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자기정치’ 아이러니…당 떠나자 ‘차기 당권주자 1위’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7.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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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 대신 장외여론전 나서
당내 분위기는 ‘냉랭’…‘이준석 지우기’ 본격화?

“당신이 부르면 달려갈 거야, 무조건 달려갈 거야.”

전라남도 진도 길거리 한복판에서 지난 22일 밤 울려 퍼진 노래다. 가락의 주인공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였다. 지난 8일 성 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이 대표는 중앙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내는 대신 전국 순회를 통해 유권자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물리적인 거리는 중앙당에서 멀어졌지만, 오히려 이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직무정지 상태에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 모습이다. 이 대표가 징계 처분 이후 당에 복귀하기 위한 포석을 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지만, 당 안팎의 분위기는 냉랭한 편이다. 이 대표는 6개월 뒤 ‘무사 귀환’ 할 수 있을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주 무등산에 오른 소식을 전하고 있다. Ⓒ페이스북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주 무등산에 오른 소식을 전하고 있다. Ⓒ페이스북

이준석, 당에서 멀어져도 민심은 ‘1순위’

25일 시사저널이 접촉한 여권 인사들 사이에선 이 대표의 ‘서진정책’이 활발하게 언급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광주 무등산 등반을 계기로 잠행을 끝낸 뒤 본격적으로 전국을 누비며 2030 당원 등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전국 지방 유세에 나서는 모습과 닮아있다는 평가다. 2주 동안 이 대표 일정의 대부분이 호남 지역에 쏠려 있어, ‘이준석 표 서진정책’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이 대표도 호남지역 유권자들을 향해 공개적인 구애에 나섰다. “당원 가입하기 좋은 날”이라며 가입을 유도하는 SNS 글을 꾸준히 게재하면서다. 국민의힘에선 한 달에 1000원 이상씩 석 달 이상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이 되면 전당대회 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대표 측은 중징계 처분 이후 복귀 및 전당대회 재출마를 공언해 온 만큼, 당내 지지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자기 정치’의 사전 포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심도 들썩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로 이 대표가 1순위에 꼽혔다. 지난 20일 발표된 조원씨앤아이 조사(스트레이트 뉴스 의뢰, 16~18일 조사, 1000명 대상)에선 이 대표의 지지율이 25.2%로, 당내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18.3%)‧김기현(4.9%)‧장제원(4.4%)‧권성동(3.1%) 의원 보다 크게 앞섰다. 모순적이게도 당에서 멀어질수록 이 대표의 인기는 올라가는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 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서 전국을 돌며 당원 및 지지자들과 만나고 있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전라남도 진도를 찾은 모습이 22일 공개됐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당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 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서 전국을 돌며 당원 및 지지자들과 만나고 있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전라남도 진도를 찾은 모습이 22일 공개됐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준석 지우기’ 시동 걸리나

민심과 달리 당심은 냉소적인 편이다. 오는 8월 이 대표를 둘러싼 성 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기소’ 의견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게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성 관련 비위로 기소만 당해도 공천을 받을 수 없다. 이 경우 이 대표는 전당대회 재출마는커녕 정치권 복귀도 어렵게 된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이미 이 대표는 ‘아웃’ 됐다고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전했다.

당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보합세’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2일(한국갤럽)부터 이날(리얼미터‧KSOI)까지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약 두 달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KSOI조사(TBS 의뢰, 22~23일, 1002명 대상)에선 0.2%포인트 소폭 상승(32.0%⟶32.2%)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 국면에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이 결집한 결과라는 해석과 함께, 이 대표의 징계로 불거진 당 내홍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기 때문이란 평가도 나온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평가 받는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라며 “원 구성도 완료됐으니 집권여당으로서 정책 이슈를 주도해나가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관련해선 “지방 순회에 나선 것은 ‘자기정치’ 면에선 긍정적”이라면서도 “지금은 당권을 안정화하는 데 당력을 쏟아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이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당 지도부가 ‘이준석 지우기’에 돌입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오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점식 의원과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을 당 최고위원으로 선임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두 인사는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임명을 반대해 온 인물이다. 이들이 최고위에 최종 합류할 경우, 이 대표의 복귀 가능성엔 빨간불이 켜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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