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경란’으로 가나…대기발령·감찰에 들끓는 경찰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7.2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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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 반발 격화…‘전면전’ 양상
7월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 연합뉴스
7월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 연합뉴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의 조직적 움직임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 주도자를 대기발령 조치하고 참석자들에 대한 감찰까지 착수하면서 반발이 더 격화하는 분위기다. 정부와 경찰 지도부의 강경 태세에 경감·경위급도 집단행동을 예고, 맞불을 놓으면서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는 양상이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일선 경찰서의 경감·경위 등 중간·초급 간부들은 금명간 '전국 현장팀장 회의'를 열고 경찰국 신설과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 대기발령 조치 등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총경에 이어 현장 경찰들까지 목소리를 키우며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초유의 '경란'이 현실화 할 가능성이 커졌다. 

전날 경찰대 14기인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오는 30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경감, 경위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현장팀장회의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김 경감은 총경 회의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대기발령 조치된 류 총경을 언급하면서 "자신을 버려가며 올바른 행동을 하는 훌륭한 지휘관들을 잃게 되면 우리는 앞으로 자신의 이익에 눈먼 충견 지휘관들 밑에서 정권의 하수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당일 오후 7시30분께 이를 주도한 류 총경을 울산경찰청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 소속으로 대기발령 냈다. 경찰청의 회의 개최 중지 명령을 따르지 않은 데 대한 징계성 조치다. 

앞서 경찰청은 회의 시작 직전 경찰청장 직무대행(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명의로 주최 측에 '회의 개최 중지'를 명령했고, 오후 4시경 '즉시 해산'을 재차 명령했지만 회의는 예정대로 열렸다.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된 회의에는 총경급 간부 710명 중 189명(현장 참석 56명, 온라인 참석 133명)이 참석했다.

경찰청은 류 서장이 직무 명령을 따르지 않은 점을 들어 국가공무원법 57조 '복종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류 총경을 포함한 현장 참석자 56명에 대해선 해산 명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감찰에 착수했다.

7월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 결과를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7월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 결과를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경찰청의 이같은 조치는 일선 경찰들의 반발에 기름을 끼얹었다. 당장 경찰 내부망에는 윤 후보자를 비롯한 수뇌부 사퇴와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경찰 내부망에는 류 총경 등을 지지하는 글과 함께 "탄압받는 총경(을 위한) '법률 지원 돕기 모금운동'을 시작한다"는 게시물과 총경들이 "나도 회의에 참석했다. 대기발령 해달라"며 경찰청의 조치를 비판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류 총경은 전날 언론과의 통화에서 대기발령 조치에 대해 "칼만 휘두르면 머리를 숙일 줄 아는 모양인데, 우리는 목을 내놓고 하고 있다"며 "우리(경찰)를 무시하는 처사다. 더 큰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경찰청지부와 경찰청주무관노동조합도 성명을 내고 "류삼영 총경 대기발령을 철회하고 전국 경찰서장 회의 참석 총경에 대한 감찰조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두 노조는 "류 총경 대기발령은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증거를 스스로 제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국민을 바라보고 국민에게 충성해야 할 경찰이 이제는 인사권을 행사하는 행안부 장관에게 정치적으로 예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부적절한 모임으로 치부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참석 자제를 요청하며 회의 도중 해산지시를 내린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에게 "무엇이 두려워서 이를 막는가"라고 비판했다.

노조들은 또 "검찰 인사방침과 수사권조정 반발, 법무부 장관 수사 지휘 거부 등의 이유로 총 7번이나 이루어진 평검사 회의는 정당하고 총경 회의는 부당한가"라며 "평검사 회의로 징계받은 검사가 과연 있었던가"라고 반문했다. 두 노조는 류 총경 대기발령 취소와 회의 참석자 감찰 조사를 중단할 때까지 투쟁하고, 행안부가 경찰국 신설과 지휘규칙 제정을 철회할 때까지 대국민 홍보전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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