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서 버티면 유증상” 과학방역 내걸고 부작용 예견 못한 尹정부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7.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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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자 검사비 자가 부담에 ‘숨은 감염자’ 양산 지적
‘유증상자 되기’ 방법 공유하는 웃지 못할 촌극도
윤석열 대통령이 7월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월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무증상자에게 검사비를 청구토록 하면서 '숨은 감염자'를 양산, 유행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방역 당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현행 검사비 청구 개선을 지시하자 부랴부랴 뒷북 대응에 나섰다. 새 정부가 내걸었던 '과학 방역'이 몇 달째 뚜렷한 실체 없이 현장 혼선만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29일 방역 당국은 확진자 밀접 접촉 등으로 감염이 의심되지만 뚜렷한 증상이 없는 '무증상자'에게 자가로 신속항원이나 PCR 검사비용을 부담토록 한 제도의 보완 작업에 착수했다.  

새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에 변화를 주면서 병·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경우 유증상자와 무증상자의 보험 적용을 달리했다. 따라서 현재 병·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경우 유증상자는 보험이 적용돼 5000원만 내면 되지만, 무증상자는 비급여로 분류돼 전액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확진자와 접촉 이력이 있더라도 관련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개인이 3만∼5만원 가량의 검사비를 부담하고 있다. 검사비가 지역별, 의료기관별 천차만별인 점도 문제다. 

이같은 높은 코로나19 검사비용 때문에 검사를 회피, 감염되고도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숨은 감염자'가 늘어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졌다. 임시선별검사소나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도 60세 이상 또는 해외 입국자, 의사 소견서가 있는 유증상자 등 우선순위 대상자만 PCR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대상이 아니라면 12만원 가량의 진료비를 내야 한다.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하면서 확진자 규모가 20만~3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숨은 감염자가 계속 늘어날 경우 유행 기간과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제 확진자 수를 통상 정부 발표치의 2배 수준으로 봐야한다고 제언하는데, 최근 들어 숨은 감염자가 늘어난 만큼 실제는 2배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검사비를 둘러싼 혼란을 반영하듯 '무증상'을 '유증상'으로 바꾸는 방법을 공유하는 웃지못할 '촌극'도 벌어진다. 네티즌들은 "한낮 체감 온도가 40도까지 오르니 뙤약볕에서 10분 넘게 걷다가 검사하러 가면 체온이 급격히 올라 '고열'로 유증상 분류돼 보험 처리가 가능할 것 같다. 정부가 강조했던 '각자도생'에 걸맞는 대응아닌가"라는 등 방역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무증상자 검사비와 함께 격리자에 대한 생활지원금과 유급휴가비 지원 대상을 축소한 것도 선제적 검사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됐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도 지원 축소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자율방역' 협조를 거듭 당부할 뿐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과학 방역'을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무리한 전임 정부 정책 뒤집기로 숨은 감염자만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재유행이 본격화 되자 축소 운영하던 임시선별검사소를 뒤늦게 확대하는 것도 한 발 늦었다는 지적이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7월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7월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사비 부담 덜 방안 강구할 것"

전문가들과 현장에서의 질책이 거듭되자 결국 윤석열 대통령도 이에 대한 보완을 지시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검사소 부족, 검사비용 부담 등으로 국민 불편함이 없는지 점검할 것을 당부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코로나19 검사비용 문제에 대해 "경제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강구해서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 경감이 필요한 경우에 대해 "간혹 회사에서 확진자와 밀접접촉을 했는데,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은 분들이 꽤 있다. 이런 분들은 3만∼5만원 정도의 검사비를 내고 있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검사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선별진료소 야간·주말 운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백 청장은 "임시선별검사소는 1차적으로 70개소를 운영하고, 추후 필요한 곳은 상황에 따라 확대해서 검사진단체계가 차질 없이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공언과 달리 검사소 확대는 더딘 실정이다. 지난 18일 기준 전국 4곳이던 임시선별검사소는 이날 기준 36개로 늘긴 했지만, 아직 목표치인 70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검사와 진료, 처방이 한 번에 가능한 '원스톱 의료기관' 확대와 병상 확보 역시 현장에서는 인력과 예산 문제 등을 호소하며 난항을 겪고 있다. 

각종 혼선에도 불구하고 백 청장은 이날 역시 '자율 방역'에 거듭 방점을 찍으며 "예측 범위 이내로 유행이 전개되면 인원·모임 제한 같은 일률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없이 준비된 방역의료 역량으로 대응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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