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 조심해야 할 ‘발목 불안정증’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7 07:30
  • 호수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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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길에 넘어져 발목을 심하게 삐었다면 방치하지 말고 병원 치료 받아야

올해 여름철 심한 장마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장마철에는 빗길에 넘어져 병원을 찾는 환자도 늘어난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23개 병원 응급실을 찾은 손상 환자(상해를 입은 환자) 가운데 약 21%는 낙상이 원인이었다. 특히 70세 이상의 55%는 낙상 때문이었다.

낙상으로 쉽게 다치는 부위는 발목이다. 대부분은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아도 회복된다. 그러나 고령자, 근육이 약한 사람, 심하게 넘어진 사람에게 발목 부상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박기범 세란병원 정형외과장은 “긴급 상황에서 신속하게 몸을 보호하기 힘든 고령층은 장마철에 미끄러운 대리석이나 계단 등에서 걸을 때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노인의 발목 부상은 또 다른 낙상으로 이어져 2차 사고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을 수 있다. 평소에 허벅지와 근육의 근력을 강화하고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발목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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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디딜 수 있느냐가 관건

발은 몸을 지탱하는 주춧돌 역할을 한다. 걷거나 달릴 때 지면의 충격을 흡수하며 체중을 적절히 분산해 몸의 균형을 유지해 준다. 특히 발목 관절은 가장 많은 하중을 받는다. 발목 관절은 갑자기 움직이거나 넘어질 때 삘 수 있다. 흔히 발목을 삐었다거나 접질렸다고 표현하는 발목 염좌는 발목 관절을 지탱하는 인대가 늘어나거나 파열된 상태를 말한다.

발목 인대는 발목 관절을 연결하고 안정적으로 움직이도록 한다. 갑작스러운 충격이나 미끄러짐 등으로 발목 인대가 손상되는데, 그 정도에 따라 단계가 나뉜다. 발목 염좌 1단계는 인대가 조금 찢어지거나 늘어난 정도여서 걷는 데 큰 지장이 없다. 충분히 쉬면서 냉찜질하면 호전된다. 2단계는 인대가 부분적으로 파열된 상태여서 1~2주간 손상 부위에 깁스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가장 심한 3단계는 인대가 완전히 파열된 상태로 극심한 통증과 함께 부기, 멍 등이 생기며 빨리 병원을 찾아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

발목 염좌 대부분은 휴식을 취하면 낫는다. 그런데 골절이 의심되거나 깁스 치료가 필요한 정도라면 얘기가 다르다. 발목을 삔 다음 날 발목 부위가 심하게 붓고 발을 바닥에 딛기 힘들 정도의 통증을 느낀다면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근육이 약한 사람이나 고령층은 하체 근력뿐만 아니라 발목 주변 근육이 부족하고 약하므로 발목 염좌를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

박광환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발목을 삐었을 때 발을 디딜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디딜 수 없는 정도의 통증이라면 발목 손상이 심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발목을 심하게 삔 후 통증이 심하거나 꺼림칙하다면 병원에 가서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이 발견되면 깁스나 보호대 등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발목 불안정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발로 서기 힘든 것이 대표적 증상

발목 불안정증이란 발목이 반복적으로 휘청거리며 불안정한 느낌이 드는 증상이다. 발목을 크게 다친 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때 발목 불안정증이 발생한다. 발목이 불안정해 평지에서도 쉽게 발목이 삐끗한다. 뛰었다가 착지할 때도 불안정한 발목 쪽의 발을 조금 늦게 딛는 경우가 잦다. 또 백사장이나 산길 등 지면이 불안정한 곳에서 자주 부상을 입기도 한다.

젊은 사람일수록 발목에 통증이나 부종이 생겼을 때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라 판단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발목 염좌 부위에 부기가 빠지고 통증이 사라졌더라도 인대가 정상적으로 아문 상태가 아닐 수 있다. 이 때문에 발목 불안정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무리하면 안 된다. 심한 발목 염좌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30~60%는 발목 불안정증으로 발전한다.

이동연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골절이 의심될 정도로 심한 염좌를 방치하면 발목 불안정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깁스나 보조기 착용 등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이후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또 발목 보호대 등을 착용하고 재활운동을 하는 것이 이롭다. 일부에서는 발목 보호대를 오래 착용하면 인대가 약해진다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손상된 발목 인대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재손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 동안 발목 보호대를 착용해 확실하게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걷거나 달릴 때 발목 통증이 있거나 시큰함이 느껴지는 경우, 발목을 돌릴 때 소리가 나면서 뻐근한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 발에 힘이 실리지 않고 주저앉게 되는 경우는 발목 불안정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한쪽 발로 중심을 잡고 서있기가 어렵고 걸을 때 복사뼈 근처에서 딸깍거리는 소리가 난다면 발목 불안정증일 가능성이 크다. 주인탁 연세건우병원 원장(족부 전문의)은 “발목 불안정증 초기라면 보조기나 깁스를 하고 운동치료와 온찜질 등 보존적 치료를 꾸준히 병행하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운동 치료로도 좋아지지 않거나 관절 내 합병증(골연골 박리, 관절 강직, 퇴행성관절염 등)이 동반된 만성적인 상태라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목 불안정증이 만성적으로 진행하면 손상은 더욱 가속된다. 발목 주변 관절에 염증이 나타나고 연골 손상까지 동반돼 발목관절염으로 진행할 수 있다. 발목관절염은 관절 내 쿠션 역할을 하는 연골이 닳아 없어져 뼈와 뼈가 부딪히면서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발목 혹사한 대가 ‘발목관절염’

