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을 중도보수로 거듭나게 하는 게 제 소명”
  • 이원석·김종일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9 16:00
  • 호수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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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치 입문 10년 맞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下)
“국민 덕에 압축 넘어 ‘농축 성장’ 경험해”
“제3당에서 10년 버틴 건 역사상 제가 유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8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8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 앞서 보도된 「안철수 “20%대 대통령 지지율 사상 초유의 일…특단의 대책 필요”」에서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오는 9월19일 정계 입문 10년을 맞는다. 그날을 딱 한 달하고 하루 앞둔 8월18일, 안 의원이 집무를 보는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았다. 안 의원을 만나는 건 지난 5월 재보선 후보 인터뷰 이후 약 석 달만이다. 그는 반갑게 취재진을 맞으며 그새 달라진 명함을 건넸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그간 안 의원의 명함은 여러 번 바뀌었으나 이번엔 유독 새롭다. 이름과 호칭 사이 달라진 소속 정당 때문일까. 

사무실 한쪽에 지난 3월 공동정부를 약속하며 손을 맞잡았던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축하 난이 눈에 띄었다. 그의 책상 위엔 30년째 구독한다는 경제 잡지 이코노미스트 원어판과 책 몇 권이 놓여 있었다.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 김형태의 《부채 트릴레마》, 서영수의 《2022 피할 수 없는 부채 위기》 등이다. 지금 그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그간 ‘새 정치’를 기치로 거대 양당이 아닌 제3지대에서 정치적 꿈을 꿨던 안 의원은 이제 집권여당의 한 축이 됐다.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여전한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다. 안 의원은 광복절이었던 지난 8월15일 발표된 시사저널 기획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행정관료’와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서 모두 톱10에 올랐다. 현 정부 들어 더욱 높아진 그의 위상이 입증된 조사였다. 

 

이제 딱 한 달 뒤면 정치 입문 10주년이라 들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9월19일이 만 10년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기호 3번을 달고 나와 당선돼 재선을 했다. 10년간 양자 대결을 했던 게 이번 재보선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당 대표도 네 번을 했다.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가 아닌가 싶다(웃음). 현역 의원 중에선 직접 창당을 해서 38석짜리 교섭단체를 만든 건 제가 유일하다. 또 모든 전국선거를 당 대표로서 지휘해 본 유일한 의원이기도 하다. 모두 10년 만에 있었던 일들이다. 제가 잘나서가 아니다. 국민들께서 그렇게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 압축을 넘어 농축 성장의 경험을 하게 해주셨다. 이는 제 것이 아니다. 소중한 자산이 됐는데 이걸 잘 활용해 국민이 원하는 정치의 모습을 만들고 개혁을 해나가는 게 제 의무다.”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오랫동안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과거를 보면 미래가 보이지 않나. 저는 의사, 프로그래머, 벤처기업 경영자, 대학 교수, 정치인 등 다양한 경로를 거치며 성과를 만들어냈다. 제겐 도전·모험 정신이 있었다. 정치를 하면서도 그 어렵다는 제3당에서 10년 동안 버틸 수 있었던 건 지난 70년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제가 유일하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남으면서 민생을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를 만들고자 했다. 제가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기대가 (유권자들에게)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지난 10년은 제3지대에서의 정치적 꿈을 꿨고, 이제 집권여당으로 둥지를 옮겼다. 정치적 꿈에는 변화가 없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저는 정말 대한민국 국민이 행복하고 미래에 희망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지금 그렇지 못하다. 자살률과 출생률을 보면 알 수 있다. 정치의 역할은 거대담론 이런 것들을 집어 치우고, 자살률을 낮추고 출생률을 높이는 나라를 만드는 거라고 본다. 그렇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구체적으로 정직하고 깨끗한 사람이 인정받는 사회, 성실한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사회, 공정이 뿌리내려서 상실감 느끼는 사람이 없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은 게 여전한 제 꿈이다.”

보수정당의 일원이 되기로 결심한 계기를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지금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만족의 핵심은 결국 거대 양당제의 폐해 때문이다. 이걸 어떻게든 깨겠다는 생각으로 2012년 정치에 입문해 4년 만에 38석의 국민의당, 제3당을 만들었다. 그때 첫 국회 개원이 헌정사상 가장 빨랐을 것이다. 우리가 중간에 자리를 잡고 캐스팅보터가 돼 양쪽을 설득했기 때문이다. 근데 직후에 ‘없는(사실이 아닌)’ 리베이트 의혹을 어디선가 만들어 덮어씌웠다. 이후 1심, 2심, 대법원에서 모든 사람, 모든 혐의에 대해 무혐의가 나왔다. 그러나 이미 잘못된 사실로 기소될 때 많은 이들이 제3당에 실망해 떠났고, 이후 지금까지 양당제가 다시 굳어졌다. 그리고 지난해 11월에 대선 출마를 했는데 정권교체 열망이 워낙 강했다. 제가 끝까지 가면 정권교체가 되지 않을 게 확실했고, 결국은 (단일화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때 아직 우리나라는 다당제가 정착되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달라진 지금 상황에서의 구체적인 정치적 목표는 무엇인가.

“국민의힘을 진정한 중도보수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의 중요한 가치들이 있다. 그 가치를 계속 유지하면서 동시에 유연하게 시대 상황에 맞게 변화하고, 또 사회적 약자들을 따뜻하게 품어 안는 정당이 돼야 한다. 사회적 양극화가 굉장히 심해진 전 세계적 현상에서 보수든, 진보든 사회적 약자를 품지 않는 정당은 국민의 버림을 받아 집권하지 못한다. 여론을 보면 안다.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던 국민들 중 절반은 윤 대통령이 좋아서였고, 나머지 절반은 정권 교체를 위해서였다. 이들이 바로 중도다. 이들이 지금 다 떨어져 나가 20%대 지지율이 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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