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홍준표 “권성동·이준석 구질구질하고 참 나쁜 사람들”
  • 대담=전영기 편집인, 정리=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3 10:05
  • 호수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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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장 취임 후 첫 중앙지 인터뷰 나선 홍 시장, 국민의힘 향해 쓴소리
“5년 전 탄핵 사태 또 만들 건가…尹 정부 도와 대한민국 정상화하라”
“이준석, 루비콘강 건너…이번에 상처 너무 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8월31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8월31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지난 대선 때 이재명을 뽑으면 나라가 망하고 윤석열을 뽑으면 나라가 혼란해질 거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당분간 그럴 겁니다. 그래서 하방한 겁니다.” 혼란한 정부·여당의 상황에 대해 시사저널이 몇 주 전 문자메시지로 보낸 질문에 돌아온 홍준표 대구시장의 답장이었다.

지난 대선의 강력한 대권주자였고, 현재는 지방자치에 몰두하고 있는 홍 시장의 시각과 메시지에는 항상 ‘통찰력 있고 속 시원하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현 정국을 바라보는 그의 소회를 더 자세히 듣고 싶었다. 8월3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 시장실에서 홍 시장을 만나 이준석 전 대표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여당 내 상황,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난맥상 등 여러 정치 현안에 대해 기탄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홍 시장은 “뭐든지 물어보라”고 했고, 인터뷰는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홍 시장이 대구시장 취임 이후 중앙지와 가진 첫 단독 인터뷰였다.

 

중앙정치권에 있을 땐 물론이고 대구시장이 돼도 그 메시지와 판단 하나하나에 사람들이 주목하고 공감한다. 현역 정치인으로서 보기 드문 현자(賢者)와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과찬이다. 제가 보는 건 선입견과 편견을 배제한 상식적 판단이다. 진영논리 또한 배제하고 상식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요즘 여당에서 행해지고 있는 일들은 제 정치 경험으로는 전부 비상식적인 일들이다.”

곧바로 당 이야길 꺼내주니 시원하다. 어떤 점에서 비상식이라고 보는가.

“우선 당 대표(이준석 전 대표)는 징계를 받았으면 즉시 사퇴해야지, 징계의 부당성이 아닌 다른 걸(비대위 출범과 관련한 가처분 신청) 가지고 시비를 걸고 싸움질을 하는가. 당 윤리위원회가 당 대표를 징계한 것도 비상식이다. 제가 정치를 27년간 했는데 당 대표가 징계받는 건 처음 봤고, 징계당하고 저렇게 설치는 것도 처음 봤다. 또 지금 당이 혼란하게 된 책임을 왜 한쪽만 지나. 이 전 대표를 징계해 내보냈으면 다른 한쪽의 책임 당사자인 권성동 원내대표도 나가는 게 당연하다. 원내대표를 다시 뽑으면 된다. 국회의원이 110명이 넘는 당에서 원내대표 할 사람이 없겠나. 없다면 그 당은 해체해야지.”

 

“이럴 거면 비대위원장으로 남부지법 수석부장 모셔라”

이 전 대표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인용을 ‘정치적 판단’이라고 규정한 이유는 뭔가.

“이번 법원 판결을 유심히 보니 합법성 판결이 아니다. 당이 비상 상황이냐 아니냐는 정당의 구성원이 판단하는 것이다. 형식적 하자가 없으면 법원은 (정당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법원이 정치를 한 거다. 그건 법관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다. 그렇더라도 또 법원이 그렇게 결정했으면 당은 항소해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런데 왜 또다시 비대위를 구성하나. 이것도 비상식이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만 바보가 되는 거다. 이런 엉터리 같은 당이 어디에 있나. 여기에 이 전 대표는 다시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게 상식에 맞나. 당이 자정·자생 능력을 상실하고 모든 걸 법원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지 말고 남부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를 비대위원장으로 모셔라. 이 전 대표나 권 원내대표나 구질구질하고 참 나쁜 사람들이다.”

