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장 한 달…과거와 달라진 오세훈의 新광화문광장은?
  • 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5 13:05
  • 호수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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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1기 시절 조성한 광장, 박원순이 재조성 꺼내고 오세훈이 마침표
터널분수·정원 등 휴게 공간 인기…“자율주행 시대에는 완전 보행” 기대

8월31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은 불빛으로 가득했다. 분수대와 벤치, 수목시설에서 나오는 형형색색의 불빛은 광장을 밝혔다. 이곳은 하루를 마친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달라진 광화문광장을 카메라로 찍기 바빴다. 분수대에 발을 담그며 물장난을 치는 유아들도 여러 명. 성인들도 분수대 사이를 오가며 가을이 오기 전 올해 마지막 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곳곳에 놓인 벤치는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로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광장을 찾은 이들은 연령도, 성별도, 인종도 제각각이었다. 이날 낮 지인들과 광장을 찾은 나성숙씨(67·서울)는 “예전에는 쉴 공간이 없고 차도만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에 개장하면서 분수대와 자연 조성이 잘됐고 벽면에 설치된 영상도 보기 좋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앉아 쉴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좋다”며 “이번 주 금요일 지인들과 다시 오기로 했다”고 전했다.

광화문광장이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8월6일 재개장한 광장은 시민들을 위한 문화·휴게 공간으로 대폭 바뀌었다. 세종문화회관 앞 차로가 없어졌다. 이 자리가 광장으로 편입되면서, 광장 총면적(4만300㎡)이 이전보다 2.1배 넓어졌다. 녹지(9367㎡) 역시 기존보다 3.3배 늘어났다. 시민들을 위한 벤치도 곳곳에 자리했다. 역사성을 가미한 수경시설도 더해졌다.

기존보다 2.1배 넓어진 광화문광장. 광장 서쪽인 세종문화회관 옆 도로가 광장으로 편입됐다.ⓒ서울시제공
8월6일 재개장한 광화문광장 터널분수에서 아이들이 물장난을 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사헌부 터 입구에서 발견된 우물을 모티브로한 어린이 물놀이 공간인 바닥우물ⓒ시사저널 임준선

광화문광장, 박원순 거쳐 오세훈이 마침표

광화문광장에는 전·현직 서울시장의 고민과 결단력이 녹아있다. 2009년 8월 광장이 처음 조성됐다. 오세훈 시장(2006~2011, 2021~) 첫 임기 때였다. 이때 왕복 16차로가 10차로로 줄어들었다. 그 자리에 남북으로 긴 가로형 광장(폭 34m, 길이 557m)이 생겼다. 이곳에 세종대왕 동상이 건립됐다. 기존에 있던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는 분수가 설치됐다. 조선이 건국된 1392년부터 2008년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역사물길’도 만들어졌다. 지금의 광장을 가능하게 한 첫 번째 시도였다.

박원순 전 시장(2011~2020)은 이를 넓히기로 했다. 2016년 9월 광화문포럼에서 재구조화가 논의됐고, 2018년 4월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기본계획을 공론화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2020년 11월 공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박 전 시장 사태 이후 사업이 좌초될 위기를 겪었다. 다행히 오 시장이 지난해 4월 재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명맥이 이어졌다. 첫 삽을 뜬 지 21개월 만에 광장이 시민 품으로 돌아온 역사다.

지금의 광장은 기존 안과는 다르다. 2019년 채택된 설계안은 세종대왕상 왼편을 기준으로 쉼터와 정원 등을 구성하는 안이었다. 이는 70대 1의 경쟁을 뚫고 당선된 ‘Deep Surface(과거와 미래를 깨우다)’였다.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심사위원장),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 아드리안 구즈(Adriaan Geuze) 등 국내외 전문가 7인의 심사위원회가 두 차례 심사 끝에 당선작을 결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8월6일 광화문광장 개장식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오 시장은 이보다 정원과 분수 등 수경시설을 대폭 늘렸다. 서울시는 당초 이순신 장군상 앞 분수를 없애려고 했다. 오 시장은 그러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분수가 더 늘어나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이에 광장 주변에 분수와 우물 등 7개 수경시설이 조성됐다. 세종대왕상과 이순신상 사이에 위치한, 지하로 연결되는 곳에는 영상창(미디어월)이 설치됐다. 맞은편에는 돌계단이 있다. 시민들은 이곳에 앉아 영상창을 볼 수 있다.

문화재 복원과 이를 활용하자는 구상도 더해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보완·발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역사성은 물론 ‘역사·문화 스토리텔링 강화’ 등을 강조했다. 문화재 발굴조사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헌부 터(조선시대 감찰기구)의 경우 문이 있던 자리와 우물, 배수로 등 문화재를 원형 보전해 전시했다. 광장 ‘시간의정원’에 가면 사헌부 터 유물을 볼 수 있다. 새로운 광장은 결국 오 시장 첫 임기 때를 시작으로, 박 전 시장과 오 시장의 합작으로 탄생했다.

알고 보면 흥미로운 이색 명소는 어디일까. 이순신 장군상 앞에 있는 명량분수 노즐은 133개다. 이는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 당시 일본 수군의 배 133척을 상대로 승리한 것을 기념했다. 명량분수 위편에 위치한 터널분수는 인기 장소다. 터널분수는 광복 77주년을 의미하는 77개 노즐이 물을 뿌려 아치를 만든다. 여야(與野) 협치를 바라는 의미도 담긴 ‘모두의 식탁’도 있다. 시는 식탁 양쪽 끝에 ‘여’와 ‘야’를 넣었다.

조선시대 관리 감찰기구인 사헌부의 옛 터ⓒⓒ시사저널 최준필

‘우영우 팽나무’ 등 이색 장소 곳곳에

세종로공원 앞바닥에 설치된 ‘역사물길’도 유심히 봐야 한다. 시는 앞서 매장된 문화재를 발굴하면서 과거 배수로를 발견했고, 그 위에 물길을 조성해 역사적 사건을 기록했다. 오 시장 1기 임기 당시에는 2008년까지의 역사가 담겼다. 이번에 광장을 재조성하면서 2022년 기록까지 확대했다. 경복궁 월대와 해치상은 내년쯤 복원될 예정이다.

화제를 모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한 팽나무도 볼 수 있다. 시는 모두 5000그루의 나무를 광장에 심었는데, 이 중 8그루가 팽나무다. 서울시는 나무가 성장하면 광장이 ‘도심 속 숲’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광장을 찾는 시민도 크게 늘어났다. 8월22일 서울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8월6일 오후 6시 기준 광장 주변 유동인구는 7월30일(1만9770명)보다 41.5% 증가한 2만7971명이었다. 8월13일 유동인구 역시 7월30일보다 11.7%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 100% 보행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오 시장은 8월6일 광화문에서 열린 개장식 축사에서 “2009년 계획했던 모양에 한발 더 다가섰다”며 “당시 광장을 만들면서 동편 찻길까지 언젠가는 보행 공간으로 바꿀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기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20년 후 서울시 모든 차량이 완전자율주행 차량으로 바뀌면, 찻길을 막고 오롯이 시민들의 보행 공간으로 내드려도 교통에 불편이 없는 미래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광화문광장 기존 안 서울시 제공
광화문광장 기존 안ⓒ서울시 제공
변경안 서울시 제공
변경안ⓒ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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