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신인 윤이나, 슈퍼스타에서 부정행위자로 전락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7.30 13:00
  • 호수 17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정행위’ 알면서도 ‘쉬쉬’하다 한 달 만에 자진 신고
‘싸늘한 여론’에 선수 생명 ‘치명타’ 입을 가능성도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윤이나(19·하이트진로)가 ‘슈퍼스타’에서 ‘양심불량자’로 낙인찍히면서 나락으로 곤두박질할 위기에 몰렸다. 부정행위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한국여자프골프(KLPGA)투어 출전을 중단한 윤이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윤이나는 7월25일 공식 사과문에서 “지난달 16일 DB그룹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 15번 홀에서 ‘오구(誤球) 플레이’를 했다”고 털어놨다. 윤이나는 “앞쪽에 있는 깊은 러프에 공이 있다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그것이 저의 공인 줄 오해하고 플레이를 진행했다”며 “그러나 곧 저의 공이 아님을 알게 됐고, 처음 겪는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순간 판단이 서지 않아 결국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플레이를 이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해명했다. 이어 “선수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저의 미성숙함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깊이 들여다보겠다.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 나은 선수 그리고 사람이 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오구 플레이는 경기 중에 종종 발생하는 규칙 위반을 뜻한다. 프로선수들은 자기 공에 점(●)이나 별(★) 등 다양하게 고유의 표시를 한다. 프로 중에는 동일한 브랜드의 공을 사용하는 선수가 많아 오구 플레이를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공에 자신만의 표시를 한다. 

이런 반성에도 그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자칫 선수 생명에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그가 자신의 잘못을 밝힌 ‘시점’이다. 무려 한 달간이나 이런 사실을 숨겼다는 것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핵심 이유다. 윤이나는 물론 코치, 캐디, 가족들이 모두 부정행위를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쉬쉬하다가 좋지 않은 소문이 돌자 자진 신고했다.    

ⓒ연합뉴스
윤이나가 7월1일 강원도 평창군 버치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맥콜·모나파크 오픈 1라운드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연합뉴스

좋지 않은 소문 돌자 그제야 자진 신고

시간을 잠시 되돌려보자. 6월16일 충북 음성에서 열린 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 이 대회는 KLPGA투어와 달리 대한골프협회(KGA)가 주관하는 내셔널타이틀 대회다.

1라운드에서 윤이나는 마다솜(23·큐캐피탈파트너스), 권서연(21·우리금융그룹)과 동반 플레이를 했다. 사고가 난 홀은 15번홀. 윤이나가 티샷한 공이 오른쪽으로 날아가 깊은 러프에 빠졌다. 주변에 있던 누군가가 러프에 빠진 공을 찾았다고 말했고, 윤이나는 이 공으로 플레이를 했다. 그러나 이 공은 윤이나의 공이 아니었다. 마다솜과 권서연의 공도 아니었다. 그냥 누군가가 잃어버린 ‘로스트(lost) 공’이었던 것이다. 

당시 윤이나는 그린에 도착한 뒤 공이 자신의 공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캐디가 사실대로 신고하면 벌타를 받고, 그대로 경기를 진행하면 실격된다고 알렸지만, 윤이나는 그냥 경기를 진행했다. 골프 규칙 15조 3항에 따르면 ‘오구 플레이’를 범하면 2점 벌타를 받고, 다음 홀에서 티샷을 하기 전에 정정을 해야 한다. 또 마지막 홀에서 정정 의사를 밝히지 않고 그린을 떠나면 실격된다. 

따라서 윤이나는 자신의 볼을 찾지 못하면 벌타를 받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 다시 플레이해야 했다. 규칙을 위반하면 벌타를 받고, 다시 플레이를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윤이나가 자신의 잘못을 알고도 이를 숨긴 것은 명백한 ‘부정행위’에 해당한다. 해명대로라면 당시 공을 착각했다. 공을 치기 전에 자신의 것인지 확인했다면 이런 사달이 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난 7월16일 윤이나의 소속사가 당시 상황을 선수로부터 직접 확인했고, KGA에 오구 플레이 상황을 자진 신고했다. 이는 공공연하게 윤이나의 부정행위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시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소속사와 윤이나는 공식 입장과 사과문을 7월25일에야 언론사에 배포했다. 

너무 늦었다. 한국여자오픈에서 윤이나의 1라운드 성적은 4오버파로 공동 116위였다. 컷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 때문에 스스로 과오를 인정하지 않았을까.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는데 스스로 기회를 날렸다. 부정행위였다는 사실을 자신뿐만 아니라 캐디와 코치, 가족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윤이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회에 계속 출전했다. 

ⓒ연합뉴스
윤이나가 7월17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 2022’ 최종 라운드 4번홀에서 티샷하고 있다.ⓒ연합뉴스

英·美 기준으로는 ‘무기한 출전정지’ 

윤이나는 6월26일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2에서 단독 3위, 7월3일 맥콜·모나파크 오픈에서는 준우승했다. 그리고 7월17일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에서 경기 내내 선두를 달리며 우승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오구 플레이를 접수한 다음 날 첫 우승을 했다. 이후에도 윤이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7월24일 경기에 출전해 공동 15위에 올랐다. 

만 19세의 윤이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에 입문해 주니어 시절부터 이름을 알렸다. 여중, 여고부에서 다수의 우승을 기록하면서 기량이 급성장했다. 지난해 6월 KLPGA에 입회했다. 프로 입문 6개월 동안 드림투어와 점프투어, 그리고 정규투어를 뛰면서 이름을 알렸다. 드림투어 2승, 준우승을 네 번 했고, 점프투어에서 1승을 올렸다. 170cm, 탄탄한 체격에 수려한 외모를 지닌 윤이나는 드라이버 거리도 300야드를 넘나든다. 평균 드라이버 263.71야드로 거리 부문 랭킹 1위다. 네티즌들은 “박세리를 능가할 선수” “골프계의 손흥민” “국내를 평정하고 LPGA투어를 평정할 선수”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KGA는 윤이나의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 성적을 삭제하고 실격 처리했다. KGA는 이번 윤이나의 사건을 ‘품위 훼손’으로 간주해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1년 이상 출전정지 징계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KLPGA는 KGA의 징계를 지켜본 뒤 상벌위원회를 소집해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미국골프협회와 골프 규칙을 제정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의 징계 규정을 보면 오구 플레이 은폐는 무기한 출전정지 대상이다.

윤이나의 이번 사태가 어떤 형태로 결말이 날지 예측하긴 쉽지 않다. 어찌 됐든 부정행위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 골프계 모두가 자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