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우울증 환자 실손의료보험 가입 거부, 차별 행위”
  • 박새롬 디지털팀 기자 (lovelyheidi950303@gmail.com)
  • 승인 2022.08.1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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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보험 인수 기준 보완·진정인 재심사 권고 
우울증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했다는 이유로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건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10일 나왔다. ⓒ연합뉴스
우울증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했다는 이유로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건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10일 나왔다. ⓒ연합뉴스

보험사가 우울증 환자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거부한 건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10일 인권위는 우울증 환자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거부한 보험사들의 행위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A씨는 몇 달 전부터 가벼운 우울감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 보험사 두 곳에서 실손의료보험 가입 상담을 하던 중 이 사실을 알리자 보험 가입을 거부당했다. 

이에 해당 보험사들은 “가입 희망자가 우울증이 있는 경우 연령, 재발성, 입원력, 치료 기간 및 종결 후 경과 기간 등에 따라 인수 기준을 달리하고 있는데, 실손의료보험은 우울증 치료 종결 후 최소 1~5년이 지나야 심사를 진행하고 인수 여부를 검토해왔다”고 답했다.

이어 우울증 등 정신질환의 위험도를 당뇨, 고혈압 다른 신체 질환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정신·행동장애의 평균 입원 일수가 타 질환보다 매우 높고 우울증 환자의 요양급여비용 총액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우울증 환자의 주요 질병 발생률 및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통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지난 2018년부터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들도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가능해졌는데 유독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만 가입을 제한하는 건 비합리적이라고 봤다.

또 보험사들이 제시한 우울증 위험성 관련 통계에 대해선 △개인의 증상이나 질환의 경중, 건강 상태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점 △대체로 2000년대 초반 통계여서 최근의 의학 발전 및 치료 환경 변화를 반영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요양급여비용 증가 추세는 다른 질환에서도 마찬가지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현 보험 인수 기준으론 정신질환자들이 치료를 회피하는 등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처럼 적극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건강 관리를 하는 사람은 보험 가입이 제한되고, 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한 사람은 가입이 가능한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 

그러면서 “정신과 약물 복용, 치료 및 상담만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제한하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정신질환 치료로 인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앞으로 비슷한 차별 행위가 재발하는 일을 막기 위해, 해당 보험사들에 ‘정신 및 행동장애’ 관련 인수 기준을 보완할 것을 권고했다. 질환의 경중, 건강 상태 등 구체적 고려 없이 우울증 환자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일률 거부하지 않도록 기준을 바꾸라는 것이다. 또 진정인에 대해선 보험 인수 여부를 재심사하라고 권했다. 

한편 실손의료보험은 상해 및 질병으로 병원에 입·통원하며 치료나 처방조제를 받은 경우, 본인이 부담한 의료 비용을 보험 가입 금액 한도 내에서 보상받는 보험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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