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앞에 놓인 화환, 조국 뒤에 켜진 촛불…팬덤정치 표상 된 장관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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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수호’에서 ‘한동훈 신드롬’으로…과열되는 팬덤에 ‘인기영합주의’ 우려도

# “만찢남(만화 찢고 나온 남자)” “당신이 옳아요.” “응원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100일을 기념해 지지자들이 보낸 꽃바구니에 적힌 글귀다. 한 장관을 위한 꽃바구니는 지난 24일 트럭 채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앞에 배송됐다. 

# “조국을 수호하라” “가짜뉴스 아웃” 2019년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응원하는 지지층들이 낸 함성이다. 서울 서초동 거리는 십여 차례 수만 명의 지지층들이 들어 올린 촛불로 물들었다.

응원의 대상은 다르지만 양상은 같다. 한동훈 장관과 조국 전 장관을 향한 팬덤의 단면이다. 수만 명의 지지자들은 두 사람을 향한 ‘맹목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웬만한 대선 주자 못지않은 인기 수준이다. 두 사람이 주도하는 팬덤정치의 명암은 없을까.

24일 취임 100일을 맞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축하화환을 바라보며 출근하는 모습(왼)과 2019년 10월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을 구호로 열린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의 촛불시위가 열린 모습 ⓒ 연합뉴스·시사저널
24일 취임 100일을 맞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축하화환을 바라보며 출근하는 모습(왼)과 2019년 10월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을 구호로 열린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의 촛불시위가 열린 모습 ⓒ 연합뉴스·시사저널

尹대통령 업은 한동훈, 文 잡은 조국…각 정권의 ‘아이콘’

25일 한 장관의 팬 카페인 ‘위드후니’에는 한 장관 취임 100일 기념 응원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카페는 카페의 활발한 정도를 평가하는 35단계 중 상위 4단계에 들 만큼 활성화됐다. 하루 평균 100개 이상의 글이 게재되는 중이다. 이외 한 장관의 페이스북 팬 페이지는 10개 이상 개설됐으며, 가입자 수를 합하면 5만 명 이상이다.

한 장관의 팬층은 주로 고령층과 영남권 계층이다. 한 장관이 범보수 차기 대권주자 1위에 올라 주목을 받은 리서치뷰 여론조사(8월2일 발표, 7월30~31일 조사, 1000명 대상) 결과, 한 장관의 지지세는 60대(18%)와 70대 이상(16%), 대구‧경북(16%)과 부산‧울산‧경남(14%)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층과 비슷하다. 한 장관이 ‘윤 대통령의 오른팔’, ‘소통령’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법무부 장관이 팬덤의 한복판에 선 것은 조국 전 장관부터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2019년 10월 십여 차례 열린 ‘조국 수호’ 촛불집회가 대표적이다. 조 전 장관은 사퇴 이후에도 각종 이슈의 중심에 섰다. 조 전 장관의 유튜브 채널은 활동 이틀 만에 구독자 10만 명을 훌쩍 넘겼다. 현재 해당 계정에는 영상마다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며 화력을 이어가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지난해 집필한 《조국의 시간》은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팬층은 40대와 호남권으로 요약된다. 조 전 장관이 조사 대상에 포함되자마자 단숨에 차기 대선주자 3위에 올라 주목을 받은 리얼미터 조사(2019년 10월1일 발표, 9월23~27일 조사, 2506명 대상) 결과, 당시 현직 장관이던 조 전 장관의 지지세는 광주‧전라(17.3%) 40대(19.1%)에서 두드러졌다. 이는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과 겹친다. 결국 조 전 장관과 한 장관은 각 진영의 두터운 지지세를 기반으로 팬덤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6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위)과 2019년9월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6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위)과 2019년9월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 연합뉴스

팬덤 정치의 그림자도

두 사람은 각 정권의 ‘아이콘’ 같은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두고 정반대의 노선을 걸었다.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의 선봉장에 섰고, 한 장관은 전임 정부를 겨냥한 사정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저마다 정권의 주요 업무를 수행한 탓에, 지지층의 응원이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두 사람의 ‘신언서판’도 인기 비결 중 하나로 언급된다. 일례로 한 장관의 팬카페에는 그의 출근길 모습을 포착한 사진에 ‘만찢남’ ‘설렌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팬덤이 커질수록 인기영합주의로 쏠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관 본인도, 장관을 향한 공세를 펼치는 상대 진영도 여론을 의식해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다. 당장 지난 22일부터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는 한 장관의 답변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예산 결산심사를 위해 마련된 자리인데도, 한 장관과 민주당 위원 간 설전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결국 법사위는 결산심사를 마무리 짓지 못한 채 파행했다.

이와 관련해 김경율 회계사는 시사저널에 “이번 법사위 회의의 성격은 2021년 결산심사, 법무부의 재무제표를 심사하는 자리였다”며 “한 장관을 둘러싼 검언유착 사건이 언급될 계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 의원들이 한 장관의 팬덤과 자신들의 개딸(개혁의 딸들)을 의식해 ‘스타가 되어 보자’는 생각으로 괜히 호통 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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