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블랙홀’에 한숨 쉬는 이재명?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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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대중 관심 ‘이준석’에 쏠리며 ‘이재명’ 언급량 하락
저조한 전당대회 흥행에 민주당 ‘컨벤션 효과’도 미지수

“잔칫집보다는 불난 집 앞에 사람이 몰리는 법이다.”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가 흥행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워낙 옆집(국민의힘)이 시끄럽다 보니 상대적으로 우리 후보들의 메시지가 묻히고 있다”며 “시기가 아쉽다”고 토로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과 대통령을 저격하고 나선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에게 언론과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면서다. 당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당의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현상)을 기대했던 민주당 수뇌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시사저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시사저널

‘이재명’ 아닌 ‘이준석’에 쏠린 관심

최근 한 달간은 ‘이준석의 시간’이었다. 이 전 대표에 대한 긍정적인 뉴스는 없었다. 단지 논란이 계속됐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8일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약 3주간 잠행을 거듭했다. 그러다 7월26일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총질’ 메시지가 언론에 노출되자 SNS를 통한 ‘저격’을 재개했다. 이후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발표하자 8월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과 대통령실을 작심 비판했다.

이 기간 ‘이준석’이란 이름이 연일 정치뉴스 1면을 장식했다. 한국언론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BIG kinds)’를 통해 최근 1개월(7월24일~8월24일) 간 뉴스 언급량을 조사한 결과, 이 전 대표가 언급된 뉴스는 7462건이었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이 언급된 뉴스는 1만8505건,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된 뉴스는 2만6663건, 권성동 원내대표가 언급된 뉴스는 6000건이었다.

같은 기간 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가 언급된 뉴스는 5884건으로, 이 전 대표 언급량의 약 78% 수준에 그쳤다. 민주당이 언급된 뉴스는 1만4607건,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언급된 뉴스는 1696건이었다. 이 전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 간의 갈등이 생중계되는 사이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대중의 관심도 이재명 후보가 아닌 이준석 전 대표 행보에 쏠린 모양새다.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최근 1개월(7월23일~8월23일) 간 검색량(최다 검색량을 100으로 설정)을 조사한 결과, 이 전 대표의 일일 평균 검색량이 이 후보에 비해 1.5배에서 최대 10배까지 많았다. 특히 이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진행한 지난 13일에는 ‘이준석’ 검색량(100)이 ‘이재명’ 검색량(9)을 10배 넘게 압도했다.

 

여권의 ‘분란’에 가려진 ‘어대명’의 그늘

정치권 일각에선 여권의 분란이 민주당에겐 기회라는 해석도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침체한 상황에서 ‘집안싸움’까지 가열된다면,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율에 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민의 시선이 여당에만 쏠리는 게, 민주당에겐 악재라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전당대회 흥행을 발판삼아 ‘컨벤션 효과’를 노렸던 민주당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 전당대회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현실화하면서 흥행력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민주당에 따르면, 지난 주말 치러진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율은 전북 34.07%, 광주 34.18%, 전남 37.52%로 호남지역 모두 40%를 넘지 못했다. 호남 투표율이 지난해 5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42.74%, 이낙연 전 대표가 출마했던 2020년 전당대회서 41.03%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뚝’ 떨어진 수치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 전당대회가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대중의 시선이 국민의힘 내홍에 쏠린 사이, 민주당 당원들은 전당대회에서 관심을 떼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감지되면서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흥행에 실패한다면, 선출된 당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전당대회는 민주당의 운명을 결정할 중차대한 정치적 이벤트다. 그러나 (당 대표 선거) 결과를 예측 가능한 수준이 되면서 민주당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도는 급격히 떨어진 지 오래”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민주당 지지율 상승은 여당인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추락해 따른 반사이익”이라며 “민주당 지지율의 ‘진짜’ 상승 여부는 오롯이 이재명 의원 어깨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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