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이준석·권성동…‘이 사람’과 대립한 지도부의 ‘줄퇴장’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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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아웃’에 장제원 ‘실세설’ 재부상…새 지도부 핵심멤버 등판 가능성

“뿌리가 하나인데 투쟁할 것 없다.”

지난 14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당시 정치권에선 권성동 원내대표가 장 의원이 주장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반대해 갈등을 빚고 있다는 풍문이 돌았다. 장 의원은 이에 대해 “뭐가 갈등이고 불화인지 모르겠다”며 “나는 사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권 원내대표와 당권투쟁을 벌일 것이란 정치권 일각의 전망을 반박한 것이다.

그로부터 약 2주 뒤, 장 의원과의 갈등설이 일던 권 원내대표가 돌연 당대표 직무대행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는 ‘비대위 체제’ 전환을 예고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부터 이번 비대위까지, 사실상 장 의원의 의중대로 정치판(判)이 움직이는 모습이다. 이에 여권 내에선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 장 의원의 ‘실세설’이 재부상하고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김종인 이어 이준석도…퇴장 당한 장 의원의 ‘敵’

장 의원 이름 앞에 ‘실세’가 붙기 시작한 건 지난 대선부터다. 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는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 ‘원톱 체제’였다. 장 의원은 김 전 위원장과 캠프 인선 등을 두고 의견 대립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24일 선대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경선 과정에서 후보와 가까웠다고 하는 사람들이 조금 오버하는 측면이 있어 불협화음이 생겨나고 있다”고 폭로했다. 사실상 장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에게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당시 후보였던 윤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다. 윤 대통령은 장 의원을 적극 두둔했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은 전남 여수광양항만공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 의원은 사실상 (당 경선) 국민캠프에서부터 상황실장을 그만두고 선대위에 아예 출근도 하지 않고 있다”며 “주변에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도 없는 입장인데 무슨 ‘윤핵관’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후 장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은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다. 1월5일, 윤 대통령은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하면서 김종인 전 위원장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은 취재진에게 ‘윤핵관 실세설’을 겨냥, “공식적으로 (‘윤핵관’은) 후퇴했지만 내부적으로 그 사람들의 영향력은 아직 존재한다”라고 각을 세웠다. 실제 선대위 후방으로 후퇴했다던 장 의원은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을 직접 주도하면서 막후 영향력을 과시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후 장 의원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윤 대통령이 장 의원을 당선인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이다. 장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과 새 정부의 밑그림을 직접 그렸다. 이 같은 상황에 이준석 대표는 불만을 갖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대선 당시 ‘윤핵관’이란 명칭을 만들어낸 장본인으로, 특히 장 의원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이 대표는 안철수 의원과의 단일화를 끝까지 반대했지만, 장 의원이 막후에서 주도한 단일화 협상을 저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국공신’ 자리를 장 의원에게 내준 이 대표는 이후 당의 혁신을 주도하며 당권 장악력을 높여갔다. 그러나 얼마지나지 않아 이 대표는 위기에 봉착했다. 이 대표를 둘러싼 ‘성 접대 및 증거은폐 의혹’이 불거진 탓이다. 당시 이 대표는 본인의 징계 가능성이 언급되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핵관 배후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결국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이란 중징계를 내렸다. 이후 이 대표는 전국의 당원들을 만나며 재기를 모색했지만 당이 돌연 비대위 체제를 모색하면서, 복귀 기회도 무산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3월10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을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지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3월10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을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지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조기전대 시 장제원 등판 가능성은?

현재 장 의원은 침묵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사퇴, 비대위 전환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는 비대위 전환 추진에 맞서 김용태, 정미경 최고위원 등 친이준석계를 중심으로 ‘윤핵관 2선 퇴진론’도 분출되는 모양새다. 권 원내대표의 퇴장에 맞물려 장 의원의 등판설이 흘러나오자 이를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유승민 후보를 지지했던 국민의힘 한 의원은 “어느 한 곳으로 권력이 집중되면 잡음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집권여당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대통령실에 쓴소리도 할 수 있는 지도부가 들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조기 전당대회를 열더라도 장 의원이 직접 출마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윤핵관’ 권성동 원내대표가 퇴장하자마자 같은 ‘윤핵관’인 장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다면, 본인이 지금까지 부인했던 ‘당권 욕심’이 사실로 드러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 의원에 대한 ‘민심’ 역시 좋지 못하다. 그의 아들이 음주운전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탓이다.

일각에선 장 의원이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이나 김기현 전 원내대표와 손잡고 총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른바 ‘간장 연대’ 혹은 ‘김장 연대’ 중 하나를 모색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정치권에선 장 의원의 존재감이 계속 커지는 게 침체된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여당이 새로운 지도체제로 재편해야 하지 않는 이상 (당정의 위기를 극복하기는) 힘들다. 결국 비대위 체제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정부 여당이 새 비전을 발표하는 게 상식인데 지금 거꾸로 가고 있다”며 “시간만 나면 여당이 권력 다툼을 하니 ‘국정 운영이 제대로 될까’라는 국민의 비난이 들불처럼 번지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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