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고온에 빙하 ‘줄줄’ 녹아…알프스 인기 탐방로 통제
  • 박새롬 디지털팀 기자 (lovelyheidi950303@gmail.com)
  • 승인 2022.08.01 12: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때이른 입산 통제…“빙하 녹으면서 산사태 위험”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얼음 흔적만 일부 남아 있는  스위스 그라우뷘덴주 알프스산맥 내 모테라치 빙하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얼음 흔적만 일부 남아 있는 스위스 그라우뷘덴주 알프스산맥 내 모테라치 빙하 모습 ⓒ연합뉴스

이상고온으로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알프스 산맥의 인기 탐방로가 속속 통제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알프스 산맥 인기 봉우리인 마터호른(4478m)과 몽블랑(4809m)의 일부 탐방로가 통제됐다고 전했다. 탐방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가디언에 따르면, 에조 말리에르 이탈리아 발레다오스타주 가이드협회장은 “관광객이 가장 좋아하는 경로가 끊어졌다”며 “코로나19 봉쇄에 이어 또다른 타격”이라 토로했다. 피에르 메이시 스위스 산악가이드협회장도 “예년보다 너무 이른 시기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우려했다.

스위스 융프라우(4158m) 가이드들도 지난주부터 관광객들에 등정을 권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가이드들이 융프라우 등정을 막는 건 거의 100년 만의 일”이라 보도했다. 

이같은 통제는 지난 5월부터 일찍이 이어진 이상고온으로 최근 유럽 빙하가 급속도로 녹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적설량이 부족했던 것도 빙하가 녹는 속도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빙하는 겨울철 적설량이 충분해야 여름을 잘 버틸 수 있다. 흰 눈은 태양 빛을 반사하며 빙하에 ‘보냉 효과’를 준다.

올해 초엔 사하라 사막의 모래 먼지가 상승기류를 타고 대기 중에 분포, 유럽 내 내리는 눈에 섞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처럼 불순물이 섞인 눈은 깨끗한 눈보다 태양 빛을 더 많이 흡수해 빨리 녹는다.

빙하가 빠르게 녹기 시작하면 산사태·눈사태 등 위험이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빙하가 잘 얼어있을 땐 바위 등 산악지형을 단단하게 고정해주지만 빙하 녹은 물이 빙하 밑에서 많이 흐를수록 산사태·눈사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빙하를 연구하는 마일린 자크마르트 ETH취리히대학 교수는 “빙하 녹은 물이 많아질수록 상황이 복잡해지고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달 3일 이상고온으로 빙하가 녹으면서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 산맥 최고봉 마르몰라다 정상(3343m)에서 빙하 덩어리와 바위가 한꺼번에 떨어져 탐방객 11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지난달 8일엔 키르기기스스탄 톈산산맥 주쿠 계곡에서 대규모 빙하 붕괴로 눈사태가 발생, 관광객 10여 명을 덮치는 사고가 있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