중진들을 포함해 의원들 일부는 권 원내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위해 고집을 부린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분란의 책임자가 어떻게 수습의 당사자가 되나. 책임자는 물러나고 후임자가 수습하는 게 정상이다. 저는 2011년 디도스 사태 때 친이(親이명박)·친박(親박근혜)이 합세해 날 쫓아내려고 했을 때 저항하지 않았다. 2017년 지방선거 때도 광역단체장 6석을 못 얻으면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 이튿날 바로 물러났다. 정치를 하려면 담백하게 해야 한다. 자기가 한 말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구질구질하게 해선 안 된다. 탐욕·집착으로 자리 고수하려고 몸부림치는 게 얼마나 추한가. 어떤 식으로 포장해도 그건 추하다.”

현재 원내대표 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110명에 이르는 국회의원의 집단지성을 믿어야 한다. 집단지성으로 선택하면 받아들여야 한다. 저는 (비대위 재구성을 결의한) 지난 의총을 집단지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당이 비상 상황인데 의원 110명 중 절반 조금 넘게 모여 결정한 걸 집단지성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일부 추종세력만 모였다고 오해받을 수 있다.”

비대위 재구성에 대한 법원의 가처분 재인용 가능성도 있고, 의원들의 반발도 계속된다.

“어려울 거다. (당 전국위원회 의장에서 사퇴한) 서병수 의원은 합리적인 사람이다. 그 순하디순한 서 의원도 (당헌·당규 개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퇴했다. 전국위 부의장을 시켜 의결하겠다? 그럼 자멸할 거다. 문제가 안 풀리는 건 이 전 대표와 윤핵관이 이 싸움에서 밀리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가고 있어서 그렇다. 나라를 위해, 당을 위해 둘 다 손을 놔야 한다. 손을 놓고 보면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시사저널 전영기 편집인과 대담을 갖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전영기 편집인과 대담을 갖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 ⓒ시사저널 이종현

“尹대통령이 이준석과 ‘맞짱’뜰 호봉인가”

서로 퇴로를 열 수 있는 방법은 없겠나.

“이미 늦었다. 퇴로를 열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죽고 죽이는 게임밖에 안 남았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게임이 끝날 거다.”

그래도 조언을 한다면.

“5년 전 박근혜 탄핵 사태를 또 만들려고 하는가. 더 이상 분탕질 치지 말고 하나가 되어 윤석열 정부를 도와 대한민국을 정상화시켜라.”

이준석 전 대표가 대구 근처(경북 칠곡)에 와있다. 친가라고 하는데 일각에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해석하기도 한다.

“관심 없다. 지난 대선 때도 두 번이나 당시 이 대표와 윤석열 후보의 갈등을 제가 중재했다. 저도 그때 이 전 대표의 행동은 지극히 못마땅했지만 대선을 치르기 위해선 안고 가야 했다. 이 전 대표가 대선을 이기고 나서는 윤핵관들을 끌어안았어야 했는데 계속 적대 관계를 유지했다. 세력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필마단기로 윤핵관 세력을 제압하나. 당 대표는 전부 끌어안아야 한다. 그 역할을 못 하니 내침을 당한 거다.”

이 전 대표를 만나 조언할 생각은 없나.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 저는 이 전 대표를 좋아한다. 만나서 저녁도 먹고 얘기해 주고 싶기도 하지만 이젠 누구를 편드는 것밖에 안 된다. 이 전 대표도 그걸 알 테니 찾아오지도 않을 거다. 참 아깝다. 이 전 대표가 정말 촉망받는 정치인이 될 수 있었는데 이번에 상처가 너무 큰 것 같다.”

윤 대통령이 직접 중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통령이 이 진흙탕 싸움에 왜 개입하겠나. 자기 앞길도 구만리인데. 개입한들 답이 안 나온다.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와 ‘맞짱’ 뜰 호봉인가. 대통령이 관여를 안 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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