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세대, K컬처 다진 조용한 실력자였다”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7.24 11:00
  • 호수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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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여에 걸쳐 X세대를 분석한 《다정한 개인주의자》

1972년생인 서태지는 지난해 말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에게 인사하면서 “그나저나 내년이 벌써 데뷔 30년째다. 어느덧 교과서로 접한다는 그런 진짜 원로 가수가 돼있다”고 전했다. 데뷔 당시 많은 어른이 저런 게 노래냐, 요즘 젊은 세대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에 열광하는 1970년대 세대들을 ‘X세대’라 칭하고 기성세대와 구분하기도 했다. X세대가 50대 어른이 된 지금, 그들은 이 사회에 어떤 존재로 남아있는 걸까.

세대론이 세대 갈등을 더 부추긴다고 그만두라고들 하는데, ‘나를 알아야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며 자신이 속한 세대를 분석한 책이 눈길을 끈다. 인터뷰 전문 매거진 '톱클래스'의 편집장인 김민희씨가 3년여에 걸쳐 X세대를 분석해 그들만의 경쟁력과 역할을 정리한 《다정한 개인주의자》가 그것이다. 김씨는 “세대론을 알아간다는 것은 오해를 이해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다정한 개인주의자│김민희 지음│메디치미디어 펴냄│264쪽│1만6000원
다정한 개인주의자│김민희 지음│메디치미디어 펴냄│264쪽│1만6000원

“X세대는 결코 무대에서 사라지는 세대가 아니다”

“X세대의 행로는 윗세대와는 달랐다. 있는 자리를 차지하려는 ‘자리 뺏기’ 싸움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의자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문화란 기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반짝이면 내가 곧 별이 되고 그곳에 반짝거리는 새로운 의자가 만들어지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1975년생으로서 X세대의 한복판에 서있는 김씨는 ‘개인주의자 첫 세대’ ‘이카루스 세대’ ‘투명인간 세대’ ‘문화 개척자 세대’ ‘디지털 첫 세대’ ‘돛단배 세대’ 등 열다섯 가지 키워드로 X세대만의 경쟁력을 새롭게 규정하고, 이 첨예한 갈등과 분열의 시대에 X세대가 해야 할 역할들을 짚고 있다. 그가 시도하는 작업은 ‘타 세대로부터 규정되고 언급된 제3자의 시각’이 아니라 ‘내가 나를 아는’ 관점에서 X세대를 바라보고, 각 개인의 서사를 모아 하나의 이야기로 ‘다정하게’ 확장해 나간다.

“우리는 정작 우리 세대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려 하지 않았다. X세대는 개인주의의 첫 세대라는 점에서 86세대의 아류가 아니며, 목표 지향의 성실한 잡초 세대라는 점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베타버전이 아니다.”

김씨는 X세대가 결코 무대에서 사라지는 세대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유독 정치 만능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강한 우리 사회지만, 문화적 영역으로 시선을 돌리면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끈 K컬처의 주역으로서 X세대가 많은 역할을 해왔고, 그리고 그들이 라이프스타일의 개척자로서 숱한 지문을 곳곳에 남겨왔다는 것이다.

“문화는 조용히 힘이 세다. 누군가가 강요하지 않아도 좋아하게 되고 따라 하게 되고 동경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지속력은 뭉근히 오래간다.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10대 때 접한 노래의 감성, 그때 즐겨 보던 영화들, 20대에 접한 패션 감성이 나이가 들어서도 어디 가지 않고 각자의 세포 어딘가에 스며들어 평생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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