노화로 발목 관절이 퇴화하면서 발목관절염이 생긴다. 또 축구나 농구와 같이 과격한 운동을 즐기거나 심한 육체적 노동을 하는 사람에게 발목관절염이 자주 발생한다. 발목을 젊은 시절부터 자주 또는 심하게 접질린 과거력이 있는 사람, 체질적으로 골관절염이 자주 발생하는 경향의 사람도 위험군에 속한다.

발목관절염에 걸리면 걸을 때 발목 주변에 압력과 통증이 심해진다. 조금만 걸어도 발목이 쉽게 붓는가 하면 발목을 조금만 눌러도 통증이 심하게 나타난다. 발목관절염의 통증이 심해지면 무릎이나 허리 통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게 통증이 없는 쪽 발에 체중을 더 많이 싣게 되므로 몸의 균형이 깨지면서 반대편 발목에도 무리가 갈 수 있다.

만약 자주 발목이 붓거나 통증이 생긴다면 발목이 보내는 위험 신호로 간주해야 한다. 이상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통증을 완화하고 발목관절염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발목관절염은 엑스레이 촬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발목 통증 정도, 관절의 움직임, 부종 등의 임상적 소견으로 진단할 수도 있다.

정홍근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발목관절염은 초기에 발견하면 통증과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약물 복용, 운동 치료, 주사 치료 및 보조기 착용 등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 시행한다. 발목관절염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두 발로 보행하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려면 통증 없는 발목 관절이 필수다. 통증 때문에 정상적인 직립이나 보행, 달리기가 불가능하다면 일상생활을 비롯해 스포츠 등 취미활동에 제약이 많아 좌절감이나 무력감을 느낄 수 있다. 작은 통증도 무심코 지나치지 않아야 발목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목뿐만 아니라 발목에도 터널증후군이 생긴다

손목에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기는 것처럼 발목에도 발목터널증후군(족근관증후군)이 발생한다. 발목 내부에 신경이 지나는 통로(족근관)가 있는데 이 통로가 외상 등에 의해 눌리면서 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발목터널증후군은 발생 빈도가 낮아 손목터널증후군처럼 잘 알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발목 신경이 눌려 나타나는 저림 증상이 모두 발목터널증후군 때문만은 아니어서 환자와 의사 모두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원인은 외상과 공간점유병소(어떤 공간을 채우면서 자라는 비정상적인 덩어리)다. 발목을 다치면 그 부위에 염증이 생겨 신경을 자극하며, 족근관 혹이나 퇴행성 관절 등이 신경을 압박할 수도 있다.

주요 증상은 통증과 감각 이상이다. 통증은 주로 종아리에서 시작해 발목과 발바닥으로 퍼진다. 환자는 발바닥이 타는 듯하다거나 감각이 없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장시간 서있거나 걷거나 달릴 때 심해진다. 발목터널증후군 초기에는 이런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탓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발목터널증후군을 치료하지 않으면 신경 손상에 의한 감각 이상과 같은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여러 증상 가운데 특히 발 저림은 척추관협착증이나 하지정맥류 등으로도 나타나므로 병원에서 다양한 검사로 구별한다. 발목터널증후군이 확인되면 그 원인을 찾는다. MRI(자기공명영상)나 초음파검사로 족근관에 신경을 누르는 확실한 구조물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염증이 원인이라면 쉬거나 소염제로 치료하면 증상이 사라진다.

발목을 무리하게 움직일 때 발목터널증후군 발생 위험이 커진다. 또 준비운동 없이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면 근육이 긴장한 상태에서 발목 신경이 압박을 받는다. 따라서 무리한 운동은 금물이며 운동 전에는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을 충분히 해서 몸 전체 근육을 이완시켜야 발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다.

과체중이나 비만할 때 발목은 큰 압박을 받기 때문에 발목터널증후군 발생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적절한 식사 조절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발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는 한 방법이다. 이동연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발목터널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은 족근관이 있는 안쪽 복사뼈 뒤쪽 부위가 찌릿찌릿하고 그 저림 증상이 발바닥을 타고 내려간다. 이런 증상을 느끼면 발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하고 한 번쯤은 병원을 찾아 진료받기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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