콘셉트카 2대를 세계 최초 공개했다. 이 중 ‘N Vision 74’는 1974년 현대차의 콘셉트카던 ‘포니쿠페’에서 감을 얻어 디자인해 눈길을 끌고 있다.ⓒ현대자동차제공
현대자동차는 7월15일 온라인을 통해 전동화 시대를 겨냥한 고성능 콘셉트카 2대를 세계 최초 공개했다. 이 중 ‘N Vision 74’는 1974년 현대차의 콘셉트카던 ‘포니쿠페’에서 감을 얻어 디자인해 눈길을 끌고 있다.ⓒ현대자동차제공
현대자동차는 7월15일 온라인을 통해 전동화 시대를 겨냥한 고성능 콘셉트카 2대를 세계 최초 공개했다. 이 중 ‘N Vision 74’는 1974년 현대차의 콘셉트카던 ‘포니쿠페’에서 감을 얻어 디자인해 눈길을 끌고 있다.ⓒ현대자동차제공
현대자동차는 7월15일 온라인을 통해 전동화 시대를 겨냥한 고성능 콘셉트카 2대를 세계 최초 공개했다. 이 중 ‘N Vision 74’는 1974년 현대차의 콘셉트카던 ‘포니쿠페’에서 감을 얻어 디자인해 눈길을 끌고 있다.ⓒ현대자동차제공

현대차 부산 VP2 모터쇼: 한국, 이제 뒤돌아보는 시간 필요

“1974년 토리노 모터쇼 현장. 포니가 처음으로 세계무대에 등장한 역사적 순간이죠. 5년이 채 안 되는 시간에도 포니는, 최초의 한국 독자생산 모델을 만들겠다는 패기와 도전정신으로 태어나 현대자동차의 헤리티지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1769년 프랑스의 니콜라 퀴뇨에 의해 처음 자동차가 세상에 등장한 후, 인류는 자동차와 함께 변화·발전하고 있다. 20세기 이후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이동 수단이 되었으며 이제는 미학과 감성을 담아 유저의 정체성까지 연결되는 가치로 진화하고 있다.

7월13~14일 양일간 석천홀에서 진행된 현대차의 VP2, 즉 ‘74의 모터쇼’ 행사. 모터쇼에 초대받는 일이란, 마치 소개팅에 참여하는 청춘의 설렘과도 같이 기다려지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모터쇼에서만큼은 과거의 모터쇼들과 다른 느낌을 받았다. 이상엽 디자이너 입에서 “포니”라는 이름을 들었기 때문이다. 포니라니, 참으로 귀여운 이름이 아닐 수 없다. 40대 이상 한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처음으로 독자개발해 생산한 모델이며 만약 그때 포니가 탄생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세계를 누비고 있는 한국의 다른 차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한국의 자동차 역사에서 포니 탄생의 의미는 크다. 1980년대를 고증하는 역사물이나 드라마를 보면 언제나 포니가 등장한다. 포니는 산업화 시대 ‘한국 주식회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한국인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한국인은 그런 포니를 사랑하고 소비했다. 2013년 8월, 현대자동차 ‘포니1’이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나의 자동차가 국민 문화유산이 된 것이다.

이상엽 부사장은 포니쿠페에 대한 뜻깊은 헌정의 마음과 감사의 고백을 했다.

“나는 마치 우리 동네의 조그맣던 꼬마가 의젓하게 성장해 올림픽 시상대에 서서 국가와 함께 올라가는 태극기 앞에 선 것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가졌다. 1974년 탄생 이후, 선배들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험난한 여정을 지나온 2021년 현대자동차는 전 세계 판매량 3위를 달성하게 되었다. 포니가 처음 해외에 소개되었던 순간, 해외 전문가들의 비웃음과 조소를 끝내 뛰어넘어, 손바닥만 한 나라의 제대로 발음하기조차 어려운 그 브랜드 ‘흉다이’가 이제는 ‘현대’라는 또렷한 이름으로 세계에 우뚝 서게 된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7월15일 온라인을 통해 전동화 시대를 겨냥한 고성능 콘셉트카 2대를 세계 최초 공개했다. 이 중 ‘N Vision 74’는 1974년 현대차의 콘셉트카던 ‘포니쿠페’에서 감을 얻어 디자인해 눈길을 끌고 있다.ⓒ현대자동차제공
현대자동차는 7월15일 온라인을 통해 전동화 시대를 겨냥한 고성능 콘셉트카 2대를 세계 최초 공개했다. 이 중 ‘N Vision 74’는 1974년 현대차의 콘셉트카던 ‘포니쿠페’에서 감을 얻어 디자인해 눈길을 끌고 있다.ⓒ현대자동차제공

‘포니1’,  2013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돼

현대가 다시 포니를 소환한 이유를 종교적으로 재해석해 보면, 마치 구약성경의 이스라엘 민족이 애굽을 탈출한 후,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향하는 순간, 40년간의 광야의 고난에 대해 모세가 추억하며 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선포하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 현대는 올해로 만 80세가 되었다. 만 80세에 부활시키려는 포니의 이름, 그리고 74. 부활을 꿈꿀 수 있는 힘은 지난 시간 동안 포기를 모르는 한국인들만의 한의 정서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한은 슬픔을 통해 미래를 희망하는 아주 특이한 한국인들만의 유대감이다.

74의 근간은 지난 시절 빛을 보지 못한 포니쿠페의 히든 스토리가 전제된다. 1974년 10월 토리노 모터쇼에서 그 존재를 드러냈음에도 당시의 국내 경제 상황으로 인해 양산되지 못했다. 포니쿠페의 디자이너 주지아로의 콘셉트카가 시간을 여행했던 영화, 《백투더퓨처》에서 당시 포니쿠페의 잔상을 엿볼 수 있으며 또한 주지아로의 역작 들로리안을 소개하는 자료에서는 그 영감의 원천이 포니쿠페라는 것을 안내하고 있다. 그런 역사의 증거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두 번째로 가난했던 나라, 대한민국에서 독자 모델의 자동차 양산을 꿈꾸었다는 것은 겨울이 없는 나라 자메이카에서 봅슬레이로 금메달을 꿈꾸었던 실화 영화 《쿨러닝》만큼이나 황당하고도 극적인 꿈이었을 것이다. 그때의 현대는 지금의 현대를 상상이나 했을까? 세계 많은 곳에서 그 현대라는 이름을 온 도시에 새겨 나가고 있는 이 현실을 말이다. 섹시하면서도 당당한 그 모습이 왠지 자랑스러워지는 건 필자가 단지 한국인이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74의 자태는 국내 디자인인가 할 정도로 가히 환상적이었다. ‘독일에서 왔다’는 말 대신 ‘벤츠의 나라에서 왔다’고 말해도 온 세상이 알아들을 만큼 브랜드가 나라를 대신하는 대명사가 되는 그런 영예로운 순간이 현대의 눈앞에 가까이 온 것일까. 현대자동차가 앞으로 도전해야 할 문제들이야 산재해 있겠지만 선배들의 열정에 존경심을 바치는 그 메시지만큼 강인한 힘은 없을 것이다. 74의 이름이 한 기업을 대표하는 스포츠카가 되었다. 현대차가 48년 전의 포니를 소환한 것은 앞만 보고 달리다 이제 땀과 노력을 바쳤던 선배들의 뒤를 돌아볼 때가 되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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