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유행 긴 꼬리와 겹치는 독감 유행…독감·코로나 어떻게 구별하나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8.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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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발생 이후 독감 유행 없어 집단면역력 떨어진 상태”
미국, 지난 5월 코로나와 독감 동시 진단하는 듀얼 키트 개발
최근 인플루엔자 의심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코로나19의 가을 재유행과 인플루엔자(계절독감) 환자 급증이 겹치는 '트윈데믹'(감염병 동시 유행)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10월 25일 광주 서구 농성동 한국건강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에서 시민들이 독감 예방 접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인플루엔자 의심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코로나19의 가을 재유행과 인플루엔자(계절독감) 환자 급증이 겹치는 '트윈데믹'(감염병 동시 유행)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10월 25일 광주 서구 농성동 한국건강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에서 시민들이 독감 예방 접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시작한 코로나19 재유행이 감소세로 전환됐지만,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9월 초까지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는 독감 유행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다시 증가하는 추세여서 우려가 더해진다. 재유행의 긴 꼬리와 독감 유행철이 겹치며 두 전염병이 동시 유행할 경우 환자와 의료현장에서의 혼란을 줄일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31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0만3961명을 기록, 하루 만에 10만 명대로 내려왔다. 1주일 전(13만9307명)보다는 3만5346명, 2주일 전(18만751명)보다는 7만6790명 각각 줄었다. 위중증 환자 수 또한 569명으로 전날보다 22명 감소했지만, 8일째 500명대를 기록하고 있어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확진자 감소세가 뚜렷하지만 유행은 느린 속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독감 의심 환자가 5년 만에 최다를 기록하며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올해 34주차(8월 14일~20일)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계절독감) 의심환자는 4.2명으로, 2017년 5.2명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다. 29주차에 3명대로 올라선 이후 불과 5주 만에 4명대를 넘어서며 빠르게 증가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 재유행 꼬리가 길어지는 상황에 독감 유행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증상이 비슷한 두 감염병을 구분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 집단면역이라는 것은 독감에 걸리거나 독감 백신을 맞아서 항체를 보유한 비율이 많아지는 것인데, 거리두기 조치로 2020년, 2021년 두 해 동안 독감이 유행하지 않아 면역이 떨어진 상태여서 올해 유행규모가 많이 커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방역수칙이 느슨해진 데다, 개학으로 정상 등하교가 이뤄지고 각 지역에서 축제가 열리면서 지난 2년간 유행하지 않은 각종 호흡기 바이러스들의 유행 가능성이 커졌다"며 "코로나와 독감이 유행하는 '트윈데믹'보다 더 나아간 '멀티데믹' 상황이 될 가능성마저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6월 13일 서울역 선별검사소에서 한 시민이 양성이 나온 검사키트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13일 서울역 선별검사소에서 한 시민이 양성이 나온 검사키트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와 독감은 인후통, 발열, 오한, 근육통 등 증상의 스펙트럼이 유사하지만, 증상의 강도와 양상에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독감은 상대적으로 급격하게 증상이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는 50% 전후로 발열이 있다면, 독감은 90% 이상 열이 나고 한나절 만에 열이 40도까지 오르기도 한다. 독감은 근육통이 심한 반면, 코로나는 인후통이 좀더 뚜렷하고 목소리가 쉬는 증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마다 증상이 달라 일반인 스스로는 감별이 쉽지 않다는 조언이다. 

우리와 계절이 반대인 호주에서는 이미 인플루엔자의 대규모 유행이 관측됐다. 이에 우리나라도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10~11월에 코로나 7차 유행과 함께 독감이 유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동시 감염마저 우려되는 상황에 환자들은 검사를 받기 전까지는 어떤 질환에 걸렸는지 알 수가 없다. 이에 환자들이 코로나 신속항원검사 키트처럼 독감 자가키트도 직접 구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선제조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와 독감 모두 증상이 경미한 경우도 많고 개인마다 천차만별이어서 검사를 하는게 제일 정확하다"면서 "미국에서는 지난 5월 이미 코로나와 독감을 동시에 진단해볼 수 있는 듀얼 키트를 개발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환자가 집에서 키트로 검사를 해본 후 병원에 가서 처방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며 "지난 3년간 독감에 대한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 올해 독감이 크게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와 독감을 빨리 진단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게 되면 환자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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