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임금 9%↑…“정당한 보상” 속 양극화 우려도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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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기업, 2년 연속 큰 폭의 인상 결정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월 276만1000원
지난 4월 13일 서울 용산구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자택 인근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임금체계 개편 및 휴식권 보장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13일 서울 용산구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자택 인근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임금체계 개편 및 휴식권 보장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긴 교섭 끝에 사측이 제시한 올해 임금인상률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로써 주요 대기업의 올해 임금 협상이 마무리됐다. 지난해에 이어 이들 기업들의 임금 상승률은 두 자릿수에 가깝다. 연일 최대 실적을 갱신하면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커진 탓이다. 하지만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나선효과(Spiral effect)’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아울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소득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하는 것도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IT 업계는 두 자릿수↑…대기업 임금 인상 행렬

지난 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오는 10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임금협약을 체결한다. 이는 삼성전자 내 4개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노조 공동교섭단과 사측이 31회의 ‘2021~2022년도 임금교섭’ 끝에 합의한 결과다.

노조 측은 사측이 제시한 지난해 임금 7.5%(기본인상률 4.5%, 성과인상률 평균 3.0%), 올해 9%(기본인상률 5%, 성과인상률 평균 4%) 인상을 수용했다. 앞서 사측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약 96%의 직원들과 노사협의회를 통해 올해 9% 임금 인상에 합의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 주요 대기업들은 큰 폭의 임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 시작은 SK하이닉스였다. 지난해 경쟁사보다 낮은 성과급에 MZ세대 직원들이 반발하면서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9%의 임금 상승률에 이어 올해에는 5.5% 인상에 합의했다.

인재 경쟁이 치열한 IT업계의 인상률은 이미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카카오는 올해 임직원 연봉 예산을 15% 늘렸고, 네이버는 임직원 연봉을 10% 올리며 직원 붙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임금 인상은 다른 산업까지 번졌다. LG전자는 지난해 임직원 평균 임금을 최근 10년 내 최대 폭인 9%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올해 임금인상률을 평균 8.2%로 확정했다. 현대차 역시 기본급 4.3% 인상에 각종 수당을 합쳐 9%의 실질 인상률에 노사가 합의했다.

네이버 노동조합인 ‘공동성명(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 조합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5개 네이버 계열사 조합원에 대한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향후 단체행동 계획을 밝혔다. ⓒ연합뉴스
네이버 노동조합인 ‘공동성명(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 조합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5개 네이버 계열사 조합원에 대한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향후 단체행동 계획을 밝혔다. ⓒ연합뉴스

“물가상승 →임금상승 →물가 추가상승 악순환 가능성”

대기업의 임금 인상 행렬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인건비 상승은 비용의 증가다. 이처럼 늘어난 비용은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를 높이게 되고 상승한 물가가 다시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나선 효과’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은행도 이 같은 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발표한 ‘최근 노동시장 내 임금상승 압력 평가 및 시사점’에서 “물가상승률이 높은 시기에 노동비용이 더욱 쉽게 물가에 전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물가상승→임금상승→물가 추가상승의 악순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무엇보다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도 임금 인상 자제를 재차 요청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강연에 나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르고 있고 인건비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물가 상승-임금 인상-물가 상승’의 인플레 악순환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며 “전체적으로 악순환이 되기 때문에 기업 현장에서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올려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재직자 간의 소득 불균형 심화도 빼놓을 수 없다. 고용노동부의 6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0인 미만 사업체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4.5%(14만7000원) 올랐다. 반면 대기업인 300인 이상 사업체는 10%(56만4000원) 증가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276만1000원 수준이다. 최근 3년 새 가장 큰 격차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 5월 5.4%를 기록한 데 이어 6월과 7월 두 달 연속 6%를 기록했다. 중소기업 재직자들의 임금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대기업 임금 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중소기업 재직자들이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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